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제각각’ 끝없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기사승인 2016-06-16 08: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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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제각각’ 끝없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보건복지부가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 등을 표시하는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해외의 연구결과는 결과가 상이하고 국내에는 아직 기준으로 삼을만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에 맞는 연구결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한국보건연구의료원이 지난 2월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1.6%가 ‘전자담배는 해롭다’고 대답했다. 쟁점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만큼 해로운가 하는 점이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 연기에 일반담배 2배에 해당하는 니코틴이 포함돼있다며 한 번에 150회 이상 흡입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유통되는 30여개 액상 중 가장 니코틴 농도가 높은 액상을 사용했을 때 일반담배 1개비 기준인 10모금에 2.2㎎의 니코틴이 들어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한 번에 150회 이상 흡입’이라는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보고서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50모금은 일반담배 15개비를 연속으로 태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전자담배 연기 중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학물을 극미량까지 측정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지만 이 분석법을 사용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분석법은 전자담배 사용으로 발생된 연기의 양과 전자담배 용액의 소모량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유해성분 생성률을 추적하는 질량차추적법이다. 식약처는 분석법이 담긴 정부 자료집을 발간해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에게 제공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독자적인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연구결과에 대한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조모(31)씨는 "보건복지부 발표 내용을 보면 이렇다가 싶다가도 해외 연구결과를 번역한 내용을 보면 또 다르다"면서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국 연구결과 제각각. 국내 기준 필요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 왕립의사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전자담배를 사용할 시 장기적으로 니코틴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이 일부 전자담배 제품에 대해 금연기기로서 시판을 승인해 금연보조제로 처방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영국 의약품안전관리국은 인가와 관련해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반대로 오히려 전자담배가 기존 궐련만큼 해롭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지난 2014년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연구팀은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의 10배가 넘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실험군의 환경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먼저 국내 규제에 맞는 연구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한다.


원광대학교병원 이정운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자담배가 궐련만큼 해로운지는 외국에서도 각 나라에 따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논란이 있는 문제”라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독 하에 충분한 연구를 통해 유해성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자담배협회 관계자는 “연구결과가 다양한 만큼 명확한 기준이 나오기 전까지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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