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숙사 확충’ 안하고 반대하고… 결국 학생 책임인가

기사승인 2017-08-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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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숙사 확충’ 안하고 반대하고… 결국 학생 책임인가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취업 대란에 따른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이 지친 몸을 누일 곳마저 찾기 힘들다. 전·월세 자취방에 비해 저렴한 기숙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많지만, 수용인원이 턱없이 적어 태반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수험생이 몰리는 서울지역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1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의 한달 평균 주거비는 63만원이었다. 학생들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학비부담 경감 정책으로 인해 입학금을 폐지하고 대입 전형료를 인하하는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학생의 주거부담 개선을 위한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대학들은 기숙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부지가 있더라도 재정 여건이 허락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록금 등의 용처는 오리무중이고 앓는 소리만 있다. 기숙사 확충 과정에서 맞닥뜨린 주민 반대도 학생들 입장에선 충격이다. 고려대는 지난 2013년 학교 부지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양대도 2015년 신축 계획을 밝혔지만 사실상 표류됐다. 당시 주민 또는 임대업자들이 원룸 등의 공실(空室)을 우려해 구청에 수차례 반대 민원을 넣은 것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안 그래도 신경쓸 것 많아 고달픈 학생들이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잇속 챙기는 모습이 대학이나 임대업자나 매한가지다. 현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부담을 가질지언정 적어도 좌절하는 학생이 있도록 해선 안 될 일이다.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생을 존중하는 대학의 모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 위에 군림하는 대학의 모습이 짙다. 기숙사 지원은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대학의 기본 복지계획 중 하나다. 학생들이 마지못해 돈을 벌어야 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하는 대학이 있다면, 이 또한 대학을 택하는 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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