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을기록하다②] 나는 왜 산부인과 의사가 됐나

정상인을 보고, 한번에 둘(산모+태아)을 보는 유일한 진료과

기사승인 2017-05-02 09: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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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산과는 다른 진료과에 비해 독특하다. 의사로서 봐야하는 개체가 산모와 태아 둘이다”

제일병원 김문영 교수는 산부인과에서 산과(출산 중심) 전문이다. 산과를 선택한 이유는 ‘독특함’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산부인과는 크게 ‘종양파트’ ‘내분비파트’ ‘산과’ 등으로 나누는데 산과는 의사로서 봐야하는 개체가 둘이다. 독특한 과이다. 태아와 산모 다 중요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산과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산과 의사로서 환자의 신뢰를 강조했다. “임신해서 오면 10달을 산모와 친밀하게 지낸다. 부부관계 등 가족관계도 잘 알게 돼 친정엄마가 같이 와서 사위 뒷담화 할 때 맞춰 줄 수도 있다. 내가 아이를 받아준 분은 다시 둘째 때도 나를 찾는다. 부인과 질환이 있어도 나한테 먼저 온다.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신을 하면 출산할 때까지 20번 정도 진료를 본다. 건강하게 출산을 하고 세 식구가 함께 나가는 모습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출산 이후에 찾아와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분들도 많다”


◎출산과 분만…출산의 주체는 ‘산모’가 돼야 한다= 
김 교수는 “‘분만’(delivery)은 의료진이 주체일 때 쓰인다. 반면 ‘출산’(birth)은 산모가 추체이다. 아이를 낳는 게 출산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료를 하면서 산모에게 건강하게 관리해야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맘대로(건강관리를 안하고) 하다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본인이 준비해야 한다. 누가 해주지 않는다. 제가 아기를 낳는 것이 아니다. 산모가 아기를 도와주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다. 남편의 지지도 필요하다’라고 매번 강조하고 있다.

그는 “난 산모나 분만실 간호사에게 강의를 하면 꼭 이 이야기를 한다. ‘의사가 주가 아니라 산모와 아이가 주연이고, 아빠는 조연이다. 내가 감독을 할 테니 영화를 찍자’라고 한다”라며 “본인이 아기를 건강하게 낳아야 하는데 주체가 되지 않고 병원에 맡겨서는 안 된다. 출산, 임신의 주체를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감동의 순간을 같이할 수 있는 행복한 의사= “(출산) 그 순간은 얼떨결이지만 기억에 남고 나중에 생각하면 감동적인 순간이다. 출산은 축제 같은 분위기다. 그 사람에게 있어 대단한 순간을 같이 할 수 있는 행복한 의사다”라며 산과 의사여서 출산의 감동, 축제 같은 분위기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김 교수는 산모가 분만할 때 칭찬하기로 유명하다. “일단 분만할 때 산모를 보면 ‘여기까지 잘 해왔다’고 칭찬한다. 분만실에 남편이 있으면 ‘원하는 걸 다 이야기하라’고 한다. 어떤 산모는 ‘그 주머니가 그 주머니’라고 하는데 딴 주머니 있으니까 말하라고 한다. 10년 전에는 명품가방 등 (자신을 위한) 선물이 많았는데 최근 한 산모는 ‘식탁’을 이야기해서 놀랐다. 25년만에 처음 듣는 선물이었다. 아기가 나오면 가족이 같이 밥을 먹고 싶다는 이유였다”

의사로서 첫 아이를 받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아기만 안 떨어뜨리면 된다’였다”고 말했다. 예상외로 간단한 대답이었다. 그는 “제일병원에 인턴으로 와서 아이를 받았는데 왼손은 어디를 잡아야 하고, 오른손은 어디에 두어야하는지 등 받는 방법에만 집중했다. 당시에는 감동 등을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건강한 사람이 환자’ 의료분쟁 1위…어려움이 상존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산과’= 산과는 의료분쟁 1위이고, 사망률도 높다. 강원도의 경우 OECD 도시별 조사에서 사망률이 최고로 나오기도 했다. 분만 의사의 부족 등이 이유다.

“이전에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면 부의 상징이었다. 대부분 생활 속에서 출산을 했다. 예전에는 누워서 출산을 하지 않았다. 사극을 봐도 줄을 잡고 몸을 일으킨 상태다. 하지만 의사의 도움이 있으면서 누워서 출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산과가 타과에 비해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로 환자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을 진료한다는 것은 축복상태에서 진료할 수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임신을 하면 몸 전체가 변한다. 또 임신으로 인한 합병증 등은 병자보다 빠르게 나빠지는 특수한 상황도 많다. 때문에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외과 파트지만 내과도 많이 공부해야 한다. 산과는 다이내믹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안 좋은 결과도 본다. 내일이 예정일인데 태아가 죽어서 오는 경우가 있다.  분쟁이 많은 것은 진료 왔을 때는 건강하다고 했는데 사망하게 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질병의 경우와 다르다. 멀쩡히 걸어 들어왔는데. 아기가 건강하다고 했는데 애가 죽던지, 산모가 죽던지 하면 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산모는 마음이 아파서 말도 못하는데 보호자는 항의한다. 의사로서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지만 공감이 필요하다.

그는 “산과는 이번 어려움을 넘어 희망을 갖게 해줘야한다. 아기를 잃은 고통은 (병원에서) 다음번 아기를 안고 가지 않는 이상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저 엄마라면’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여성은 임신하고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때문에 임신에서 벗어나 밖에서 키우고 싶어 한다. 해외 학회에서 조산된 양을 인공양수에서 키우는 연구발표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인간도 그렇게 키우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산과는 영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선택해도 ‘산과’…‘정성’을 기울이면 좋은 결과= 김 교수는 70이 넘어서도 아이를 받겠다고 말했다. “65세 정년이 지나면 이후 봉사를 통해 마감할 것이다. 완성된 의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나를 성숙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임산부와 태아, 직업상 전체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성도를 높이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산과는 일반 진료과와 달리 정상인 사람들을 본다. 태고 때부터 있었던 일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료가 도움을 주려고 들어간 것이다. AI(인공지능) 시대라고 하지만 AI가 할 수 없다. 로봇이 아이를 받겠나. 단순히 받는 게 아닌 감정을 갖고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하기 힘들 것이다”

후배들에게는 “예전에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분만 비디오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여학생들은 감격해서 운다. 일부 학생은 산과를 지원하기도 했다. 매력적인 과다”라며 “모든 일에 정성을 가지고 해라. 그래야 후회가 없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젊은 의사 중에서 일로만 보는 경우도 있는데 정성을 기울이면 자기 일에서도,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진다”라고 조언했다.

“내 아이가 아파 진료를 받으면서 산모와 아기의 케어가 중요한 걸 알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산부인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이준이씨는 자신의 아이를 치료받으며 산부인과를 지원한 케이스이다. 이씨의 아이는 지난 2015년 태어나 현재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자신이 아팠던 것을 알았을까 돌잔치에서는 청진기를 집었다. 

이력도 특이한데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2006년 12월부터 2010년 2월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0년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태중의 아이가 몸이 안 좋아져서 제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2017년 3월 제일병원 산부인과에서 레지던트 수련중이다. 

나의 고통보다는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출산’= 그에게 있어 출산은 ‘건강’이었다. “아기가 아프면서 산부인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출산은 아이를 위해 부모가 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통보다는 아이가 더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이씨는 어려움 끝에 출산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의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인턴 돌때는 내가 단순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산모와 아이에 해가 없이 출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인턴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조산인 산모의 경우 뱃속에 아기를 더 갖고 있어야 하는데. 좀 더 뱃속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분만하는 경우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특히 “산과는 산모만이 아니라 아이도, 출산까지만 아니라 출산이후에도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산모가 오면 엄마가 힘을 내야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또 열심히 하면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고도 격려한다. 특히 아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트라우마 없이 건강하게 태어나려면 힘내서 더 노력해다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산부인과를 지원해 첫 아이를 받은 느낌을 어땠을까. 이씨는 “해 끼치지 않고 잘 태어났던 기억만 있다. 당시에는 어시스턴트 역할을.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는 내가 아니다…산모의 고통을 제대로 바라봐야= 이씨에게 분만을 앞둔 산모는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한다. 산모와 공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는 참았는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내 스스로는 환자를 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환자자체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입하지 않고. 산통으로 아프다고 하면 왜 아픈지 생각하고, ‘참으면 되지’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것이다. 내가 고통을 겪어봐서 오히려 환자에게도 강요할까봐 그렇다. 고통의 역치가 사람마다 다른데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씨는 산부인과에서 수련하며 산모와 태아를 케어하고, 보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kioo@kukinews.com

글: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영상: 김해성 쿠키건강TV 감독
편집: 이동원 쿠키건강TV 제작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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