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사실 모르는 ‘C형간염’…치료받는 환자 20~30%에 불과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

기사승인 2017-07-11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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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사실 모르는 ‘C형간염’…치료받는 환자 20~30%에 불과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C형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특히 많아 잠재 환자를 발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는 C형간염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잠재 환자를 발굴하는 등에 국가가 전폭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운 교수는 “C형간염은 치료하기 힘든 간염이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질환이라 임상의로서도 치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분야다. C형간염이 전체 만성 간염 환자 비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치료가 힘들고 특히 요즘은 마약주사로 감염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바이러스”라며, “C형간염의 전염 경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B형간염과 달리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경로를 사전에 차단해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C형간염은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특히 많아, 잠재 환자를 발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국의 유병률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C형간염 환자 수는 3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현재 치료를 받은 환자는 이 중 20~3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C형간염의 전파 경로가 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간경화 및 간암으로 발전해 개인 및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형간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최선책은 조기 발견·치료
백 교수에 따르면 C형간염은 질환 특성상 급성으로 앓고 난 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 또 대부분이 만성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간경변을 일으킬 확률은 B형간염보다 높으며, 간암으로 발전될 확률 역시 높아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질환이다. 

그는 “C형간염의 치료는 페그인터페론이 1990년대에 등장해 2002년에 국내에 처음 도입된 후 유전자 2형에서는 80%, 1형에서는 60%까지 치료 성공률을 보였고, 덕분에 C형간염 치료가 상당히 개선됐다. 최근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Direct Acting Antivirals)가 등장한 후에는 인터페론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줄었고, 특히 유전자형 1b형 환자에서는 약 300만원 수준으로 치료비 부담이 경감됐다”고 설명했다.

C형간염은 항체(Anti-HCV)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 검사는 특이성과 민감도가 매우 높은 효소면역측정법(EIA, Enzyme Immuno-Assay)으로 진행되는데 다만, 현재 C형간염이 완치되었더라도 과거에 감염된 경력이 있으면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실제 C형간염 환자들과의 구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C형간염 항체 검사는 비용 부담도 없고 쉽게 C형간염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의료진 설명이다.

백 교수는 “환자가 간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찾아오면 당연히 B형, C형 검사를 진행한다. 과거에는 C형간염 항체 검사는 보험 급여 인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삭감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C형간염으로 의심이 되는 환자에게도 국가에서 해당 검사에 대해 보험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이미 간질환이 있다거나 주변에 C형간염 환자가 있는 경우,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한 경우, 문신을 한 경우 등 감염이 의심 되는 환자에 한해서 C형간염 항체 검사의 보험이 적용 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 기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C형간염 환자들 중에는 감염 여부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에 간학회는 국내 고령의 C형간염 환자들이 많다는 특성 및 비용효과를 모두 고려해 40세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진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고, 현재는 유병률이 높은 남쪽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당장 일시적으로는 비용이 들겠지만 치료가 쉬워진 덕분에 조기 발견만 한다면 병의 확산을 막고 유병률을 낮출 수 있어 C형간염 검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C형간염 검사를 실시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C형간염 치료와 관련해 백 교수는 이제 DAA제제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C형간염 가이드라인은 2013년과 2015년에 변경된 이후 올 해 또 한 차례 개정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이 2년에 한 번꼴로 자주 바뀌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치료 환경이 빠르게 바뀌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권고사항이었던 치료법이 개정 후에는 더 이상 권고되지 않는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미국은 이전의 표준 치료법이었던 인터페론 치료를 약 3년 전부터는 아예 권고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는 좋은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대부분 12주 복용으로 95% 이상의 치료율을 보이고 있어 C형간염을 매우 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인터페론처럼 어려운 치료를 1년여의 장기간에 걸쳐 하다보면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치료를 마치고 모든 것을 극복한 환자의 사례를 보면서 큰 보람을 많이 느꼈다. 현재는 치료 기간이 짧아져 환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 C형간염 100% 치료 근접…제파티어 등 효과 높이고, 부작용 줄인 치료제 속속 출시
특히 “개인적으로 국내에 출시된 모든 DAA 제제의 임상 연구를 진행했고 후속 약물들의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3년 이내의 연구에서는 간경변 유무, 과거 치료 실패 유무, 초치료인지 재치료인지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이 100% 치료에 성공했을 만큼 C형간염 치료가 발전했다”며 “사실 의료진들은 2015년에 DAA 제제 치료를 시작해 2020년쯤 되면 완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상당히 빨리 이뤄져 그 목표 달성도 훨씬 앞당겨졌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DAA 제제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이 짧으며 환자들의 순응도와 만족도가 매우 뛰어나다. 다만, 한 가지 추가로 고려해야할 부분은 타 약제와의 약물 상호작용(DDI, Drug-Drug Interaction)이다. 

때문에 치료제 선택에 있어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출시된 약제들의 경우 치료 성적이 95% 이상으로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가격을 먼저 따져보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감염 유전자형, 약물 상호작용, 리바비린 병용 여부 등도 약제 선택 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현재 범유전자형(Pan-genotype) 약물들의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가고 있고, 이러한 약물들이 등장하는 2년 후에는 리바비린 사용을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파티어는 효과 측면에서는 100%에 가까운 치료율 보이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타 약제와의 약물 상호작용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최근에는 보험 급여가 적용 되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많이 저렴해졌다”며 “제파티어는 유전자형 1b형에 있어 내성변이유무와 관계없이 동등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어 별도 검사를 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제파티어는 유전자형 1b형에 있어 굉장히 우수한 치료 옵션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C형간염의 치료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대상성 간경변증에서의 치료가 어렵고, 아직 모든 유전자형에서 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유전자형 치료제도 없다. 다만 이러한 범유전자형 약제들은 다수 제약회사에서 준비 중에 있어 내년 정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백신개발에 대해서는 “C형간염이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가 심해 백신 개발이 어렵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 모든 백신 연구는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백신은 고정된 부분이 있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변이가 심하다 보니 앞으로도 백신 개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 C형간염은 인간이 바이러스를 치료한 최초의 사례
백 교수는 “C형간염은 인간이 바이러스를 치료한 최초의 사례로서 인류 역사상 굉장히 의미 있는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백신을 통해 바이러스를 막기만 했었지, 치료제를 통해 박멸(eradication)했던 사례가 없었는데, C형간염이 그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며, “B형간염도 내성도 없고 치료 효과도 좋은 약제들이 사용되면서 의원에서도 치료를 많이 하고 있다. C형간염 또한 DAA 제제가 사용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치료 가이드라인만 준수한다면 의원 급에서도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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