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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음악 예능이 아이돌의 절실함을 이용하는 방법

음악 예능이 아이돌의 절실함을 이용하는 방법

이준범 기자입력 : 2016.07.29 17:25:20 | 수정 : 2016.07.29 17:25:30

사진=Mnet 제공


과거 Mnet ‘슈퍼스타K’가 한창 인기를 끌던 당시 ‘사연 팔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오디션 참가자들의 사연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죠.

‘슈퍼스타K’는 매 시즌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사연을 강조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일수록 눈길이 갔고, 그 영향으로 실력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사연이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쉽게 잡아줘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렸고 앞으로의 활동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도 많았습니다. 

논란을 빚은 ‘사연 팔이’는 최근 들어 보다 진화된 형태로 시청자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연 대신 절실함을 파는 방식으로 말이죠.

올해 초 방송된 Mnet ‘프로듀스 101’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프로듀스 101’은 첫 회 방송에서 연습생들이 땀 흘리며 연습하는 영상과 함께 그들에게 데뷔가 얼마나 절실한지 전했습니다. 연습생들은 서울 어딘가에 있는 연습실에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불안함과 싸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소속사 연습생, 몇 년차 연습생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덕분에 이름 없는 수많은 연습생들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생각보다 많은 수의 연습생들이 이름을 되찾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건 많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절실함과 노력에 감동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프로듀스 101’은 그렇게 착하기만 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습니다. 제작진은 연습생들의 옷 색깔을 구분하고 영어 알파벳으로 된 등급을 붙였습니다. 실력 테스트 결과에 따라 연습생들을 등급으로 분류한 것이죠. 연습생들을 고기 취급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F등급으로 분류된 연습생들이 스스로를 자조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더욱 자극했죠. 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등급대신 연습생들의 인기 순위가 그들의 이름 옆에 계급처럼 붙었습니다. 높은 순위의 연습생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연습을 하고도 좋은 순위를 유지했고, 낮은 순위의 연습생들은 미션 하나하나에 절박함을 드러내며 매달렸습니다.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청률은 무섭게 뛰어올랐고, 최종 데뷔를 하게 된 11명의 연습생으로 구성된 그룹 아이오아이(I.O.I)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방송사는 시청률와 화제성을 모두 얻었고, 연습생들은 원하던 대로 데뷔의 꿈을 이뤘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찜찜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절실함이 방송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절실함으로 인해 강력한 동기 부여 효과를 받은 연습생들은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과 매순간 카메라가 따라다닌다는 압박감, 악마의 편집에 희생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출연료도 받지 못했고, 방송에 대해 반박을 할 수 없다는 서약서도 써야 했죠.

‘프로듀스 101’의 성공에 힘입어 연습생과 가수들의 절실함을 이용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 후속으로 방송된 Mnet ‘소년24’는 데뷔가 절실한 남자 아이돌 연습생들을 모아 경쟁을 시켰고, JTBC ‘걸 스피릿’은 주목받지 못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메인 보컬을 모아 경연을 벌여 자신의 순위를 받아들게 만듭니다. Mnet ‘힛 더 스테이지’는 자신의 춤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아이돌 멤버들을 모아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나쁜 결과물로 나타나는 건 여전합니다. ‘힛 더 스테이지’는 귀신 몰래카메라로 순위를 정하겠다며 아이돌의 놀라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 웃음을 유도했습니다. 예능적인 재미를 담기 위해 MC 이수근은 안무가에게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섹시댄스를 출 수 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절실하다면 방송에서 시키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프로듀스 101’에서 연습생 김소혜의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김소혜의 빠른 성장은 그녀를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김소혜 외에 수많은 연습생들은 큰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카메라는 김소혜에게 집중될 뿐 사라져 간 다른 연습생들에게 집중하지 않았죠. ‘힛 더 스테이지’에서도 출연자들은 생각보다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였지만, MC와 패널들은 그저 감탄할 뿐 안무의 포인트나 인상적이었던 점을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없었습니다. 감상이 저마다 다를 수 있음에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팀의 무대는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습니다. 방송이 누군가의 절실함을 이용한 결과입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예능인 걸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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