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치매노인,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해야”

성년후견제도 문제점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기사승인 2022-07-15 17:53:41
- + 인쇄
“장애인‧치매노인,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해야”
15일 이종성·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가 15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성년후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인, 치매노인 등 피성년후견인의 법적 권리가 배제되는 등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보호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피성년후견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5일 이종성·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는 15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성년후견인은 질병이나 장애‧노령 등의 이유로 판단‧결정능력이 없거나 제한돼 스스로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어려운 사람(피후견인)을 대신할 법적 후견인을 정해주는 제도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이 적합한 사회보장서비스를 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재산을 관리하며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특히 돌봐줄 가족이 없는 장애인이나 치매노인 등은 법률문제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견인의 법적 도움이 절실하다. 거주지, 중대한 의료행위 등 신상에 대한 결정도 후견인이 필요하다.

다만 후견인으로 선임된 가족 또는 외부인이 피성년후견인의 이익에 반해 재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권한을 대리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유엔(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한국 성년후견제도가 행위능력 제한과 대체의사결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피후견인의 법적 능력 향유와 권리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력의사결정 지원체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8년가량 지났지만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 경제적 학대를 겪는 노인들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이기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2020년 기준 노인 학대 9803건 중 경제학대가 4.4%(431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대발생 장소는 가정이 363건(84.2%), 생활시설은 52건(12.1%)으로 나타났다. 경제학대 행위자는 가정 내에서 아들이 51%, 딸이 13.5%, 배우자 11.2% 순이었다.

이 관장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노인 경제적 학대가 이미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약 50%, 영국 약 20%, 호주 약 46%로 추산됐다. 우리나라도 인구 고령화에 따라 경제적 학대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재산은 내 재산이라는 권리의식으로 경제적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가족 간 경제적 학대의 경우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인식 수준이 낮다. 게다가 현행법에서도 친족상도례 규정이 사실상 부모‧자녀 및 친족 간 재산 범죄의 면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치매 노인 등에게 연금, 기초수급비 같은 사회보장급여가 수급자에게 전달되고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대리수령인 및 급여관리자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공공과 민간(금융권) 공동 대응체계를 꾸려 경제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의 성년후견제도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배광열 변호사(사단법인 온율)는 실제 후견이 개시된 사례가 2만여건에 불과해 해외와 비교했을 때 이용건수가 지나치게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의후견의 한계로 성년후견인제도가 확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임의후견의 한계로 △절차의 복잡성 △이해관계인들의 대립상황에서 피후견인의 의사 부정, 법정후견 개시될 가능성 △후견인이 제3자여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발생 불가피 등을 꼽았다. 

배 변호사는 “손쉽게 자신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유인할 제도구성이 필요하다”며 “낮은 비용으로 간단하게 자신의 신상과 재산에 대한 사항을 위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장인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발달장애나 정신장애가 있는 분들, 치매가 있는 분들을 의사결정 능력 장애인이라 부르는데, 이들에 대해 그동안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이런 관점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 분들을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사 대리권의 활용 지원을 통한 편의성 증진 △재산관리의 측면에서 사회보장급여의 전달체계 정비 △보호대상아동정책과 취약성인 대상 사회정책의 연속성 △전달체계로서의 공공 의사결정 지원서비스 기관의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는 당초 개정 취지와 다르게 사각지대가 생긴 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당초 기대와 달리 성년후견제도의 사회적 수용은 더디기만 하고, 후견인으로 선임된 가족 또는 외부인이 피후견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태로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권익이 최우선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성년후견제도는 당사자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영역의 지원까지도 가능하며 후견인에 대한 실질적 감독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고령자 등의 권리보호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후견감독인의 감독의무 실효성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입법정책 대안 모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장애인‧치매노인,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해야”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