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부채 쓰나미 임박...은행·차주 부담, 위험 수위

3월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 137조 부실 우려
청년세대 영끌 485조...금리인상·자산가격 하락에 빨간불
부실채권 증가...은행 대손충당금 적립은 갈수록 커져

기사승인 2022-01-26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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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부채 쓰나미 임박...은행·차주 부담, 위험 수위
사진=픽사베이

국내외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책(유동성 공급)을 축소하면서 부채 리스크가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발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그동안 시장에 투입된 자금(레버리지 투자·빚투) 상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3월 중소상공인 대상 코로나 대출 상환 유예가 만료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시중은행의 리스크 관리 압박도 커질게 되고, 자금을 빌린 차주(대출 채무자)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부실채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높은 가계 부채 수준이 한국 은행권 신용등급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장혜규·맷 최 피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6%로 높은 수준”이라며 “심각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는 은행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얼마 전 발표한 ‘2022년 은행산업 전망 및 주요과제’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하락에 대비한 은행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고는 부채 쓰나미(해일)가 야기하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커진 상황이다. 우선 미국 연준발(發)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이다. 

이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당초 예상 보다 금리 인상을 빠르게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국내 중앙은행(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상승은 은행에게 단기 수익성에 긍정적이지만 한계 차주들에게는 그만큼 상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차주들의 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은행의 부실채권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청년세대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큰 것은 위험 요인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청년세대의 가계부채는 485조7900억원으로 전체(1805조9000억원) 연령층의 26.9%를 차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청년세대의 가계부채 급증한 것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에 레버리지 투자(빚내 투자)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현재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 등) 위축 현상이 뚜렷해 졌다는 점이다. 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시행된 규제 정책으로 11월부터 주택시장은 빠르게 상승률이 둔화됐다.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25건으로 전년(7454건) 대비 93% 급감했다. 

주식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해 3200p를 뚫은 코스피 시장이 이달 들어 2700까지 하락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하던 언택트 관련주들이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주식이라 불리던 카카오는 고점 대비 약 50% 떨어졌다.

신용도 위험이 큰 자영업자들의 대출도 은행으로선 부담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규모는 총 137조257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 상환 유예가 종료되기에 향후 은행이 감당할 부채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다시 상환 유예를 연장하는 것도 은행과 차주 모두에게 부담이다. 현재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4명이 폐업을 고려하는 등 비관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출을 탕감하지 않는 한 유예가 되더라도 결국 갚을 수 밖에 없다”며 “상환이 그만큼 늦어지면 차주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도 잠재된 부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이자 상환도 하지 않았기에 차주의 신용도도 알 수 없게 되고 그럴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자 상환 유예가 지속된다면 차주의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시나리오를 대비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의 대출 가운데 향후 상환받기 어려운 대출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돈을 뜻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부채구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은행 및 비은행의 자본 여력이 충분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대부분을 흡수해야 한다”며 “비은행은 이미 높은 고정이하여신비율, 낮은 충당금 적립률을 기록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은행도 높은 이자상환 비중, 원리금 상환 유예 관행 등으로 대출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최저 수준이기에 정부 주도의 충당금 강화 정책이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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