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바란다⑥] 일차의료 전문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7-05-06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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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 여섯 번째

[편집자주] ‘아파도 서럽지 않고,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환자들의 간단 명료하지만, 가장 필요한 소망입니다. 쿠키뉴스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공동으로 ‘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 연재는 쿠키건강TV ‘이슈체크’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만납니다.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일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에 대한 불만족이 꽤 높은 편인다. 동네의원에서 속 시원한 진단과 치료를 못 받으니, 당연히 환자들은 2차, 3차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

실제 일차의료는 복불복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인격적 진료와 한자 눈높이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진 좋은 의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제는 동네의원에서 받는 진료도 복불복이 되지 않고, 최적의 서비스가 제공되게끔 의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픈 곳이 있어 병원을 방문했는데, 불친절하거나 의료서비스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아파서 왔는데, 왜 이렇게 친철하지 못한 거지”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집에서 가까운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의원’의 경우 지역사회 주민들은 의료서비스와 함께 친절함 등 바라다는 바가 많기 마련이다.

질병 치료를 넘어 사전 예방하고,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의원급 의료기관인 동네의료기관을 1차 의료기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차 의료기관을 찾을 때 환자들은 정서적 스트레스나 식습관, 운동, 수면, 건강식품 등의 종합적 건강 상담까지 해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환자를 인격적으로 대하며 친절하게 상담해 주기를 바란다.

현재 국내 일차 의료기관, 즉 동네의원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병상 규모로 구분된다. 100병상 이상일 경우 종합병원, 30병상 이상 100병상 미만일 경우 병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자료에 의하면 종합병원은 1995년 266개소에서 2014년 321개소로 늘었다. 같은 시기에 병원은 398개소에서 1436개소, 의원은 1만4343개소에서 3만689개소로 각각 증가했다.

또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2005년 7.9개에서 2014년 13.3개로 늘었다. 국제적으로 보면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4.7개인데, 한국은 11.7개로 약 2.5배 더 많았고,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2000년 154명에서 2014년 22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간호사 수는 341명에서 641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수와 의료시설이 늘었는데,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안기종 대표는 “의사 인력이 증가했지만 실제 환자 진료를 하는 활동의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2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3.3명보다 1명가량 적다. 인구 대비 의사수가 적다는 것은 의사들이 많은 환자를 진료해 노동 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간호사는 의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족한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5.6명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인 8.9명에 비하면 3.2명이 더 적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병원을 방문 즉 이용하는 횟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 1인당 연평균 내원일수는 1990년 7.9일에서 계속 증가해, 2014년 19.7일로 늘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사 진료 횟수도 가장 많은 편인데요, 2014년 기준 한국은 14.9회로 OECD 국가 평균 7.0회의 2배에 달한다.

안 대표는 “이는 단순히 병이 많아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동네의원. 즉 1차 보건의료가 취약하다는 점이 이유이다. 1차 보건의료가 취약해서 만성적 증상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필요한 입원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며 “실제 인구 10만 명 당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 입원자 수는 2013년 기준 한국이 310.6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242.2명보다 훨씬 많다. 또 같은 시기 당뇨병 입원자수도 한국이 310.7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49.8명보다 2배나 더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의료의 기능을 강화하고 그 기능을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위한 전폭적인 인센티브 제공에 반대할 국민이나 환자는 없다. 이제 제대로 된 1차 의료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역시 기존 의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안기종 대표는 “또 동네의원 살리기도 기관 중심이 아닌 기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주치의 역할도 문지기 역할 중심이 아닌 조정자. 즉 네비게이터(Navigator) 역할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일까?

환자는 기승전 설명을 가장 많이 외친다. “왜 설명을 안 해주냐. 2시간 기다려 1분 진료 보고 설명을 안 해 준다. 의료사고가 났는데 아무 설명이 없다” 등 설명 부족에 대한 불만이 크다. 또 설명을 해주는데도 환자 눈높이에 맞지 않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인격적, 인간적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죠. 말 자르고, 반말 하고, 외국어를 섞어 쓰는 경우도 있는데요. 거기서 환자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1차 의료에 대한 신뢰가 적기 때문이다. 흔히 대형병원이라고 불리는 3차 의료기관에 가면 비용 부담은 크고 대기시간도 길지만 그만큼 의료의 질이 높아진다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생각한다.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환자가 의료의 질이 좋은 곳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동네의원에서 제일 급한 질환 외에 다른 증상에 대해서도 문의를 하고 싶지만, 개원의는 90%가 전문의이어서 다른 증상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예 대학병원이 편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3차에서는 응급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바로 이뤄지고 진료 과가 많아서 복합적인 진단도 이뤄지니, 그 점을 바라고 상급병원을 찾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로 일명 의료쇼핑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기종 대표는 “일반적으로 의료쇼핑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따져 봐야 한다. 갑상선암 확인하는데 오진이 아닐까 해서 2~3곳을 다닌다. 또 디스크 같은 것도 미심쩍어 다시 같은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모두 신뢰 할 수 있는 전담의사나 주치의가 없다보니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주치의 제도’라는 정책이 많이 언급되고 실제 관련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안 대표는 “내용면에서 찬성이다. 고령화시대에 국민이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의사가 환자를 전담해 치료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2차 3차병원을 빨리 가서 수술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속성 진료 문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료문화와 정서가 결합된 주치의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안 대표는 주치의 제도와 곤련 진료행위에 대한 인센티브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면 의원이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검사나 치료를 많이 해야 수익이 생긴다면 좋은 주치의가 나오기 쉽지 않다. 의사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미국은 월정액 환자 관리료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같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제도를 수행하면서 다른 의사에게도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 역시 도입에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songbk@kukinews.com

방송출연=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이승연 아나운서
영상편집=고성덕·권태솔 쿠키건강TV PD
영상촬영=고영준 쿠키건강TV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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