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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을기록하다⑮] 탄생, 고귀함에 대하여

탄생,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기적

전미옥 기자입력 : 2017.07.07 00:11:00 | 수정 : 2017.07.10 15:11:57

[쿠키뉴스=전미옥·조민규·송병기·박예슬 기자]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생은 태어남 '탄생(誕生)'을 의미한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한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자 공동체의 소중한 기록이다.  이에 쿠키뉴스는  지난 3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존엄함과 생명 탄생 과정의 고귀함을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꿈만 같은’ 탄생의 기억  

오랜 진통 끝에 아이를 출산한 한 어머니는 ‘꿈만 같다'고 말했다. 열 달 동안의 수고와 고통이 열매를 맺는 순간,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아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코끝이 찡해졌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그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했다며 아이는 잘 크고 있다고 전했다.

산모와 가족에게 출산은 새로운 시작이다. 퇴원 후 아이는 밤낮없이 울고 보챌 것이고, 아이 다루기에 서툰 초보 부모들은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취재 중 만난 또 다른 젊은 어머니는 육아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육아는)할만한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연하게 답했다. 아이가 엄마 품에서 떨어지려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밥 먹을 시간도, 편히 잠들 시간도 부족하다면서도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게 즐겁다고 했다.

한 생명이 성장하기까지 이어지는 부모의 희생과 사랑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탄생이라는 소중한 순간들을 공유해준 가족들에 감사를 전하며, 진심으로 오래도록 행복하길 바란다.

◇탄생의 기쁨, 의료진에겐 자부심

‘탄생’이라는 단어는 신비로움과 기쁨의 의미를 내포한다. 탄생과 가장 가까운 곳이 ‘산부인과’인데 언제부터인가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과 중 하나가 됐다. 너무 위험하고, 수익은 적기 때문이다.

이에 '탄생'을 주제로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자 했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의사들이 불만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의사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이 불만에 비해 더 큰 것을 알게 됐다.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 가족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밤낮을 불구하고 노력을 하는 것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힘겹게 임신·출산을 했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의사의 잘못이 아님에도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비난도 감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임신·출산에 대한 인식이 여성의 책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강한 아이를 갖기 위한 준비를 모든 여성이 하고 있었지만 남성들은 대체로 무관심함을 보인 것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최근 들어 건강한 아이를 갖기 위해 임신 전에 금연은 물론 엽산을 복용하는 등 건강한 신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는 아이를 갖기 위해 “언제 아이를 가질까”하는 단순한 고민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임신부터 출산 이후에 양육까지 고민하는 계획임신에도 관심이 늘고 있었다.

가족의 구성원이 늘어난다는 것, 임신·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아이를 낳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때문에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부부 공동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취재에서 느낄 수 있었다.

◇행복, 탄생을 바라보는 ‘인지상정’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속담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통의 마음이나 감정’이라고 적혀있다. ‘탄생-태어남’을 주제로 취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마음을 함축하는 단어가 아닐까.

“아이를 언제든 볼 수 있어 좋아요. 아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출산 후 이틀 만에 인터뷰에 응했던 모자동실의 한 산모는 아이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머나만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한국을 찾은 알레이니코바 안나씨와 알레이니코브 끼릴씨 부부. 세 번의 계류유산으로 난임 시술을 받아야 했던 러시아 부부는 지난 2014년 아이를 갖기 위해 머나먼 한국을 찾았다. 성공적인 난임 시술 덕에 첫째 아이 플라톤을 출산하고, 둘째 아이 임신을 위해 지난 6월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마법과 같은 일입니다. 비현실적이기까지 하죠. 아이를 낳지 전에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에게는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아이가 늘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플라톤의 엄마 안나씨는 탄생은 마법과 같은 일이자 행복이라며 그렇게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자신(나) 스스로의 삶의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더 나은 (인생의) 목적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의지가 생기는 것이죠.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흥미롭고, 인생의 깊은 의미를 갖게 합니다.” 아빠 끼릴씨는 첫째 아이를 낳고 아이에 읽어주기 위한 동화책을 직접 써 그림 동화책을 출판했다며, 아이의 탄생과 함께 자신의 인생도 변화했다고 웃어보였다. 이들처럼 10개월의 임신 기간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엄마와 아빠는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의 기쁨에 그렇게 또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인터뷰 중 만났던 한 의사는 “우리 인생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해 20~30대 젊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26년여간 국내 산부인과 의사로 많은 출산 현장을 지켰던 한 원로 의사는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출산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은 생명이 태어나는 현장을 지키는 사명감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탄생 현장의 존엄함을 이야기했다.

◇탄생,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기적

우리들은 모두 어머니의 뱃속에서 생겨나 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점이다.

기자는 <스토리펀딩-탄생, 그 고귀함에 대하여>를 취재하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위대함에 감탄했으며, 새삼 내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가장 강인한 사람은 일류의 기업을 세운 사업가도, 부와 명예를 갖춘 권력가도, 심지어 세계를 구하는 영웅도 아니었다. 바로 '어머니'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가장 고귀한 힘은 모성과 생명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해준 소중한 계기였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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