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바란다⑧] 환자에게 꼭 필요한 빠른 신약 허가

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 ‘대담’

기사승인 2017-05-08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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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아파도 서럽지 않고,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환자들의 간단 명료하지만, 가장 필요한 소망입니다. 쿠키뉴스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공동으로 ‘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시리즈 연재를 마치며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이승연 아나운서가 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한 ‘신약 허가’와 관련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주제=못다한 이야기…신약 허가와 환자 보장성 강화
◇대담=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이승연 아나운서



-이승연 아나운서=안녕하세요. 이승연입니다. 지난 7주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님과 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요. 오늘은 좀 특별한 시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환자들에게 필요한 여러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그 외에, 꼭 하실 이야기가 있으시다고요?

-안기종 대표=신약 허가와 관련해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한 마디로, 신약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약을 미리 주고 약값은 나중에 받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법도 있고 원칙도 존재하지만,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사람부터 살리고 보는 게 맞죠. 하지만 현재 말기 암으로 투병하는 저소득층 환자들이나 민간 실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의 상당수는 효과적인 신약이 있다고 해도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정부에서 보험급여 적용을 하지 않으면, 약값 부담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신약 허가와 관련된 내용 준비했습니다.

-이=획기적인 신약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값이 비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문제가 되는 건데요. 대체 허가 기간이 얼마나 길기에 환자들이 눈앞에서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건지, 먼저 그 부분부터 알려주세요. 신약으로 개발된 항암제가 보험 급여로 적용받기까지는 통상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안=일단 제약사의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1상과 2상, 3상 등의 전임상실험을 시행하고요. 그와 관련한 입증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후 식약처가 시판허가를 내면, 심평원의 급여결정과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을 거쳐, 보건복지부 고시 하에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나는 거고요.

-이=그럼 그 기간은요? 임상실험을 거쳐 약값이 결정되고,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나기까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안=항암제 시판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기간까지 제약업계 기준으로 보면, 평균 601일이고요. 복지부 기준으로는 평균 320일로 나와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냐면, 601일은 식약처 허가 시점 이후를 기준으로 계산한 거고요. 제약사가 건강보험에 등재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보면 평균 320일 정도가 되는 겁니다.

-이=당장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600일이든 320일이든 다 길어요. 항암제 시판 허가 후에 건강보험 급여 등재기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은데요. 안대표님, 우리나라만 이런 건가요? 아니면 다른 나라도 이런가요?

-안=우리나라가 OECD 평균 245일보다 약 2~3배 깁니다. 독일의 경우는 약 70일 밖에 소요되지 않는데요. 그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높은 나라라고 할 수 있겠죠. 또 OECD 항암 신약 보험 등재율은 평균 62%인데 비해, 한국은 29%만이 항암신약으로 허가받았습니다.

-이=그럼 그동안 환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신약을 본인 부담으로 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데요. 자칫하면, 급여 전환을 기다리다 잘못될 수도 있겠어요. 

-안=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중기와 말기 환자에게는 비급여 항암제가 희망이지만, 환자의 69%가 경제적 문제로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문제를 영화 설국열차에 비유합니다. 돈이 많아 비급여 항암제로 마음껏 치료받는 사람들은 앞 칸, 실손보험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중간, 그리고 돈도 없고 실손보험도 없는 사람들은 결국 꼬리칸에 남게 된다는 거죠. 

-이=부자이거나 든든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가난하거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환자들은 고가의 비급여 신약 치료는 포기하고 있는 건데요. 다른 예외적인 상황은 전혀 없는 건가요?

-안=대표적으로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시판 후 인도적 차원의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이란,  불치병에 걸렸거나 말기 암 환자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를 경우 식약처가 시판허가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해주는 제도인데요. 그 제도를 통해 환자들에게 약기 조기에 공급된 바 있었죠. 

글리벡은 1994년 노바티스가 개발한 최초의 표적항암제입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약이기도 한데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서 증상 진행을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고요. 지난 2001년 5월 글리벡이 FDA의 허가를 취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 가운데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이들의 비율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약입니다.



-이=신약 허가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순서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어떤가요?

-안=그렇죠. 식약처와 심평원이 동시에 심사 결정을 해서 환자들이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약가협상을 완료한 후 차액을 정산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선 치료, 후 지불이 되는 거죠. 

글리벡과 관련 제조사 노바티스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6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복지부는 노바티스의 18개 제품에 대해 급여 정지를 검토 중이었는데요, 글리벡이 여기에 포함 되어서 문제됐었습니다. 2014년 7월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있는데요. 이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은 의약품에 대해 리베이트 액수에 비례해 1년 범위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하는 제도입니다. 같은 약이 5년 이내에 다시 정지 대상이 되면 가중처분하거나 급여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9개 품목(엑셀론 캡슐·패취, 조메타주)의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에 총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전처분을 했다”

-이=환자들이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신약 허가와 관련된 부분을 법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을까요?

-안=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획기신약 특별법을 입법 추진 중입니다. 이 법은 환자 목숨을 다투는 치명질환 치료제를 임상2상만으로 조건부 허가하는 등의 내용이 주인데요.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환자 생명이 위급한데도 치료약이 없는, 아주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획기적 의약품을 허가해, 치료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조건부라도 허가가 나면,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들은 신약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네요? 빨리 시행되면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 될 수 있을 텐데, 왜 진전이 없는 건가요?

-안=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일어난 한미약품 올리타 임상환자 사망 부작용 사태와 비교하는 건데요. 조건부 시판허가로 인한 안전성 관리 미흡으로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죠. 법 시행으로 조건부 허가 장벽을 낮추면, 제2의 올리타 사태가 유발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탓입니다.

-이=네. 치명질환 치료제를 조건부로 허가하는 특별법 시행은 좀 더 기다려봐야겠네요. 또 반드시 이 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동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는 있으니까요. 환자들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안=네.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신약이 있다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헌법은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고, 국가가 이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죠. 실제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식약처 허가까지 받아 시판되고 있고요. 하지만 저소득층 환자는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동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는 꼭 주어져야 합니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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