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라버린 잉크”… 서울대병원, 정말로 정권 눈치 안 봤나

“이미 말라버린 잉크”… 서울대병원, 정말로 정권 눈치 안 봤나

감사원 실질감사 앞두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병사→외인사 수정

기사승인 2017-06-16 00:02:25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것을 놓고 서울대병원측이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병원측이 전(前) 정부와 현(現) 정부의 눈치를 본 오락가락식 진단을 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5일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고인 사망 후 유족과 시만단체 등이 사망진단서 수정을 요청했을 당시 ”내부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새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은 ‘외인사’로 바뀌고, 직접 사인은 ‘심폐 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된다. 

서울대병원이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건 병원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정권이 바뀐지 한 달여 만에 현 정부의 과거 기조와 같았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데에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감사원에서 파견한 감사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감사하는 실지감사를 7월 중 받을 예정으로, 이를 앞두고 사망진단서를 수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태다.

병원측은 이에 대해 “이미 6개월 전부터 논의했던 사안”이라며 외부 압력설을 일체 부인했다.

김연수 진료부원장은 "논란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의료윤리위원회 등에서 6개월을 논의했다”면서 “이달 7일 병원 자체적으로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에게 수정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가 5월9일에 있었던 탓에 해당 해명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무려 9개월이다. 그동안 뚜렷한 수정 가이드라인 없이 사망진단서에 ‘병사’라 적힌 두 음절은 잉크가 말랐다.

권용진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역시 “그동안 사망진단서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 ‘전공의 보호’의 2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원로교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고 조율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뿐 정권 눈치보기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백남기 농민 주치의를 맡았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여전히 ‘병사’로 기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백 교수는 한창 사망진단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진료부원장은 "실지감사와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9년 만에 정기감사를 받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권용진 단장도 "교수만 약 500명이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사망진단서 수정과 같은 어려운 결정을 정치적으로 내릴 정도로 무책임한 조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지난 2월 일부 병원 직원들이 백남기 농민의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부분에 대해 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만 벌써 두 번째 감사를 받게 됐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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