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금융시장, 재조명받는 워런버핏 포트폴리오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1-27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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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금융시장, 재조명받는 워런버핏 포트폴리오 [기자수첩]
글로벌 증시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월 정례회의를 앞두고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긴축과 조기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통화정책 속도 조절에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자산 버블(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공포지수가 커지면서 투자자들 심리도 얼어붙은 상태다. 이른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약 2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25일) 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22.3% 오른 26.26로 집계됐다. 코스피 지수도 26일 기준 2700 초반대로 고점(3200대 후반) 대비 15% 넘게 하락했다. 

주식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하락장을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면 금전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감까지 가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강력한 유동성으로 시장이 우상향했지만 주식투자는 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동반한다. 그보다 더 변동성이 큰 코인(가상자산) 시장 투자는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십년 간 시장에서 살아남은 투자의 대가들의 패턴과 생각을 다시 한번 조명할 필요가 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투자의 구루(대가)로 불리었던 인물을 꼽자면 필립 피셔, 피터 린치, 워런 버핏이다. 이 가운데 워런 버핏은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노익장이다. 

워런 버핏은 이른바 ‘존버(장기투자라는 뜻의 은어)’의 대명사이자 가치투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도 코로나 펜데믹 초기였던 시기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한물 갔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버핏이 최대주주로 있는 투자회사 겸 보험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에 투자했다가 조단위의 손실을 내고 매도했다. 

때문에 당시 투자자 사이에서 “버핏도 예전 같지 않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2008년 버핏은 대규모 철도회사를 전량 매수해 막대한 투자수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은 버핏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버핏의 행보는 재조명받고 있다. 버핏은 펜데믹 이후 크고 작은 기업에 투자를 지속해 왔다. 특히 JP모건과 같은 투자은행 지분을 매도하고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투자 비중을 늘렸다. 이어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의 비중도 소폭 늘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 주식을 9억80만주(2021년 9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전략으로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하락장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최근 1개월 간 나스닥 기술주들이 여지없이 하락할 때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소폭 상승(3.31%)했다. 반면 혁신기업 성장주 투자 펀드로 잘 알려진 캐시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상장지수펀드)는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 주가는 2020년 한 해 동안 수익률이 156%로 시장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일시적이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버핏의 ‘혜안’은 주목받고 있다.

워런 버핏이 수십년 간 투자의 구루로 존경받는 것은 단순히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투자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닷컴버블 시절이었던 2000년 초에도 일부 투자자들에게 조롱을 받았다. 심지어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버핏의 투자원칙은 결국 승리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란 칭호는 이러한 흔들리지 않은 투자철학에서 비롯됐다. 

현재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광풍에 가까웠던 투자 분위기는 희망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시장을 단기간에 이길수 있는 투자자는 없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원칙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이다. 주가 상승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있다. 언제나 매도자는 고점에서 자신의 주식을 사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급등주에 올라탔다가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는 주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의 역사 그리고 향후 미래가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주식투자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면 또 다른 투자 대가인 피터 린치의 조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부동산으로는 돈을 벌고 주식에서는 돈을 잃는 이유가 있다. 부동산을 고를 때는 몇 개월을 고민하지만, 주식은 단 몇 분 만에 결정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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