‘데프트’ 김혁규와 베테랑 [LCK]

기사승인 2022-01-24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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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트’ 김혁규와 베테랑 [LCK]
'데프트' 김혁규.   쿠키뉴스 DB

“(김)혁규 형이….” 아나운서의 질문에 대답을 이어가던 ‘표식’ 홍창현(DRX)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DRX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광동 프릭스와의 맞대결에서 장기전 혈투 끝에 2대 0으로 승리했다. 개막 후 3연패, 세트 6연패 수렁에 빠졌던 DRX는 천신만고 끝에 귀중한 1승을 챙겼다.

홍창현과 ‘킹겐’ 황성훈은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2021년에도 DRX에서 뛰었던 이들은 지난 서머 시즌 막바지에 기록한 3연패까지 포함하면 이날 경기 전까지 자그마치 세트 11연패를 당했다. 마음은 망신창이가 됐다.  

가라앉고 있는 홍창현과 황성훈에게 손을 뻗은 것은 든든한 ‘맏형’ 김혁규(데프트)였다. 김혁규는 앞선 T1전 패배 후 DRX 선수들을 한 데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각자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불만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꼭 하나씩은 말하라고 강조했다. 김혁규도 직접 나서 속내를 꺼냈다. 그러자 선수들의 입이 조금씩 열렸다. 개선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격려의 메시지도 하나 둘 나왔다. 

황성훈은 “혁규 형이 내게 ‘너는 라인전 구도 같은 걸 잘 아는데, 한타 때 과감함이 없어’라고 말해줬다. 오늘은 그런 걸 신경 쓰면서 플레이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창현은 “자신감이 많이 없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는 잘한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알려줬다. 그 다음날 연습부터 내가 잘한다는 마인드와 자신감을 찾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96년생의 김혁규는 현재 리그 최고참이다. 형들의 어깨에 기대 마우스를 쥐었던 소년은 어느덧 동생들을 보듬어야 될 맏형이 됐다. 그리고 멋지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김혁규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처음 프로게이머를 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직업의식 같은 것도 생겼다”며 “베테랑은 어린 친구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받아야 할 베테랑으로 ‘페이커’ 이상혁(T1)과 ‘칸’ 김동하(은퇴) 등의 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와 피지컬이 우선시 되는 업계의 특성상, 가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리더십을 갖춘 베테랑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엔 김혁규가 그걸 보여줬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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