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1호는 피하자”…중대재해법 첫날, 유통가도 ‘긴장’

기사승인 2022-01-28 06:05:02
- + 인쇄
“처벌 1호는 피하자”…중대재해법 첫날, 유통가도 ‘긴장’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했던 모습    쿠키뉴스DB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유통가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유통업은 타 산업군에 비해 비교적 재해 요소가 적지만 최근 물류센터 사고 증가 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처벌 1호 기업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부 정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7일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한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다. 사망자 발생 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부상·질병의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처벌이 무거워진 만큼, 백화점,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 업체들은 법 시행에 맞춰 안전 관리 체계와 조직을 정비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사업부의 안전 관리 부서를 대표 직속 전담조직으로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위험 요인을 식별하고 이를 예방 개선하기 위한 업무 체계와 관련 규정들을 정비한다. 안전보건 인력과 필요한 예산도 운용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하반기 안전관리자 직무 인원을 신규 채용해 무역센터점 등 직접 고용이 필요한 8개 점포에 선제적으로 배치했다. 최근에도 산업안전지도사 등 자격증을 갖춘 안전관리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사 안전팀을 안전보건담당으로 격상시켜 임원급 조직으로 편성했다. 아울러 안전 전문 인력 보강과 내부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부 안전 전문기관과 협의를 통해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는 구체적 대응안을 마련 중이다.

이마트는 기존 안전관리팀과 품질관리팀을 하나로 모아 '안전품질담당' 부서를 신설해 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3월 선제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 관리팀과 현장대응 팀을 통합한 대표이사 직속 ‘안전보건관리본부’를 신설했다.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는 안전 관리 업무를 주로 외부 용역업체에 맡겨왔으나, 중대재해법 시행부터는 전담 조직이나 현장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는 모습이다. 

쿠팡은 지난해 6월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고 발생 이후 안전관리 전문가들을 경영진으로 발탁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1호 재난안전 박사학위 취득자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상무 출신인 유인종 부사장을 영입했다. 유 부사장과 함께 안전보건감사담당으로는 박대식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장을 전무로 영입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12월 말 안전보건환경팀을 신설해 기존 안전 관리 인력을 이관했다. SSG닷컴은 최근 ESG담당을 새롭게 구성하고 따로 흩어져있던 품질관리팀과 안전관리팀 등 관련 조직을 산하에 두고 총괄하도록 했다. 

업계는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중대재해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의 해석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지는 등 구체적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법안을 보면 구체적인 규정이 모호해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라며 “사고 방지를 위한 지침 수립과 이행, 관리 지침 등 포괄적 규정만 있어 혼란스럽다”라고 평했다.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사고의 책임은 종사자 과실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는 이같은 다변적 요소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기업 입장에서도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규정이 불명확해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사고의 책임과 범위를 두고 당분간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처벌 1호는 피하자”…중대재해법 첫날, 유통가도 ‘긴장’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