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일상예찬-③] 치매, 국가가 책임진다는데… 재원 마련은 어디서?

기사승인 2017-06-27 09: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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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시해오던 대표 공약 중 하나는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직접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치매국가책임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치매에 대한 올해 추가경정 예산(추경)에 2023억원을 반영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잡히고 있다.

정부는 ▲치매 관리 인프라 확충 ▲환자·가족의 경제 부담 완화 ▲경증 환자 등 관리 대상 확대를 골자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치매국가책임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전국 47곳인 치매지원센터를 252개소로 늘리고, 치매 관련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요양등급 기준도 확대할 계획이다.

◇치매지원센터 205개소 증설… 전국 252개소 구축=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그 수가 약 70여만명에 달한다. 특히 치매는 완치가 되지 않는 질환으로, 예방과 조기 발견해 지속적 관리를 통한 증상악화 지연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그만큼 치매지원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보건소 치매상담센터 인력은 평균 1.6명으로,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초기 대응 및 지속적 지원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지원센터(치매안심센터)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신규 205개소를 증설해 전국 보건소 총 252개소를 운영하도록 지원한다. 치매지원센터 설치에 대한 예산은 1230억원, 운영비에는 188억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올해 추경을 통해 치매지원센터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담사례관리사 등 센터 신규일자리는 5125명을 창출할 계획이며 센터당 25명으로 구성하되, 지역별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전국 공립요양병원에는 치매전문병동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34개소에서 45개소를 증설해 79개소까지 확대하고, 치매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도록 기능보강 시설비 등을 지원키로 했다.

◇치매 건보 90% 지원… 본인부담 10%로 대폭 완화= 문 대통령은 서울요양원을 방문했을 당시 치매 관련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 이내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치매에 대한 건보 본인 부담률은 경우에 따라 20∼60%로 다양하다. 이에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오는 10월부터 치매 환자 중 치료가 필요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 치매 환자부터 건강보험에서 90%를 지원해 본인 부담률을 10%로 낮추기로 했다. 단, 모든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하면 5년간 2조원이 넘게 필요한 데다,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중증 치매 환자부터 본인 부담 10%를 적용키로 했다.

또한 치매 의심 단계부터 정밀검사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고가의 비급여 검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기존 20여만원에 달하는 신경인지(기억력) 검사에 대해 올 10월부터 건보를 적용하고, 내년 1월부터는 뇌영상 검사(MRI)도 건보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 다만 정부는 불필요한 검사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급여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요양등급 확대 등 경증 환자도 맞춤형 서비스 제공= 문 대통령은 요양등급에서 제외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요양등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매 환자가 의사 앞에서는 정신이 멀쩡해져 실제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요양등급 산정 기준을 완화하고, 경증부터 중증까지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치매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도 개선키로 했다. 다만 이로 인해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환자의 건보 본인부담이 모두 10%로 낮춰지는데, 입원의 경우 기존 20%에서 절반으로, 외래의 경우 기존 30∼60%였기 때문에 대폭 줄어들게 된다”며 “건보 지원을 비롯해 센터 확충과 요양등급 확대 등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이달 말까지 준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국민일보 2017년 6월 19일자 기사 발췌)

◇사회 모두가 함께 하는 치매 극복의 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가족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행보로 보여 집니다.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계획을 6월 말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지로 관심을 받고 있는 치매,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최호진 교수(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는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치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도 변화하길 바란다고 희망했습니다.

다음은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구체적 추진 방향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최호진 교수를 통해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물어보았습니다. 아래는 최 교수의 답변입니다.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대한치매학회의 입장은?

-국가에서 치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책과 예산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환영하는 바입니다. 국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니, 국민들도 더불어 치매문제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 같아 반갑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기에는 아직도 세부 정책들이 발표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전문가 입장에서 과연 정책 수행에 문제는 없는지, 또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 학회 차원에서 참여하거나 도울 일은 없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도 치매국가책임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정책에 대해 제언할 사항이 있는가?

-먼저, 정책을 위한 재원 마련과 유지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치매는 혁신적인 신약의 개발이나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서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오랜 시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입니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지원책들이 치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도가 장기간 유지되는 과정에서 재원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재원 활용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치매 연구 지원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정비도 필요합니다. 현재 국가의 치매 연구 지원은 여러 부처의 사업 영역에 각각 산발적으로 지원되고 있고 연구 목표 대부분이 단기적인 실적 달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신경질환의 경우 환자의 검체와 뇌조직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매우 미흡합니다. 현장의 연구자들 목소리를 반영하여 이에 대한 적절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치매 연구를 집중적으로 이끌 수 있는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NIA) 혹은 독일의 퇴행성신경질환 센터 네트워크(DZNE)와 같은 국가 전담 연구기관과 연구 네트워크가 국내에서도 설립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인 치매안심센터에 대해서 복지 정책의 시각뿐만 아니라 보건정책의 시각에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현재 치매 환자와 가족들은 여러 관련 기관에서 분산되어 지원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서 직접 찾아 다녀야 하고 그 지원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각 지역 단위마다 치매안심센터가 갖추어진다면 이 센터를 중심으로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서 집중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통합 집중형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치매안심센터의 숫자 증가뿐만 아니라 운영 지침이나 지역 자원 활용을 위한 지원체계의 구성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이 부분에서 치매 전문가들의 역할과 조언이 중요합니다.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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