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표창원?’ 정치인 누드, 감동이 될 수도 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

‘박근혜? 표창원?’ 정치인 누드, 감동이 될 수도 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

기사승인 2017-03-09 18:33:34




[쿠키뉴스=원미연 콘텐츠에디터]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을 풍자한 누드 그림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부부의 사진을 합성한 누드 현수막까지...

잇따른 정치인들의 누드 작품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수선한 시국에
노르웨이 한 정치인의 누드 사진이 뭉클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교사, 정치인,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토르슈타인 레르홀(Torstein Lerhol)이 그 주인공인데요.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토르슈타인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하는데요.
서른 살의 성공한 남성의 모습은
아니, 서른 살의 성공한 남성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르슈타인은 척수성 근위축(Spinal Muscular Atrophy)이라는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데요.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손상돼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희귀 불치병,
척수성 근위축 탓에
토르슈타인은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르슈타인에게는 신체의 그 어떤 근육보다 힘이 되는
든든한 부모님이 계신데요.

그의 부모님은 외딴 시골 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사신 분들이지만,
“토르슈타인은 평생 걸을 수 없고, 정상인처럼 발달하지 못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진단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되레 토르슈타인을 여느 아이들처럼 키우며,
그의 꿈을 향한 모든 기회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는데요.

부모의 믿음에 보답하듯 토르슈타인은
다른 형제들처럼 모든 걸 해내며 성장했습니다.

대학까지 학업을 무사히 마쳤고,
어릴 적부터 꿈꾸던 교사도 되었죠.

하지만 피 끓는 청춘인 토르슈타인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는데요.

정치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되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에 이릅니다.

여담이지만,
토르슈타인은 ‘가장 가벼운 정치인’으로도 꼽혔는데요.

척수성 근위축으로 근육이 위축되고 뼈만 앙상히 남은 탓에
몸무게가 17kg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살이 찌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토르슈타인.

그 이유를 묻자, 가볍게 윙크하며 “간병인이 힘드니까요.”라고 답하는
재치 있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이렇게 용기 있고 낙천적인 토르슈타인에게도
주저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바로 젊은 사진작가 헨릭(Henrik Fjørtoft)이
토르슈타인의 누드 사진을 찍고 싶다고 제안해 왔을 때입니다.

‘과연 사람들이 나의 알몸을 보고 싶어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토르슈타인은 결국 작품의 모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얼마 후 공개된 노르웨이 젊은 정치인의 대담한 누드 사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는데요.

아래는 사진과 함께 올린 토르슈타인의 글 전문입니다.


"이 사진과 글을 올려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제 몸이나 외모는 저의 자아나 내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몸은 제가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제 글이 외모로 고민 중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지길 바랍니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은 내면을 가꾸는 것입니다. 성공한 삶의 척도는 외모가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된 가치들이기 때문이죠.

헨릭은 제 사진을 통해 아름다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외모의) 아름다움, 그 이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끌어안아야 하는 중요한 가치일 것입니다. 외모나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죠.

이렇듯, 결국 아름다움에 절대적 기준은 없다는 생각에 도달한 저는 제 사진을 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저는 브래드 피트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네, 잘 알고 있어요. 흉측하게 튀어나온 뼈와 위축된 근육, 심지어 등뼈는 너무 굽어 노트르담의 꼽추 같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제가 꿈을 이루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저의 재능과 기술을 이용했을 뿐이죠. 제가 받은 교육과 정치는 소위 말하는 '완벽한' 외모 없이도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해골 같은 제 모습에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며, 항상 예의를 차려 저를 대합니다. 학교 선생님들 역시 저를 보통의 아이들처럼 대해주셨어요. 물론 외모는 중요해요. 특히 요즘 아이들에겐 매우 민감한 주제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희망을 얻게 됩니다.

외모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려고, 이 글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잘 돌보고 가꿔야 합니다. 저는 그저 겉모습이 다른 사람이 우리를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은 외면뿐이 아니죠. 전 애초에 인생에서 외모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생각엔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모델처럼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더 쉬웠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역시 저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진 자질과 재능은 모두 다르고, 이는 외모보다 훨씬 중요한, 인생에서 우선시돼야 하는 가치입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의 능력이나 재능, 태도 등과 같은 내면적 가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뚱뚱하고 마르거나, 키가 크고 작거나 등의 단순한 외모의 차이가 아니라요.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의 가치가 너무 과대평가된 것 같아요."
[출처=페이스북 Fotograf Henrik Fjørtoft / 인스타그램 chairman86(Torstein Lerh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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