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치료 변화…“눈뜨는 시대 왔다” 

국내환자 500만명, 치료제‧기기 개발로 맞춤치료 가능

기사승인 2022-01-26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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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치료 변화…“눈뜨는 시대 왔다” 
이미지= 윤기만 디자이너

국내 당뇨병 치료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혈당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다양한 기전의 약제 개발이 이뤄지면서 합병증 예방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당뇨병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잘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만들어진 인슐린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혈액 중 포도당 농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대사성 질환으로 각각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 규모는 500만명에 달하며 60대 이상 인구의 경우 3명 중 1명이 당뇨를 앓고 있다. 

혈당조절→합병증 예방으로 치료접근 전환

기존에는 혈당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다양한 기전의 약제 개발이 이뤄지면서 합병증 예방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전에는 혈당을 낮추는 치료로만 접근했었다”라면서도 “혈당조절제의 경우 미세혈관 합병증(눈의 망막, 신장, 신경에 발생) 발생 감소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대혈관 합병증(동맥경화, 심혈관, 뇌혈관 질환 등)은 줄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후 새로운 약들이 출시되면서 심혈관계 합병증을 줄이는 연구들이 대규모로 진행됐다. 혈당조절 치료만으로 할 수 없던 예후 개선이라든지 만성콩팥병 발생이나 사망률 등을 줄여줬다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특정 약제를 써야 한다는 치료 권고안이 최근 5년 사이 나오고 있다”며 “환자의 기저질환에 맞춰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는 것이다. 외국은 이미 그렇게 바뀌었고 우리도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과거 약제들은 저혈당이 나타나거나 체중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최근 나온 약제들은 저혈당 위험이 줄고 체중감소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또 예전에는 경구약제를 여러 개 써서 안 되면 하루에 1번에서 4번까지 인슐린을 써야 했지만 요즘에는 인슐린만큼 효과가 있는 자가 주사제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당뇨 신약들도 혈당강화 및 합병증 예방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웅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SGLT-2 억제제 기전의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신장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당이 재흡수 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당을 몸속에서 배출하는 것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체중감소 효과도 있다. 

게다가 다른 혈당강하제와 함께 복용할 수 있어 인슐린 감수성이 높은 2형 당뇨 환자들은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환자들은 혈당 조절을 위해 메트포르민(간에서 포도당 합성 억제)을 복용하는데,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단독요법 및 메트포르민 병용 3상 시험에서 혈당강하 효과 및 안전성이 확인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면서 몸에 무리 없이 혈당을 낮춰준다. 또 체중감소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만이나 심장, 신장질환 등에도 적응증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로벌 임상3상 결과에서 심혈관 및 신장질환 발생 위험도 감소 효과가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낮추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혈당측정, 인슐린 주입 편의성 높여 

임상현장에서는 새로운 당뇨관리 기기 사용이 늘면서 환자들의 치료 부담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혈 없이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최근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면서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자체는 나온 지 오래됐지만 국내에 들어와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됐다. 하지만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들은 많이 나온 상태”라며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정확도가 높고 본인이 혈당을 직정 모니터링하며 조절하는 거라 바늘로 찔러서 확인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연동으로 사용성도 개선됐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 치료 환경을 엄청 바꿨다고 볼 수 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던 시절, 장님이 눈을 뜬 것과 같다”며 “자신의 혈당을 매일 볼 수 있으니까 환자는 스스로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의료진은 약제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패치형 인슐린 펌프’도 사용 편의성이 증가했다. 패치형 인슐린 펌프는 피부에 부착해 알맞은 양의 인슐린을 자동으로 투약해준다. 국내에서는 이오플로우가 ‘이오패치’를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했다. 주입선이 없고 작고 가벼워 기존 인슐린 주사와 일반 인슐린 펌프의 불편함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한번 부착 시 3.5일동안 지속적으로 인슐린 주입이 가능하고 전용 컨트롤러 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슐린 주입을 조절할 수 있다. 

문 교수는 “패치형은 인슐린 다회요법을 하는 1형 당뇨환자에서 임상 근거가 확인됐다”며 “일반적 형태의 펌프와 달리 편의성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펌프에서 더 나아가면 환자의 혈당을 자동 측정해 스스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공췌장’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주로 1형 당뇨 환자 대상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5년 전부터 상용화돼 많이 쓰이고 있다”며 “인공췌장이 모든 혈당을 다 조절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결과가 워낙 좋다”고 덧붙였다. 

“적용 범위, 보험급여 아쉽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롭게 출시되는 약제와 치료기기의 사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국내 당뇨약제들이 외국에 비해 저렴하게 출시되고 부작용도 적고 혈당조절도 잘 되는데 병합요법 시 보험급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본인부담에 동의하면 쓸 수 있지만 급여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패치형 펌프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널리 쓰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주사의 번거로움을 없애줬기 때문에 획기적”이라며 “문제는 보험이다. 1형 당뇨 환자만 되고 2형은 안 된다”고 했다. 

문 교수도 “1형 당뇨의 경우 보험도 되고 재택의료 시범사업도 하면서 치료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2형은 적용되는 게 없다”며 “2형 환자들은 비용 문제로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부담스러워 한다. 결국 혈당은 모니터링하는 만큼 좋아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도움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형 당뇨에서도 인슐린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는 펌프나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관련 근거가 많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들도 새 디바이스에 대해 교육받고 업데이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고 의료기기에도 익숙해져야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려면 치료 가이드라인과 보험기준이 변화돼야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한계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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