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초대석] 이유미 국립수목원 원장 “개발과 보존, 10년 후를 보는 지혜가 필요해”

기사승인 2017-01-16 18: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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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은철 기자] “많은 국민들께서 지난 해 무거웠던 마음들을 올 해는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치유 받으시기를 바란다. 마음을 열어 곁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눈길을 주신다면 초록빛 삶이 깃들기 시작할 것이다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산림이 주는 치유와 회복의 기능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수목원이라는 곳은 눈에 보이는 전시와 교육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기반의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이 원장이 국립수목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여성 원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그런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켰다. 수목원 전통을 잘 살리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까지 보태 조직을 유례없이 좋은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해로 임기 3년을 맞은 이 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국립수목원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의 소회를 전한다면.

올 해 4월이면 국립수목원장이 된지 3년이 된다. 1994년에 입사해 20여년간 국립수목원에서 꿈꾸고 일해 온 연구자로써, 국립수목원을 마음 가득한 애정으로 임하다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되고, 그 힘으로 부족하지만 원장으로써 3년 가까이 이끌어오게 됐다. 취임 후 3년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4년 우리나라 생물자원 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유용식물증식센터의 개원한 후, 2016년 통일에 대비한 DMZ자생식물원도 개원했다. 정원법이 통과되면서 정원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다. 지난 2015년에는 광복 70년을 맞이해 소나무에게조차 일본식으로 붙여져 있던 영어이름을 바꾸고 알리는 우리 식물주권 바로잡기사업이 전 국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멸종 위기의 장수하늘소 대량증식 기술 확보,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의 천적인 가시고치벌을 확인해 소나무재선충의 생물학적 방제에 대한 희망을 본 것과 2010년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지구식물보전전략(GSPC)2020년까지 권고하는 희귀식물 현지외 보전 75% 달성을 5년이나 앞서 해낸 것과 우리 특산식물들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권위 있는 보고서인 레드리스트에 우리 국내 연구진들만의 노력으로 국내 최초로 33종을 등재한 것, 산림생물표본관 보유 표본이 100만점을 넘어 기초 연구의 기반을 다진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기관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국립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는 광릉숲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릉숲은 1997년부터 대통령령으로 광릉숲 보전 종합대책이 수립돼 그 중요성이 강조되다가 2010년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았다. ‘광릉숲 보전대책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Man & Biosphere program’의 핵심은 민·관 상호 협력을 통한 보전과 지역발전으로써, 정원문화마을 조성, 자전거길 조성, 광릉숲 둘레길, K-디자인빌리지 등 다양한 상생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은 향후 전이구역을 DMZ까지 확대해 고립돼가고 있는 광릉숲 생태계를 우리나라 DMZ 생태축과 연결해 생태계 접근법에 기초한 생물다양성 보전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우리나라 3대 생태축인 DMZ에는 우리나라 전체 포유류의 52%, 조류의 51%, 양서파충류의 71%, 어류의 12%가 살고 있고, 식물은 2,382 종류로 자생식물의 절반 이상이 있으니 생태계의 보물창고이다.

분단이라는 아픈 역사에도 60여년간 간섭이 배제돼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동식물의 낙원이자 생태계의 보고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DMZ자생식물원을 통해 DMZ와 그 인근 지역의 식물을 탐색, 수집, 보전, 증식하며, 국가 생태축을 연결하는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과 함께할 수 있는 DMZ 문화 플랫폼을 구연하고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선도해 나가겠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충된 개념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각 경우마다 다른 것 같다. 자연림의 경우 보존이 답이다. 조림한 숲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적당한 수의 나무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만약 조림한 숲을 그저 보존만 한다면 작은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광릉숲의 경우 여러 난개발 때문에 고생했다.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으로 나눠지는데 핵심지역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어 괜찮은데 문제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완충지역이다. 부임하자마자 소송 관련 공문을 받아 보는 등 고생이 많았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난개발을 하면 결국 미래는 어둡다. 최소 10년 후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다. 지자체나 유관기관들도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 관속식물 2,954종에 대한 분포도를 발간했다.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관속식물 분포도는 증거표본 309,333개를 근거로 1759192,54517아종 341변종 50품종에 대한 남한 지역 분포도를 하나하나 표시한 것이다. , 2,954종에 대한 2,954개의 남한 지도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 증거인 식물표본을 31만 여 개를 일일이 확인해 그 식물이 채집된 위치를 확인했다. 이 방대한 작업을 위해 국립수목원의 연구진들은 물론 아시아식물분포연구회 전문가들 170여명이 모여 전국 규모로 자생식물의 위치를 직접 확인하고 분석하기를 총 14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연구를 통해 17명이나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생물의 멸종 속도보다 생물학자가 멸종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최근 학계의 상황을 볼 때, 신진 연구자들을 17명이나 배출해 낸 것도 부수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산림보존을 위한 기관과 정부의 노력을 전해준다면.

국립수목원의 설립 시작부터가 산림보존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며 알아보니 다른 선진국들은 활성화 돼 있는 식물원·수목원이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국가미래자원인 생물자원종을 관리할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산림청 임업연구원 중부지부였던 곳이 광릉수목원을 거쳐 1999년 새로이 독립된 국립수목원으로 발전됐다. 앞으로 BT(Bio Technology)가 발전되면 될수록 가장 기본이 되는 식물자원의 확보·관리 기능이 중요할 것이고 그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CBD ;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지구식물보전전략(GSPC ; Global Strategy for Plant Conservation)은 각 국가별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의 75%를 현지외 보전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전국적으로 희귀식물 보존 국공립수목원 네트워크를 구축해 2015년도에 이미 428종을 달성했다.

동아시아생물다양성보전네트워크(EABCN ; East Asia Biodiversity Conservation Network) 및 동아시아식물원수목원총회(EABGN ; East Asia Botanic Gardens Network)의 의장국(의장기관)이 됐고, 세계생물보전연맹(IUCN ; 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서 지정하는 지구식물보전전략(GSPC ; Global Strategy for Plant Conservation)의 국가 연락기관(focal point)로 지정돼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수준(Regional level)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크게 입지가 확대됐다.

 

우리나라 산림생물 보존·관리수준을 세계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와 있다고 보는가.

현재 세계 선진국들과 비교해 단적으로 순위를 평가할 수 있는 수치는 없으나,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기관이 승격되면서 약 20년 후 2020년 쯤에는 세계 10위권의 일류 수목원이 되자는 뜻으로 비전 2020’이라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그 때 당시 선진 사례들을 살펴보았을 때, 미국 국립수목원이 보유한 표본의 숫자가 60만점이었다. 우리도 2020년쯤이면 그 목표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이미 지난 2015년에 100만점이 정리돼 전 세계 학자들이 우리 표본관의 표본을 열람하러 오고,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수준이 됐다.

개원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자생 원종, 희귀특산식물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를 누비며 탐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실크로드에서 이름을 딴 중앙아시아 그린로드 프로젝트(CABCN ; East Asia Biodiversity Conservation Network)’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 자생식물 보존 기술을 전수하며 아시아를 리드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식물복원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복원 사례를 우수사례로 꼽고 있다.

몇 년 전에 세계식물원보전연맹(BGCI ; Botanic Gardens Conservation International)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30개의 식물원과 수목원에 공식서한을 보냈는데, 우리 국립수목원이 포함돼 있었다.

전 세계에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수목원식물원들이 많지만 적어도 우리가 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을 공감하고 인정한 것 많은데 우리 국립수목원이 세계 30대 식물원 반열에 오른 계기였다.

 [기관장 초대석] 이유미 국립수목원 원장 “개발과 보존, 10년 후를 보는 지혜가 필요해”

새해를 맞아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숲의 풀과 나무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들을 마음에 품을 수 있다면, 아름다운 미래를 가진 행복한 국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목원이라는 곳은 눈에 보이는 전시와 교육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기반의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앞으로 국립수목원의 노력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러나 거창한 부탁에 앞서 무엇보다도 마음을 열어 곁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눈길을 주신다면 초록빛 삶이 깃들기 시작할 것이다.

 

 

<이유미 원장>

-1962228
-풍문고 졸업
-서울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임학 석사
-서울대 산림자원학 박사
-산림청 임업연구사 특채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국립수목원 원장직무대행
- 국립수목원 원장

 

dldms87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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