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굉장히 안이하다. 적당히 벗어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병준 총리 지명을 계속 고수한다면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양기대 광명시장(재선, 더불어민주당)은 11월 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개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 시장은 “지금의 사태는 4·19 혁명 전야와 같은 상황이다”라며 “일부 정치권의 민심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언행은 불행한 말로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거국내각 구성 등 난국을 풀 수 있는 대안을 박 대통령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쇼크’가 대한민국을 휘몰아치고 있지만 특유의 뚝심과 집중력으로 시정에 매진하고 있는 양 시장을 만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시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건국 이래 최대의 스캔들이 터졌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로 지명한 뉴스를 봤다. 나름대로 정책적인 대안도 많이 제시하고,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 역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국민과 국회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총리가 임명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총리가 돼도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굉장히 안이하다. 적당히 벗어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병준 총리 지명을 계속 고수한다면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를 하려면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사람이 지명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으리라 본다.
-각계 각층에서 대통령의 거취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개인적인 견해는 무엇인가?
▷동아일보 기자시절 정치부 기자도 했고 검찰청 출입도 했다. 그 때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이 구속됐었고 또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도 구속됐었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 두 분도 구속이 됐다. 그런 사건들을 직접 취재도 했고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굵직한 정치스캔들이 터지면 모든 국정이 마비되고 정권은 식물정권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당시는 대통령 본인의 문제는 아니었다. 자식들이나 측근의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정통성을 가진 정부가 국민들에게 하야 얘기까지는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에 담지 못할,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들이 대통령 본인을 중심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국민들의 허탈감이나 분노가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사태는 어느 정치인의 표현을 빌리면 4·19 혁명 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을 포함해 소위 집권 세력들이 민심의 큰 흐름에 대해 귀와 눈을 닫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불통 속에서는 정상적인 임기를 마치기는 어렵다. 지금 같은 행태가 계속된다면 불행한 말로가 자명하다. 그나마 마음 한 구석에 위안을 삼는 것은 우리 국민이 많이 성숙해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 ‘흐트러진 나라를 제대로 가게 하자’ ‘지금의 경제를, 안보 상황을 잘 조화롭게 풀어가자’라는 성숙한 인식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극단적인 행동이나 국민의 분노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세력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사태는 우리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결되리라 희망한다.
-평소 시민들과 많은 소통을 하는 자리인데 이 사안에 대한 민심은 어떤가?
▷길에서 만나 본 서민들은 엄청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 불안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나라가 망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것을 여야 정치권이 내년 대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진 자들이 먼저 버려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버리는 자세를 가지면 이 난국이 해결되리라는 생각을 한다.
-광명시 얘기를 해보면, 각 지자체마다 인구유출이 심각하다. 광명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는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광명시 조금씩 줄면서 현재는 34만명이 조금 넘는다. 그 이유는 광명시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했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 중 하나가 광명이다. 왜 떠나는지를 우리가 조사를 해봤다. 30대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떠난다.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떠날 때는 대개 3~4명, 즉 한 가족이 떠나간다. 그런데 들어오는 연령대는 60대가 들어온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살던 사람들이 광명이 살기 좋다고 하니 들어오는 것이다. 60대가 올 때는 보통 1~2명이 온다. 그 차이가 아주 극명하다. 우리시 인구감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요인은 KTX광명역세권의 발전이라든지 광명동굴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전하고 이번에 발표한 206만㎡(62만 2,000평)의 일반산업단지와 같은 호재 등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래서 우리시는 ▲출산육아 ▲보육 ▲교육 ▲일자리 ▲노인복지 등을 종합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 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이 고민이 광명시민 전체에게는 나쁘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 또 젊은 분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어떻게 풀어주느냐가 우리 시가 앞으로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KTX광명역세권 주변에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개발 초기 불거졌던 지역상권의 반발, 주차난 등은 해소가 됐나?
▷KTX광명역이 2004년에 국비 4,068억원을 들여 출발역으로 지어졌다. 그 앞에 160만㎡(58만 평) 정도의 역세권이 있는데 2012년 말 코스트코가 들어올 때까지 허허벌판이었다. 광명시 최대 현안이 그 역과 역세권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2010년 7월에 시장이 돼서 그 문제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큰 부지의 역세권을 활성화시키려면 유통기업이 입주해야만 했다. 그래서 코스트코, 이케아 등을 유치했다. 2012년 말에 코스트코가 들어오면서 역세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세권 활성화 초기에는 광명시 전통시장의 중소상인, 패션협회, 가구협회 관계자 분들의 저항이 상당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투트랙 대책을 추진했다. 첫번째는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상인과의 업무협약, 상생협약을 맺게 했다. 둘째는 전통시장에 약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형주차장을 짓고 슈퍼연합회를 위한 공동물류센터를 지었다. 그 외 시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 대형유통기업이 오는 것 까지는 불가피했지만 그것 때문에 중소상인들이 어려워지고 지역경제가 무너지면서 서민들이 눈물을 흘렸다면 난 역사의 죄인이 됐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상생의 노력이 결실을 이뤄 이제는 중소상인분들이 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케아의 주차면수가 3,400대다. 상당한 규모이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방문한다. 작년에만 1,500만명 이상이 광명 역세권에 방문했다. 이케아에 680만명, 코스트코에 700만명, 롯데아울렛에 2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너무 많이 오시다보니 주차장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에 우리가 코레일과 업무협약을 맺어 조만간 3,000면 규모의 주차장을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그 외 지금도 꾸준히 주차면을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변화된 대한민국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잘 시행되리라 보는가?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한 15년 했다. 그 때 정치권과 검찰에 출입하면서 우리 사회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것이 부정부패 척결 이라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부패의 뿌리가 깊다. 가장 우선적으로 구조적, 조직적 큰 비리를 척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밥값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것도 잘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에 치중하다보면 중요한 구조적, 조직적, 고질적인 큰 단위의 부정부패를 소홀히 할 수 있다. 큰 단위의 부패척결에 더 힘을 써야하고 부정청탁법의 좋은 취지는 살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미풍양속이라든지 삶 속에서의 불편함 등은 향후 여론을 반영해서 손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맑아지고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고 잘 진행이 돼야 할 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부터 광명동굴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찾아왔나?
▷11월 1일 현재 133만명의 유료관광객이 찾아왔다. 광명동굴이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가 됐다. 광명동굴의 또 다른 의미는 40년 버려진 폐광을 시와 시민들의 성원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동굴 개발로 인해 약 4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올해 수익만 인건비와 투자비를 제외하고 80억원에 이른다. 우리시는 광명동굴을 광명 발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내년부터는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등과 접목한 광명동굴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또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등도 접목할 계획이다. 어둠 속의 동굴, 황금동굴이라는 컨셉이다. 미래의 VR, AR, 미디어파사드 등을 접목시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언론인 출신 특유의 감으로 시정을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년 대선정국에서 당에서 원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시민과 시를 위해서 시정에 충실하면서 어떤 형태로든지 지금의 정권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는 최대한 기여하겠다. 하지만 우선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1번이다. 2번은 대선정국에서 제 역할이 있다면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다.
-도지사 출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사회, 정치판이 바뀌고 있다는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겠다. 2014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해서 우리나라의 흐름이 미국식으로 바뀌었다. 미국 대통령 후보를 보면 상원의원과 주지사가 늘 경쟁을 한다. 우리도 박원순, 남경필, 안희정, 원희룡 같은 광역단체장이 대권후보로 경쟁하는 한 축이 됐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더불어 기초단체, 특히 수도권의 큰 지자체들 수원, 성남, 고양 등의 지자체장들이 성과를 내면서 범국민적 인지도와 관심을 받고 있다.
굉장히 의미 있는 흐름이라고 본다. 과거 우리 정치판은 국회의원의 일방적인 독주였다. 그러나 이제는 광역이나 기초단체장들이 국회의원과 경쟁을 하면서 국민, 시민, 도민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이런 점을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경쟁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시민을 위해서 도민들을 위하는 이런 정치가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열심히 좋은 정치, 좋은 행정 하면서 또 다른 도약의 기회가 있다면 정치의 큰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양기대 시장>
-1962년 10월 12일
-전주고 졸업
-서울대 졸업
-동아일보 기자(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열린우리당 수석부대변인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중국 국립우한대학교 객좌교수
-민주당 광명을 지역위원장
-일자리방송 일자리 홍보대사
-제16대 광명시장
-現 제17대 광명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