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영훈 국회의원

입력 2016-08-17 08: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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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49) 의원은 지난 4·13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이다. 하지만 두 차례 제주특별자치도의원을 지냈고, 특히 의회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역현안과 의회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저돌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상대 후보와의 치열한 접전양상에서도 오직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지방의회에서의 소중한 경험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것 같다지역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신발이 닳도록 열심히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두 달간 의정활동의 소감은.

가끔 유권자들이 왜 나를 지지했나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서민들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금 처한 어려운 현실을 변화시켜달라는 요구가 컸던 것 같다. 젊은 초선 정치인으로서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달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국회 입성과 동시에 당에서 원내부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현재 제주도가 국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자부심이 클 것 같다.

제주는 세계의 보물섬이다. 그동안 제주를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추진해 왔다. 그만큼 제주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성공이 다른 지자체의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 모델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지난 10여년 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 일종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규제 완화 중심의 정책을 펼쳤다. 그런 과정에서 국제영어교육도시와 영리병원 등이 조성된 것이다. 문제는 제주의 기초산업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자본이 들어오다 보니 당장 눈앞에 놓인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산업은 갑자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더불어 무분별한 외자유치는 부동산 폭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도민들의 삶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주의 발전과 비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관광객도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이제부터는 질적 성장을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총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올해 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을 맞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결론부터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실패했다고 본다. 만약 성공했다면 도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돼야 하고, 1인당 소득도 높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성장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폭등과 무분별한 외자유치로 제주의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제주만의 문화적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가 양적 성장에만 주력했다면 지금부터는 질적 성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질적 성장 가운데서도 어떤 부분의 확충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나.

사실 제주가 국제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지금과 같이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예측하진 못했다. 그러다보니 사회기반시설이 너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제주시, 서귀포시)를 폐지하다 보니까 문제가 커진 부분도 있다. 주택문제, 의료서비스, 도로확충, 생활쓰레기 해결 등 도시공동체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와 기초·광역단체 등이 역할을 분담해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단일광역체제가 되다보니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력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아무리 작은 의제도 광역단체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다 보니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제주에)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보나.

기초자치의 장점, 이를테면 풀뿌리민주주의의 장점을 어떤 방식으로 복원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특별자치도로서 단일광역행정 시스템을 거부하자는 것은 아니다. 특별자치도로서 그동안의 성과는 성과대로 인정하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두 행정시장에 대한 직선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 방식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행여 중차대한 현안에 대해 도지사와 직선제 시장간 이견이 생겼을 때 제주도정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대동제(大洞制)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선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구인 제주시에는 이주민들의 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주민들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사실 지난 총선 때 이주민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웃음). 젊은 층도 많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 이주민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지역구 현안도 상당하다. 우선 구도심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큰 걱정거리다. 상권을 중심으로 어떻게 구도심을 활성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구도심의 재생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쓰레기장 설치사업도 산적한 현안 중 하나다. 그 밖에도 1차 산업 종사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부분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평소 주민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SNS를 통해 수시로 의정활동을 알리고 평가를 받고 있다. 매주 금요일부터 주말을 이용해서는 지역구를 직접 찾아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그들의 고민거리를 들으며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앞으로 4년간 주민들과의 소통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의정활동 첫 상임위를 교문위로 선택한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제주는 관광산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동시에 최근 지방교육의 어려움이 존재하다보니 오히려 상임위 선택에 큰 고민이 없었다. 당내에서 원내부대표와 함께 사교육대책FT 간사를 맡게 되면서 최근에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등 본격적인 상임위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교문위와 사교육대책TF에서 주어진 역할에 있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교육대책TF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우리 입시교육의 병폐라 할 수 있는 사교육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반드시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최근 공기업을 중심으로 직무능력 중심 채용을 지향하고 있고, 이력서에서 학력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을 앞으로 민간기업에도 퍼지게 하자는 것이다. 결국에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인터뷰] 오영훈 국회의원

-과거에는 제주에서 대학만 나와도 직장을 구하고 먹고 사는 일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교육경쟁력을 향상시키거나 학력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해서 직장 구하는데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앞으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통해 적잖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희룡도정 2년을 평가한다면.

제주를 바라보는 가치에 있어 도민들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원희룡도정이 이 가치를 키우는 것을 도정목표로 세운 것도 반길 일이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처음 원 지사가 내세운 협치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본다. 실제로 협치라는 의미가 도정 운영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만큼 도민들의 기대감도 급격히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적잖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구상과 비전만 제시하기 것보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돼야 할 때이다. 개발과 보존의 문제, 문화적 가치를 키우는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도정의 성과는 뚜렷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드러나야 하고, 자연스럽게 예산을 수반한 사업으로 실행돼야 하는데 원희룡도정에서는 이런 점이 너무나 부족하다. 도민들의 잣대 또한 매우 엄정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의정활동 포부는.

무엇보다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겠다. 겉으로 드러나 않진 않지만 현재 제주는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부동산값 폭등을 비롯해 관광산업의 발전이 도민들의 삶의 질과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모두 더불어 잘사는 제주가 되도록 도민들과 함께 제주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

 

<오영훈 의원>

-19681214

-서귀포고 졸업

-제주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졸업

-제주대 경영학 석사

-8·9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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