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업무지구 의미있나”…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난항

서울시 국제업무지구 vs 국토부 주택공급
학계 “업무지구는 제로섬게임밖에 안돼”
시민단체 “용산, 주거불평등 심해…공공주택 공급해야”

기사승인 2022-01-2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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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업무지구 의미있나”…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난항
용산 철도 정비창 사업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초대형 도심개발계획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사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주택 1만 가구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와 용산구는 예정대로 국제업무지구 조성을 하고자 한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업무지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하며 공공주택사업을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서울시, 국제업무지구 및 1만가구 공급 목표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의 대규모 공공부지인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이 2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용산정비창부지는 총 51만여㎡ (약 15만평)의 부지에 한국철도공사, 국토교통부, 한전 등이 소유하고 있는 핵심지역으로 즉시 개발할 수 있는 서울의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하지만 해당 부지 내 주택공급과 관련해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학계, 시민단체 간 의견 대립이 있는 상황이다. 우선 국토부는 빠른 공급이 가능한 부지인 만큼 1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포함한 계획을 주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시는 주거공급도 가능할 거라 내다봤다.

“코로나 시대, 업무지구 의미있나”…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난항
26일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공간환경학회,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시한연구소, 한국도시연구소, 집걱정끝장 대선주거권 네트워크, 너머서울이 공동 주최했다.

학계 “코로나 이후 업무지구 수요 없어”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국제사업지구와 1만가구 공급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손정원 런던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기존 업무지구와의 제로섬 게임”이라며 “추가적인 업무공간이 되기보다 기존 업무지구와의 제로섬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업무지구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서울에는 90년대 초에 구도심, 여의도, 강남이라는 3대 업무지구 체제가 확립됐다. 이후로도 구로디지털단지, 상암미디어씨티, 판교테크노밸리, 송파법조단지 등이 개발됐으나 이는 기존 3대 업무지구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에 그쳤다. 결국 90년대 이후 3대 업무지구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송도 국제업무지구의 실패사례를 언급했다. 송도의 경우 중요 업무시설 계획을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주거용지 면적을 늘렸다. 하지만 당초 목포 개발 연도였던 2015년도가 지난 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

그는 이어 “과거처럼 고속성장을 기대하기엔 어렵다. 국내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은 거의 다 들어온 상황”이라며 “투자유치는 결국 아시아 본사를 상해, 홍콩, 싱가폴 등에서 뺏어와야 하는데, 초국적 기업들은 지금 당장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용산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의 증가도 업무지구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손 교수는 “코로나 이후 사회가 거대한 실험실이 돼서 일부 부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업체들이 파악하게 됐다”면서 “재택은 사무실 비용을 아끼니까 회사에서는 이득이다. 예전에는 추진 못하다가 이번에 가능하게 됐다. 사무 공간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시대, 업무지구 의미있나”…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난항
사진=토론회 자료집

시민단체 “공공주택 확대해야”


단순 공급에 그치지 말고 공공주택을 함께 고려한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2021년 1월부터 12월 말까지 1년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고가 상위 5위 중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가 1위, 2위, 5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전국 최대의 쪽방촌이 있고, 용산정비창 부지의 끄트머리 풀숲에는 30여명 홈리스들의 거처인 텐트촌이 도심 속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용산구에는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 가구와 주거빈곤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18.7%에 이른다. 또한 구민의 66%는 전월세 등 무주택 가구이고, 용산구 전체 가구 중 월세 거주 비율이 31.3%로 서울시 28.4%보다 높다. 그러나 2017년 기준 용산구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는 2.9%로 서울시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현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용산구는 주거 불평등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비롯한 정치인들, 언론,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등 집값폭등 원인을 주택 공급부족이라고 진단하고 공급 만능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도 서울 주거문제 해결 방안으로 1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떤 주택, 누구를 위한 주택인지 궁금하다. 주택보급률을 보면 서울의 주택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의 주택은 늘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셜믹스 형식의 공공주택이 필요하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아파트 형태의 주택들은 유형별, 동별, 평수별로 구별되고 단절되어 존재하고 있다. 입주자가 다양한 소득계층으로 구성되는 것만으로 그 구별과 단절이 극복되지는 않는다”고 현재의 공공주택 분양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또 “공간의 관리·운영 등에서 입주민의 참여와 권한 강화, 자치권의 부여, 차별 없는 주택의 설계 및 디자인, 다양한 복지와 주거서비스 강화 등 여러 방안과 가능성과 책임을 뒤로하고, 계층혼합으로만 소셜믹스를 접근하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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