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진짜’ 저소득층은 못 받는 근로·자녀장려금?…지급기준, 취지와 달라

기사승인 2016-10-05 17:02:48
- + 인쇄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 “그달에만 왜 일이 없었는지 참 야속하죠. 하루, 이틀만 더 출근했다면 자녀장려금을 받았을 텐데…”

고등학생 아들을 홀로 기르며 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A씨. 지난 3월, 일이 없던 탓에 평소보다 적은 79만8900원의 월급을 받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2인 가정의 최저생계비(생계급여)는 80만2315원. 여기서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생계급여 3500원도 함께 지급됐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뒤, A씨는 근로·자녀장려금 신청대상자라는 연락을 받고 세무서를 찾았다. 그러나 직원으로부터 “지난 3월 생계급여를 받았기에 자녀장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장려금을 받아 아들이 가고 싶어 하던 학원에 보내려 한 A씨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국가가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지급조건으로 인해 저소득층 가구가 혜택을 보지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자녀장려금, 생계급여 지원·자녀 연 소득 100만원 이상 가구는 지급불가

지난해부터 도입된 자녀장려금은 부부 합산 연간 총소득 4000만원 미만이면서 18세 미만(2016년 기준, 1996년 1월2일 이후 출생자)의 부양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 1명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신청하는 해의 3월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를 받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계급여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단돈 1000원이라도 생계급여로 지원받았다면 자녀장려금을 받지 못한다. 

지난 3월 생계급여를 지원받아 자녀장려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기초생활수급자 김모(47·여)씨는 “1~2만원의 생계급여와 자녀장려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의 입장에서는 50만원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라며 “나보다 수입이 더 많은 사람이 자녀장려금을 받는 상황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부양 자녀의 소득 금액이 연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자녀장려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가 아르바이트나 생계 전선에 빠르게 뛰어들 경우, 자녀장려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 체납세액 있는 저소득층, 근로장려금 회수돼

[기획] ‘진짜’ 저소득층은 못 받는 근로·자녀장려금?…지급기준, 취지와 달라근로장려금 역시 저소득층의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근로장려금은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을 기준으로 한 가정에 연간 최대 21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근로장려금 지원 대상자가 체납세액이 있을 시, 장려금에서 세금을 충당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금을 내지 못해 6만5000가구가 근로장려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세금의 일부라도 충당된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11만200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자임에도 환급을 받지 못했다는 조모(52)씨는 “사업 실패 후, 내지 못했던 부가가치세 등으로 장려금이 충당돼 구경도 하지 못 했다”며 “내 잘못이 크긴 하지만 받으리라 기대했던 돈을 받지 못해 매우 허탈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세금의 30%만 충당하도록 개정됐으나 여전히 근로빈곤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0년 “근로장려금의 도입 취지는 근로빈곤층의 빈곤탈출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소득을 지원하는 데 있다”며 “국세 체납을 했더라도 근로장려금만큼은 전액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 국세청 “원칙에 따라 지급 중” 전문가 “본래 목적에 맞게 지급돼야”

국세청은 “원칙에 따라 근로·자녀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생계급여에는 이미 자녀 양육과 관련한 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생계급여를 지원받는 이에게 자녀장려금을 지급하면 이중수혜가 이뤄진다”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근로장려금에서 체납세액을 충당하는 것과 관련, “기존 체납된 간접세가 있으면 근로장려금에서 전액 충당하던 것을 이번 해부터 30%만 충당하도록 바꿨다”며 “대상자의 사정을 고려해 규정을 많이 완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본래 목적에 맞는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문진영 교수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진을 돕는다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는 정부로부터 각각 의료·교육·주거·생계급여를 지급받는 이를 말한다”면서 “이 중 생계급여를 받는 이만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2인 가구 기준 80만2344원 이하를 버는 가구는 생계급여 수급자로 분류돼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없지만, 2인 가구 기준 138만3352원 이하를 버는 교육급여 수급자는 자녀장려금 수령이 가능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는 “근로를 장려하자는 목적에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선진국에서는 근로장려금 대상자의 경우, 사정에 따라 세금을 유예시켜준다. 당장 세금을 받아 가면 대상자의 생계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에,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세금을 유예토록 하는 기준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