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보육원 퇴소자 ‘홀로서기’

기사승인 2017-05-13 17: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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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아나운서 ▶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살펴보는 시간이죠. 키워드 포착입니다.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심유철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항상 키워드를 먼저 제시해주시는데요.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보육원 퇴소자의 홀로서기 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18세면, 아직 어리잖아요. 한창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요.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에는 두렵고 또 현실상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인데요. 그런 아이들을 아무 대책도 없이 거리로 내몬다는 건 가혹한 일 같아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또 관련 대책은 없는 것인지 오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재 상황부터 살펴볼게요. 심기자, 만 18세가 되면, 무조건 보육원을 나가야 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현행법상 아동 복지 시설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퇴소를 해야 합니다. 물론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퇴소 시일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일시적인 기간 연장일 뿐이고요. 가혹한 홀로서기 준비는 바로 이어져야 합니다. 사실 대학 진학 비율도 그리 높지 않고요. 결국 자립은 아이들에게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정해진 시기가 되어 아이들이 무조건적으로 보육원 퇴소를 하게 되면, 의식주는 물론, 모든 삶을 혼자서 개척해 나가야만 하는데요. 이렇게 쫒겨나다시피 해서 무조건 거리로 밀려나는 아이들은, 한 해 얼마나 되나요?

심유철 기자 ▷ 전국 278개 아동 복지 시설에서 매년 만 18세가 되는 보육원 퇴소자들은 1,000명이 넘습니다. 그들은 성인이 됐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바로 사회의 문턱에 들어서고, 또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하게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한 해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나오는 군요.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준비가 됐을 때 퇴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클 것 같아요. 또 실제로 준비되지 않는 자립으로 인해 문제도 생길 수 있겠고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방황하다가 범죄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 12월, 90여 차례나 같은 매점에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인 10대가 경찰에 붙잡습니다. 현금 등 2천 300만 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경찰 조사 결과, 1년 전 보육원에서 퇴소한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해 절도 행각을 벌여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홀로서기에 실패하고 전과자가 되어버린 건데요. 사실 홀로 사회에 나와 직업을 구하는 게 만만치 않죠.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할 텐데요. 보육원 퇴소자들 취업은 잘 되고 있나요? 기본적인 급여는 받고 있는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2015년 서울시에 거주하는 아동 복지 시설 퇴소자 중 취업을 못 한 경우는, 무려 40%에 달하고요. 또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임금이 월 150만 원 이하인 경우가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설 퇴소 이후 자립 생활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아이들의 44.1%가 생활비 등 자금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열 명 중 네 명은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고, 또 벌어도 워낙 적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건데요. 그 아이들의 삶이 어떨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모든 것을 혼자 꾸려나가야만 하는 삶. 정말 막막하기만 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긴급한 상황에서도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보육원 퇴소자에게 자립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퇴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성인이 된다는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고요. 실제로 할 수만 있다면, 퇴소를 미루고 싶다는 아이들도 꽤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먼저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이 처한 상황부터 살펴봤고요. 이제 퇴소 후 지원에 대해 알아볼게요. 심기자, 아이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정부에서는 어떤 도움이나 지원을 해주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아이들을 위해 자립 지원 정착금을 지원합니다. 지방자치 단체별로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마련해 퇴소하는 아이들에게 주는 것인데요. 하지만 사실 요즘 같은 물가에 그 돈으로는 집, 아니 방을 구한다는 것도 어렵습니다. 또 서울보다 지방에 있는 보육원의 사정은 더 열악한데요. 300만원을 들고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아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게요. 그 돈으로는 혼자 지낼 방 한 칸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 왜 지역 별로 지원금이 다른 건가요?

심유철 기자 ▷ 현재 보육원 퇴소자들을 위한 지원은 모두 지방 이양 사업으로, 각 지자체 담당이기 때문입니다. 국회 예산 정책처가 최근 펴낸 아동 복지 사업 평가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자립 정착금은 평균 426만원에서 435만원, 대학 등록금은 평균 292만원에서 306만원이 지원된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하지만 그건 평균일 뿐이고요. 실상은 각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지원액 격차가 큽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지역 별로 예산에 따라 지원 금액에서 차이가 있는 건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요. 서울과 부산, 인천, 울산 등 7개 시, 도는 퇴소 아동 1인당 500만원을 자립 정착금으로 지원했는데요. 대구와 대전, 경북, 전북 등 6개 시, 도는 지원금이 없거나 평균에 못 미치는 3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또 대학 등록금 역시 부산과 서울은 300만원에서 350만원을 지원한 데 비해, 광주와 경남 등은 대학 등록금 지원이 국가 장학금과 유사, 중복 제도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업비를 책정하지 않았죠. 그러니까 일단 지자체가 배정한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요. 또 그나마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책임을 맡고 있는 지자체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앙정부에서 나서서라도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할 것 같은데요. 심기자, 이렇게 지자체가 보육원 퇴소자 지원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일단 정부 차원의 뚜렷한 지원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자립 지원의 경우, 예산 배정부터 관련 프로그램 진행까지 모두 지자체 재량에 따르고 있고요. 정부에서는 각 지자체는 퇴소자의 자립을 위해 주거, 학업 등의 측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권고 차원의 근거만 가지고 있거든요. 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가시적인 성과는 낼 수 없는 보육원 퇴소자 지원은 점점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하지만 지낼 곳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당장 가장 큰 걱정거리는 주거 문제잖아요. 정착금 외에 다른 주거 지원은 전혀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보육원 퇴소자들을 위한 전세 주택 지원도 있긴 합니다. 만 23.5세에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세 임대 입주자 모집에 신청해, 당첨되면 1인당 7천 5백 만 원의 전세 지원금이 나오는데요. 연 2%의 이자. 그러니까 7천 5백 만 원의 지원금 당첨 시 매달 12만 5천원을 거주하는 동안 이자로 내면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이자가 저렴해서 인기일 것 같아요. 그 전세 주택 지원. 많은 아이들이 해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아니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죠.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 보육원 퇴소자 모두가 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고요. 또 경쟁을 뚫고 당첨됐다고 하더라도, 집주인이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결국 영구 임대 주택 같은 정부 지원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보육원 퇴소자는 21.4%에 불과하고요. 78.6%는 친, 인척의 집이나 기숙사, 고시원 등에서 개인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어느 것 하나 녹록치가 않네요. 그럼 정부에서 지원금을 좀 더 올려서 주면 어떨까요? 500만원은 너무 적어요. 자립 정착금을 많이 주면 줄수록, 아이들의 첫 출발이 좀 쉬워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많이 주면 첫 출발은 쉽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만져보는 큰돈에 흥분해서 그냥 사고 싶은 것을 산 뒤, 어려움에 처하는 아이들이 실제로 적지 않기 때문이죠. 소수의 경우지만, 엇나가거나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오히려 양육 기간에 지속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생활 기술을 가르치고, 본인의 자립 의지를 키워주는 것이 돈을 많이 쥐여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실제적으로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할까요? 아이들이 당분간이라도 지낼 곳을 마련해줄 수는 없을까요?

심유철 기자 ▷ 그런 시설도 있긴 합니다. 아동복지법 제 40조에 의해 보육원 퇴소자들에게 취업 준비 기간 또는 취업 후 일정 기간을 보호하는 자립 지원 시설이 마련됐는데요. 하지만 전국을 통틀어 그 시설은 12개소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있긴 하지만, 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하군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전체 정원은 385명으로, 아이들은 최장 5년간만 머무를 수 있는데요. 최대 5년 생활할 경우, 매년 77명의 공석이 생깁니다. 그러니 퇴소자의 7%정도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매 해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보육원을 퇴소하는데 그 중 지낼 곳을 제공받는 건 77명이라니,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자립 지원 시설에 입소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어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전 시설에서 추천서를 받거나 대학 입학, 혹은 취업이 확정된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데요. 수용 인원이 정해져 있다 보니 절차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지원금을 주긴 하지만 금액이 적고, 또 안 주는 곳도 있고요. 일정 기간 지낼 수 있는 시설이 있긴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결국 지금까지 알아본 지원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사실상 보육원 퇴소자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의 정부 지원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것 같고요.

심유철 기자 ▷ 네. 지원 내용과 예산 보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자립을 위한 지원도 부족하지만, 아이들에게 마음을 나눌 멘토가 없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돌아갈 집도, 의지할 가족도 없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안정이거든요. 어렵게 주거지를 마련했다 하더라도 보육원 시설처럼 자신의 생활을 돌봐줄 보호자가 없다면,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주거지를 마련하고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의지할 가족도, 또 자신의 어려움을 상담할 멘토도 없다는 것 또한 문제군요.

심유철 기자 ▷ 네. 퇴소한 아이들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혹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사회적 관계망 취약이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을 더 외롭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보통 퇴소 후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자신을 키워준 시설 선생님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선생님이 자주 바뀌어 어렵게 뗀 발걸음을 그대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대책도 필요하겠네요. 심기자,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해요.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지원이 부족한가요?

심유철 기자 ▷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시설 퇴소 이전에 요보호아동들이 자립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획득해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자립을 위해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직업과 관련된 훈련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있고요. 또 일본은 퇴소 후 자립 지원의 일환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하는데요. 그건 아이들의 사회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들에 대해 개별로 맞춤별 상담 및 도움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우리나라도 그렇게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현 정부는 보육원 퇴소자의 자립 지원에 대해 예산 등 모든 사항을 지자체의 재량에 맡긴 채, 그야말로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그 사이 퇴소 청소년은 생활고로 인한 탈선 위험에 노출되고 있고요. 심기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책 좀 제시해 주세요.

심유철 기자 ▷ 정부는 일단 보육원 퇴소자의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합니다. 퇴소자의 주거, 학업, 취업, 정서 지원을 통해 자립 능력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요. 지금처럼 지자체에만 맡긴다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 형편과 담당 공무원의 관심도에 따라 때마다 예산과 지원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온전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직업 훈련, 취업연계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어야 하겠죠. 오늘 키워드 포착에서는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의 홀로서기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인 대책과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경제적, 심리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사회에 들어서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몇 년 전, 보육원 출신의 한 20대 남성이 신도 행세를 하다가 교회 헌금함을 턴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부모의 이혼 후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성인이 되면서 퇴소한 그는 공사장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갔지만, 생활고를 겪자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분명 죄를 지은 것은 맞고, 또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런 일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잊으면 안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달라져야겠죠.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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