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얼룩진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돈 뺏고 폭언·폭행… 악의적 소문까지

기사승인 2017-07-1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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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얼룩진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전북대병원(병원장 강명재)이 전공의 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언론보도에는 전북 소재 대학병원으로 소개됐지만, 해당 병원이 전북대병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파다하게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ㄱ씨가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의국 및 교육 수련부 등지에서 당했다는 피해사실을 보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된 피해내용은 ▶금품 갈취 ▶폭언 및 욕설 ▶폭행 ▶잠 안 재우기 ▶얼차려 ▶동의 없이 휴대전화 검사 ▶왕따 ▶휴일 없는 근무 강요 등으로 정리된다. 수개월에 걸쳐 자행된 이 같은 가혹행위에 가담한 정형외과 소속 의사들은 ㄱ씨와 같은 전공의 1년차 동기부터 교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심지어 환자 보호자가 보는 앞에서 폭행이 이뤄졌다고 ㄱ씨는 주장한다.   

조폭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피해자는 심신이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병원내 수직적 신분 구조를 고려하면 ㄱ씨처럼 을의 위치에 있는 전공의들은 ‘찍히는’ 것이 두려워 제대로 된 항변조차 하지 못한다. 도제식의 병원 특성상 폭력의 대물림 현상은 반복될 여지가 크다. 

과거 폭력사건으로 인해 물의를 빚었던 전북대병원 측은 “과거 사건을 계기로 폭력 발생 시 해임 조치 등의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교육수련실에서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 및 편익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면서 “의견 수렴 통로가 있었음에도 ㄱ씨가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전북대병원의 ‘의견 수렴 통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을까?   

이에 대한 ㄱ씨의 주장은 좀 다르다. 그는 지난 2월께 전북대 교육 수련부에서 심리 상담 및 조언을 구했지만, 병원 내에서의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조언 또한 “본인이 이런 것을 이겨 내야 한다”는 식의 답변만을 들었다고 말한다. 

최근 ㄱ씨의 사연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흉흉한 소문마저 돈다. 소위 ‘연판도장’이 돌고 있다는 것. ㄱ씨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뻔 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병원내 ‘문제적 인사’였다는 서명이 병원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 소문의 요지다. 이를 주도한 측이 전북대의대나 전북대병원, 자발적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연판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피해자를 가해자로, 가해자는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신묘한 ‘기술’이다. 병원은 가해자 측과 한통속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또한 ‘폭력 사태 발생 시 해임’이라는 병원 방침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전북대병원은 폭행사건의 전적이 있지만, 이번 사태를 볼 때 사실상 (전공의 보호)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전북대병원 폭행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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