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IP가 뜬다… ‘우영우’로 본 K콘텐츠 미래

기사승인 2022-09-04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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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IP가 뜬다… ‘우영우’로 본 K콘텐츠 미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지난달 종영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우영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명 웹툰이 국내 포함 5개국에 연재 중이고, 뮤지컬 제작사 EMK가 만드는 우영우 뮤지컬은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대학로 일대에 ‘우영우 타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킹덤’, ‘오징어 게임’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건 지식재산권(IP)의 향방이다.

IP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어떤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지에 따라 콘텐츠의 흥행이 결정됐다면, 최근엔 잘 만든 콘텐츠의 IP 확보 여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영우’가 대표적인 예다. ‘우영우’는 대중에게 생소한 신생 채널 ENA에서 방영했지만,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방송사와 OTT 등 플랫폼이 중요해진 시대에 콘텐츠 본질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다.

‘우영우’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이 같은 ‘슈퍼 IP’를 지키기 위해 ENA와 손을 잡았다.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2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IP 확보는 제작자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우영우’에 눈독 들인 플랫폼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IP는 자사가 보유하되 방영권만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원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100% 지원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70~80%가량 지원하고 나머지는 외주 제작사가 PPL로 충당한다. 두 경우 모두 IP는 플랫폼에 귀속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킹덤’으로 얻은 뼈아픈 교훈 때문이다.

슈퍼 IP가 뜬다… ‘우영우’로 본 K콘텐츠 미래
제작사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앞서 에이스토리는 사극 좀비물 ‘킹덤’을 제작해 전 세계에 한국의 전통 갓 열풍을 불러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넷플릭스에 모든 권리가 귀속돼 추가 이윤을 남기지 못했다. ‘오징어 게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경제 효과를 넷플릭스는 약 9억 달러(한화 약 1조원)로 추산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드라마를 만든 한국 제작사와 감독, 배우들에게 돌아온 수익은 거의 없었다. 이 대표는 “IP가 있으면 그걸 자산 삼아 추가적인 사업을 벌이고 캐시 카우를 확보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도 IP가 있었다면 캐릭터 부대 상품과 테마 파크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서 “과거처럼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구조만으론 생존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고 짚었다. 

IP를 확보한 ‘우영우’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작사는 ‘우영우’의 IP를 활용해 드라마를 웹툰과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스토리 라인이 다른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 중인 뮤지컬 ‘우영우’는 이미 서울 대학로에 극장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대학로 일대가 ‘우영우’ 타운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 ‘우영우’ 팬덤이 생긴다면 그 근처를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우영우’라는 슈퍼 IP가 우리의 생존 기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스토리는 ‘우영우’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영우’의 성공으로 플랫폼보다 콘텐츠 자체가 더 중요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콘텐츠 본질에 집중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잘 만든 콘텐츠 IP로 시즌제, 스핀오프 외에도 웹툰, 게임, MD 상품 개발 등 여러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면서 “제작비 등 자금 문제 때문에 모든 제작사가 당장 IP를 확보할 수는 없어도, 점진적으로 IP를 두고 힘겨루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가 콘텐츠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기조가 정착하면 중소 제작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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