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머슴 부럽지않아요" 효자 드론 떴다.

기사승인 2022-08-28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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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농업의 첨병 '방제드론'
농촌에서의 드론 활용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력 수급이 뚝 끊긴 농촌에서 상머슴을 자처하고 나선 ‘드론’의 활용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늘의 일꾼 드론은 어느새 영농의 필수 장비로 자리잡았다. (위 사진은 tif 파일이어서 32장의 사진이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 방제드론으로 스마트 영농시대
- 농부가 한 시간 할 일, 10분도 안걸려…
-‘ 첨단 농사 도우미’로 맹활약 중
- 공동방제로 방제 효과 극대화
- 농약 살포 외에도 파종·작황 예측 활용

 “참 좋은 세상이야, 이제는 파종부터 추수까지 기계들이 다해주고 나는 물꼬나 보고, 길가의 잡초나 뽑으니”라며 “올해도 풍년이 들것 같은데 농협 창고에 묵은 쌀이 넘쳐난다고 하고 쌀값은 자꾸 떨어져 걱정이네”

농민 김종호(사진 우측) 씨는 작업을 마친 방제사들에게 준비한 과일과 음료를 권하며  “내가 직접 분무기를 메고 방제를 하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면적인데, 30분 만에 모두 마쳤다"면서 “드론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드론(Drone) 방제사 옆에서 농업용 드론의 농약 살포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농민 김종호(80·안동시 풍산읍 상리) 씨는 “사실 아내도 아프고 나도 이제 힘이 붙여서 농사를 고만 지으려 했어. 근데 저렇게 순식간에 약을 쳐 주니 감사하기도 하고 한동안 농사를 더 지을 수 있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김 씨는 불과 20여 분만에 자신의 논 방제를 끝낸 방제사들에게 과일과 음료를 권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팔도 농업드론방제사 한자리에
지난 18일 새벽 4시 20분, 농업용 대형드론을 실은 트럭들이 어둠과 안개를 헤치고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못곳길에 위치한 신흥농산 주차장에 속속 모여 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팔도 농업드론방제사들이다.
안동시 전역의 1,2차 드론방제를 책임진 신흥농산 드론방제단의 조성순 대표(56)는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맑아 힘들겠지만 일몰시까지 많은 지역에 방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욕심내지 말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강조한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신흥농산 항공방제단 회의실에서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반 농업드론방제사들이 하루 일과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방제사들이 고생이 많지요. 드론방제는 이슬이 내려앉아 있을 때 약을 뿌려야 효과가 좋기 때문에 보통 해뜨기 전부터 작업을 한다.”면서 “하루 종일 위험물을 피해가며 일정한 고도로 균일하게 방제해야 되서 늘 초긴장 상태다. 작물에 따라 농약의 종류와 농도를 조절하고 비행체의 높이와 속도, 노즐의 분사각도와 양, 바람과 온도까지 종합해 드론을 조정해야 해서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아무리 조심해도 유기농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이따금 마찰도 생기고 전파방해나 기체의 이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의 농민들은 공동방제와 드론방제의 중요성을 알기에 협조적”이라고 말했다.

새벽 회의를 마친 방제사들이 자신이 맡은 지역으로 출발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농업드론방제사들은 농업지식과 드론조종능력은 물론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종합적인 분석과 운영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2인1조의 방역팀은 조 대표에게 자신들이 방역 할 지역을 다시 한 번 확인 후 서둘러 농약과 영양제를 나눠들고 주차장을 나섰다. 풍산면 계평리 지역 논방제를 맡은 이달원(52·용인) 방제사는 안개가 자욱한 농로에서 살충제와 살균제에다 영양제까지 약통에 담고 물을 배합해 젓는다.
‘농업용 드론 활용 어디까지’…
4차 산업혁명 기반인 무인멀티콥터 드론은 작물 생육 확인, 병해충 예찰, 농업 환경 모니터링 등 농업 분야 전반에 활용할 수 있다.

'오늘도 떴다' 하늘 위 일꾼, 방제드론
‘위이잉~’
30리터의 방제약과 영양제를 가득 실은 방제드론이 농로를 수직으로 힘차게 올라 안개를 헤치며 논 한가운데로 날아간다. 이 방제사는 조그만 라이트에 의존해 날아가는 드론이 염려되어 물어보자 “이곳은 제가 지난 번 1차 방제한 지역이어서 주변에 위험물도 없고 비행에 문제없다”며 능숙한 조종술로 방제에 집중한다.
방제사들이 드론을 띄우기 전 새 배터리로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이달원(사진) 방제사는 “현재도 농업용 드론이 큰 활약을 하지만 항공 스마트 팜이 발전하면 농부가 집에서 드론을 띄어 논밭에 원하는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공동방제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 방제사는 “드론방제의 초창기인2016년부터 방제작업에 참여했어요. 지금은 드론의 성능도 좋아지고 30리터 이상의 농업용 드론도 보급되어 빠른 시간에 넓은 면적의 방제가 가능하다.”면서 “대부분 드론방제를 시작한 방제사들이 1~2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해 아쉽다. 기체를 잘 다룰 줄 알고 경험이 쌓이면 일년에 2~3개월만 열심히 일해도 직장인 평균 연봉은 벌 수 있다. 향후 농사 외에도 드론이 많은 영역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제팀은 농민이 반나절을 걸려야 겨우 끝낼 일을 불과 30여분 만에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방제작업을 마친 김윤홍 방제사가 농민과 통화하고 있다.
드론방제는 짧은 기간, 동시에 많은 드론방제사들이 투입되어 공동방제를 실시해야해서 이 시기에는 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기상 조건과 작물 상태, 약제 특성을 고려한 정교한 방제작업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김윤홍 방제사의 조종기에 자신이 작업한 논의 비행경로가 표시되어 있다. 드론 방제의 장점으로 지적도가 있는 논에서 GPS 기능을 이용한 정밀 자동 방제도가능하다.

안개가 모두 걷힌 9시경 풍천면 갈전리에서 방제단에서 가장 젊은 김윤홍(강릉·36) 방제사를 만났다. 그는 멀리 논 끝자락 건물 뒤편의 보이지않는 부분까지 방제드론을 보내 농약을 살포한다. 아무리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보면서 조종을 하지만 숙련된 조종사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려워 보였다. 곁에서 방제 모습을 지켜보던 논주인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한다.

드론방제사 김윤홍 씨는 “저는 귀농해서 감자농사 짓고 있구요, 대학에서 드론강의도 합니다. 그러니까 직업이 3개인 셈이죠. 드론 방제일이 계속 있는게 아니어서 대부분 다른 직업들이 있으세요.”라며 “제가 농사짓는 봉평 마을은 책임지고 드론방제를 다 하는데 아버님 같은 분들이 제 덕분에 작황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방제작업은 워낙 노동력과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 벼농사는 물론 마늘·양파·감자 등 밭작물과 사료작물 방제까지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용환국 방제사)

힘든 농사일 ‘쓱쓱~’ 농민 관심 ‘쑥쑥~’
농업분야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을 이끄는 무인멀티콥터 드론이 영농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농촌에서의 드론 활용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농촌에서 언제부터인가 논밭을 활기차게 날아다니는 하늘의 일꾼 ‘드론’은 자녀들을 대신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욱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외국인 노동자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일손부족 문제가 급격히 심화되자 연로한 농민들도 드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국의 상당수 지역농협들은 직원과 지역사회 청년들이 힘을 모아 ‘드론방제단’을 창설하는 등 드론 활용 방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제용드론은 고령화된 농촌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은 물론 기존 광역방제기나 무인헬기에 비해 월등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기에 인기가 높다.
방제드론의 날개에서 일으키는 하향풍으로 작물 밑부분까지 약제가 골고루 침투되고 있다.
서안동농협 박영동 조합장은 “앞으로도 드론 공동방제를 통해 농가 일손을 덜어 줄 계획”이라며 “병해충 발생기 적기 방제를 통해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품질 쌀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방제용드론은 드론 날개에서 일으키는 하향풍으로 작물 밑부분까지 골고루 약제가 침투되고 인력 살포 대비 약제 비산량도 적어 병해충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광역방제기인 무인헬기에 비해 낮게 떠 비행하는 드론은 정밀방제가 가능해 방역효과 역시 우수하다. 올 여름처럼 폭염이 이어진 경우 과도한 농사일로부터 인명피해 예방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드론방제를 미덥지 않게 생각했던 농민들도 논밭 방제의 노동력·비용·시간 절감 효과를 확실하게 체험하면서 ‘농촌 들녘의 최고 일꾼’이 분명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추겨 세웠다.

서안동농협 박영동(62) 조합장은 “안동은 그 동안은 농가별 개별방제를 했고 올해 처음 공동방제를 했다. 내년에는 2천 명 조합원이 대부분 공동방제를 할 예정”이라며 “드론방제의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고 방제 뿐 아니라 비료주기와 콩과 마 등 밭작물과 과수농가에서 드론을 활용할 것이다. 우리 농협에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론방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조종기술 뿐 아니라 농약이나 작물에 대해서 충분히 지식을 습득해야한다.
용환국 드론방제사(59·춘천/사진 좌측)는 “드론방제사들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어서 드론을 잘 다루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농작물과 농약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해야한다”면서 “농업용드론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전기선과 통신선 등이라며 특히 논 한가운데를 낮게 지나는 전선에 이따금 드론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드론은 단순방제를 넘어 벼 직파재배와 비료살포는 물론 밭작물 방역도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다. 이외에도 소독차량의 접근이 어려운 축산농가의 지붕이나 수풀이 넓게 우거진 하천 등 방역 사각지대에서도 방역을 수월하게 해낸다.
남기포(57) 농협대 교수는 “힘들고 몸에도 안 좋아 농민들이 제일 꺼려하는 작업이 방제작업이다. 일손도 부족한 상황에서 드론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농업은 점차 첨단화되고 고도화되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인 드론도 디지털과 접목되면서 자동촬영을 통해 농작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해 최상의 상태로 농작물을 키워낸다. 농협도 농사의 시작에 수확까지 스마트농업을 확산시켜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몰 시까지 방제작업을 마친 드론들이 귀환하고 있다.
현재 드론의 가장 큰 약점은 배터리 효율이다. 한번 비행시간이 15분 안팎이어서 수시로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

안동군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은 잡초방제, 종자파종, 원예작물 비료살포, 병해충 예찰 및 생육상태 확인 등 다양한 부분에까지 기술발전이 이뤄졌다.”면서“디지털 농업기술 보급 확대로 농업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드론의 활용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 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이달원 방제사

사진=김윤홍 방제사



양사무엘(37 사진좌측)과 이광배(30) 방제사가 일과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특별히 연령 제한이 없는 드론방제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방제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 초경량비행장치 무인멀티콥터 1종 자격증 소지자들이다.


한낮, 온도가 많이 올라가는 시간에는 자칫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방제를 중단한다. 점심 식사를 마친 방제사가 자신의 드론을 깨끗이 물청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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