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 인권’ 담은 정신보건법, 학회 “졸속추진”

기사승인 2017-01-06 1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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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 인권’ 담은 정신보건법, 학회 “졸속추진”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를 담은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 시행을 5개월 앞둔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문가 의견 수렴 없는’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 시행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 수렴 없는 졸속 심의에 의한 통과라는 법안”이라며 “정부 담당 부서의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 인하여 개정안의 시행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실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에는 정신보건법에서 환자의 보호자 2명의 동의 또는 보호자 1명과 의사 1명의 소견만 있으면 무조건 강제입원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입원할 수 있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개정안은 환자 ‘강제입원’ 진단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담당하고 이중 1명 이상은 국공립병원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강제입원 진단에 참여할 국공립병원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건복지부가 이를 민간병원 의사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최근 각 지자체에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에 따른 진단의사제도 시행 준비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국공립병원 전문의의 진단이 어려운 지역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 전문의가 강제입원 진단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학회는 연간 13만~17만건에 이르는 강제입원 진단을 국공립병원 전문의가 해결하려면 40명 이상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 인력 확충 등에 대한 투자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강제입원 절차에 국공립병원 전문의를 참여시키는 것은 국가가 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며 “인력부족을 이유로 민간병원 의사를 동원하겠다는 것은 환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비자의 입원 관련 조항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적시의 치료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비자의 입원 2주 이내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일치된 소견을 요구하는 조항이 우려의 대상"이라며 "이는 종래의 비자의 입원 과정과 달리 환자의 자유권 제한을 전문가 개인에게 일임하지 않고, 국가가 관여함으로써 비자의 입원 과정에서의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정부의 예산확보는 전무하고 국공립의료기관 전문의 10~20명의 충원만 논의되고 있으며, 이런 대책만으로 매년 17만 건에 이르는 입원 심사를 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2차 진단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민간병원 동원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지역별 진단의사제도 시행계획' 수립 지침을 내린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학회는 "이는 환자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취지와 완전히 역행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아닐 수 없으며 이미 과다한 진료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병원 의사들이 2주라는 법정 시한 이내에 2차 진단을 해낼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법 시행과 동시에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개정법안에는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선언적 내용만 있을 뿐, 실질적인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촉진을 위한 대책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학회는 "정부와 정치권은 저비용 정신의료서비스에 만족한 나머지 지역정신보건체계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준수 신경정신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위원장은 “환자 인권보호를 위해 추가된 비자의 입원 관련 조항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와 그 가족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신질환자 입원요건 강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가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개정 정신보건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벌어질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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