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보톡스·필러 시술?…복지부 언급에 의료계 ‘들썩’

복지부, 1일 민생토론회서 ‘미용분야 시술 자격 확대’ 검토 발표
피부과 일반의 급증한 가운데 불법 대리시술 행태 개선 의지
의료계·정치권 반발…“잘못된 의료행위로 치명적 결과 초래”

기사승인 2024-02-07 1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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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보톡스·필러 시술?…복지부 언급에 의료계 ‘들썩’
게티이미지뱅크

 

의사 외에도 보툴리눔톡신, 필러 등 미용 시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의료계와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위해성이 크다는 직역단체들의 목소리 속에서 정부는 “사회적 논의에 따라 개선하겠다”는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보톡스, 필러 등 미용의료 분야에 대한 시술 자격 개선을 포함해 종합적 제도 변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의사가 아닌 타 직종이 자격을 취득한 경우 미용 시술 중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점을 참고해 제도 개선 여부 등을 논의해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미용 시술 자격을 확대하는 데엔 피부과 일반의 급증, 잇따른 간호사·간호조무사 불법 대리시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2022년 일반의가 개원한 의원은 979곳으로 이중 피부과가 8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의는 대학병원 등 수련 과정(전문의)없이 졸업하고 바로 개원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의료계에선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과 같이 돈은 안 되고 의료분쟁 위험이 큰 기피과에 비해 전문의 과정 없이도 바로 돈을 벌 수 있고 위험 부담이 적은 피부과 등으로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용의료 분야의 진입 문턱을 낮춰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필수의료 분야로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경쟁을 통해 기대소득을 낮추면 의사들의 미용 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로 미용 시술 자격이 확장되면 불법 대리시술 문제가 사그라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일부 피부과에서 레이저, 필러, 리프팅 등의 미용 시술을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대리 진행하는 사례가 폭로된 바 있다. 매일 수백 명의 환자가 시술을 받는 일명 공장형 피부과·성형외과에서 직원에게 대리 시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계 단체 관계자는 “의료법 제27조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피부 미용 업소가 미용 문신, 박피술, 점·주근깨·여드름 제거, 주사 시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자격 범위를 개선해 일부 허용을 하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사후 점검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와 국회 등의 반발은 거세기만 하다. 5일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사면허증이 없는 비전문가들에게 침습적 행위를 허용한다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한임상피부치료연구회는 “미용 의료는 필수 의료는 아니지만 부작용 발생 시 영구 장애를 남길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실명이나 피부결손 같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면서 “잘못된 의료행위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별도 자격증을 만들어 의료행위를 비의사에게 떠넘기고, 미용 시술 시장을 흔들어 비인기 과목 진료를 늘리겠다는 것은 황당한 수준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비인기 과목 진료를 늘리려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수가 체계 조정 외에는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반발 속에서 복지부는 한발 물러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용의료 분야 시술 등을 간호사에게 개방한다고 밝힌 적은 없다”며 “침습적 의료 행위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담당하는 게 기본 원칙이고, 앞으로도 불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현재 미용의료 시장이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관리를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라며 “건강에 위해가 되는 현상들도 많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체계적 관리를 해나가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정책 연구,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복지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미용시술 자격 확대 등에 대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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