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환자 10명 중 6명은 상습 음주운전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사랑중앙병원은 지난 6월 20일부터 일주일간 외래 및 입원 환자 중 운전자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6% 가량이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경험해 본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무려 76%(145명)였다. 이 중 61%(89명)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했다고 답해 상습 음주운전자들의 경우 알코올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5회 이상은 21%(30명), 셀 수 없다고 답한 환자도 26%(38명)에 달했다.
음주운전 당시 음주량은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소주 1병 이상 또는 맥주 2000cc 이상이 69%(100명)로 가장 많았다. 자신이 마신 술의 양조차 알 수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29명)나 됐다.
음주운전을 한 이유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라는 답변이 24%였다. 이어 ‘조금만 운전하면 집에 도착할 수 있어서’가 23%,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지만 단속에 걸린 적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11%였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해서’라는 응답자는 8%, ‘운전하려는 길에는 단속이 없다고 생각해서’라는 답변은 7%였다.
음주운전 경험자 중 69%(100명)는 단속에 걸려 면허 정지나 취소, 징역, 벌금형 등에 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47명)에 가까운 환자가 면허 취소 또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에도 음주운전을 해봤다고 답했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상습 음주운전자의 경우 술을 마셨어도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해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 아무런 사고나 제재 없이 안전운전을 한 경험을 갖게 되면 또다시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연스럽게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대부분의 주에서 알코올 치료를 명령한다. 1회 적발 시에도 9개월, 2회 이상 상습 운전자는 무려 30개월간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면 심리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고 심사를 통해 면허 회복이 결정된다. 독일은 아예 상습적 음주운전자의 면허를 평생 정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도 결격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재취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에 허성태 원장은 “음주운전을 단순한 과실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이자, 동시에 음주 문제를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 결과 대부분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중독 상태에 이르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발견되는 등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에는 자신의 음주 문제를 치료하지 않는 데 있다. 설조사에서도 음주운전 단속 적발이나 처벌 이후 자신의 술 문제를 인식한 비율은 58%(84명)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환자는 단 4%(6명)에 불과했다. 절반이 훌쩍 넘는 65%(95명)는 스스로 술을 조절해서 마시거나 끊어야겠다고 대답했고, 22%(15명)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허성태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스스로의 의지로 술을 조절하거나 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알코올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더라도 별다른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습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외에도 음주 문제에 대한 치료와 교육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