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리프트 라이벌즈, 좁혀진 격차와 주어진 과제

[옐로카드] 리프트 라이벌즈, 좁혀진 격차와 주어진 과제

기사승인 2017-07-12 08:00:00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리프트 라이벌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평소 리그에서 혈전을 치르던 팀들이 공동체로 묶여 타 지역과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 참신한 콘셉트는 지역 팬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 좁아진 3국 간 격차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LPL)가 가져가며 일부 한국 팀 부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지역은 대회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중국은 칼을 갈고 왔다. 그간 국제무대에서 번번이 한국 팀에 패했던 중국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선명했다.

동시에 도전자로서 무엇 하나라도 더 배워가겠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한국과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 혹은 열등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한국 팀은 비교적 가벼운 마인드로 임했다. 옳다, 그르다로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리프트 라이벌즈는 애초에 휴가 기간에 치러진 이벤트 대회였다. 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팬 미팅이나 10분 단위로 짜인 취재진 인터뷰 등에 참석했다. 일부 바쁜 일정에 치인 선수들은 눈 밑이 거뭇했다. 온전히 연습에만 매진할 환경이 아니었다. 

물론 완패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중국이 더 성실히 준비했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게 결실을 맺었다. 중국 중계진이 흘린 눈물은 이들에게 ‘한국 격파’가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대변한다. 이들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팀 월드 엘리트(WE) ‘옴므’ 윤성영 코치에 따르면, 중국도 처음부터 의기투합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회 첫날 2승2패를 기록했던 이들은 둘째 날 0승4패를 기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판단했다. 이후 코치진이 머리를 맞대고 새벽 4시까지 회의를 거듭했다. 이들에게 리프트 라이벌즈는 그만큼 중요한 대회였다.

이번 우승을 기점으로 중국 리그가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대회에 참가한 선수나 코치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여전히 한국 롤챔스가 더 높은 수준 리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승 세레머니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한 기자가 중국 팀 감독들에게 물었다. 중국 리그와 롤챔스 간 실력 차가 얼마나 줄었나. 감독들은 일관되게 “여전히 롤챔스가 한 수 위, 다만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 팀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팀들의 운영 능력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개인 기량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 된 지는 꽤 되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노페’ 정노철 감독과 ‘옴므’ 윤성영 코치를 비롯, 한국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와 코치들이 꾸준히 수출되고 있는 만큼 지역 격차는 더욱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

대만·홍콩·마카오,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즈 시리즈(LMS) 약진 또한 무섭다.

현장에서 만난 한·중 선수와 코치 모두 “LMS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킬러로 명성을 드높였던 플래시 울브즈, kt 롤스터와와 에드워드 게이밍(EDG)에게 한 방씩 먹인 ahq e스포츠, 삼성 갤럭시를 상대로 초반 우위를 점했던 J팀, 중구 리그 무패 오 마이 갓(OMG)을 잡은 마치17까지. 모두 롤드컵 조별 예선 통과쯤은 우스울 전력이었다. 비슷한 시간 ‘멸망전’을 진행하던 북미·유럽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어느덧 시즌7,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장수 게임 반열에 올랐다. 메타와 관계없이 최선의 경기 운영 방식이 정립되는 과정이다. 이 분야에서 여전히 한국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롤드컵을 기점으로 추월당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그만큼 중국과 대만이 성큼성큼 쫓아왔다.

▶ 시장이 축사를 맡는 나라, 대만 e스포츠 비옥한 토양

대만은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고, 또 서브 컬처에 개방적인 나라다. 작년 롤드컵 발대식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만과 중국 간 준결승이 열렸던 대회 3일차, 천쥐 가오슝 시장이 전람관을 방문했다. 대만 민주화 운동의 대모이기도 한 그는 e스포츠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대만 팀들의 경기를 눈여겨보았다”던 67세 시장은 무대 위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현지 팀 스태프들을 격려했다. 

가오슝은 리프트 라이벌즈를 위해 근처 지하철역과 경전철을 새로 도색했다. 4000명 정원 전람관은 4일간 만석에 가깝게 붐볐다. 선수·팀 경쟁력과는 별개로 대만 e스포츠 문화는 한국보다 선진화돼있고, 삶과 밀접했다.

특히 플래시 울브즈 머천다이징 상품 종류와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한국 팀들은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유니폼을 비롯한 머천다이징 상품은 소량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다. 일부 팬덤은 자체 모금을 통해 스스로 머천다이징 상품을 개발한다. 매번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온 SK텔레콤 T1이나 kt 롤스터, 삼성 갤럭시가 플래시 울브즈보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 두 유 노우 딘타이펑?

대회 첫 날, SK텔레콤 T1이 플래시 울브즈에 승리했다. 이후 믹스트존에서 프레스 인터뷰가 진행됐다. 자리 하나 보존하기 힘들 정도로 기자실이 북적였다. 해당 경기에 대한 질문보다는 SK텔레콤 T1 선수단 개개인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어디어디에 들른 것 같던데 그 소감은” “대만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김정균 코치는 대만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페이커’ 이상혁의 아재 개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흡사 한국에 유명인사가 방문했을 때 “두 유 노우 김치”를 연발하는 기자들을 떠오르게 했다. 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뺏을 수 없어 질문 하기를 그만두었다.

이곳에서 SK텔레콤 T1을 비롯한 한국 팀들은 슈퍼스타 취급을 받았다. 적어도 대만 e스포츠 팬덤 내에선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같은 대접이었다. 특히 첫날 무대 인사 시간에 SK텔레콤 T1이 등장하자 플래시 울브즈나 ahq e스포츠보다 더 큰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팬 미팅 마지막을 장식한 것도 매번 한국 팀이었다. 비록 경기는 대패했으나 ‘피넛’ 한왕호가 리 신을 픽했다는 것만으로 대회장에 박수와 함성이 울려퍼졌다.

한국 프로 스포츠 팀 중에 해외에서 이 정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종목과 팀이 있었던가. 연고 없는 바다 건너에서 한국 스포츠 팀의 유니폼을 입고, 기백 명이 팬 미팅에 운집하고, 외신이 일제히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결승전 처참한 패배 이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리프트 라이벌즈였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해외 시장은 한국 e스포츠의 노다지다. 우리는 앞으로도 ‘페이커’ 자켓을 입고 다니는 외국의 무수한 젊은이들에게 ‘땡큐 쏘 머치’ ‘씨 유 어게인’ 하고 말 것인가. 리프트 라이벌즈가 내준 힌트요, 숙제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