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병원선’ 본 간호사들의 분노… 어떻게 그렸기에?

‘병원선’ 본 간호사들의 분노… 어떻게 그렸기에?

기사승인 2017-09-04 13: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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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병원선’ 본 간호사들의 분노… 어떻게 그렸기에?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이제 막 첫발을 뗀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의 앞길에 먹구름이 잔뜩 꼈습니다. 극 중 간호사들의 외모와 행동을 현실과 다르게 표현해 비하했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죠. 대체 무엇이 잘못됐기에 시청자 게시판에 500개가 넘는 반박글이 올라온 걸까요.

먼저 간호사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복장부터 지적합니다. 병원선에 막 부임한 신참 간호사 유아림(권민아)이 입은 몸에 붙는 상의와 짧은 스커트 복장이 비현실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현장에서 대부분 바지를 입고, 치마를 입더라도 무릎 위까지 올라올 정도로 짧게 입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극 중에서 간호사들을 무능한 존재로 표현한 점도 문제입니다. ‘병원선’은 간호사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위급상황에서 환자를 회피하는 모습 등을 그렸습니다. 이를 두고 열악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현실의 간호사들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간호사가 의사 앞에서 쩔쩔 매거나 환자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등 협력이 아닌 상하관계를 강조한 장면도 지적 받았죠.

또 ‘코드블루(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한 상황)’를 그린 장면도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병원선’ 1회에서는 송은재(하지원)가 코드블루 방송을 듣고 밥도 먹지 않고 병실로 뛰어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이 코드블루는 두성그룹 재벌 2세 장성호(조현재)가 자신을 살린 송은재를 만나고 싶어서 거짓으로 요청한 것이었죠. 실제로 불가능한 설정인데다 병실의 간호사가 장성호의 장난을 용인하고 도왔다는 설정이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병원선’을 본 간호사, 혹은 간호사의 가족들은 입을 모아 드라마를 비판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간호사는 의사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제발 간호사 이미지를 깎지 말아주세요”, “간호사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 건가요”, “병원에서 하루 정도 있어 보고 써주세요” 등의 제목으로 다수의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게시판 관리자는 ‘병원선’을 비판하는 글에 묵묵부답하면서도, 드라마에 등장한 블라우스가 어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달아 더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병원선’의 전작인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습니다.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쓴 채 비키니를 입은 모습이나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최민수)이 코란 옆에서 다리를 올리고 술을 마시는 모습 등이 방송되자 드라마가 이슬람 문화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죠. 이에 MBC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며 “촬영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하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 제작에 임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1시간이란 짧은 시간에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 보이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무리한 설정과 극단적인 캐릭터가 등장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허용 범위를 넘어 누군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과도한 설정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뿐 아니라 특정 종교와 문화, 직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죠. 또 이번 논란은 제작진의 단순 실수를 넘어 해당 분야의 공부, 취재 부족을 드러낸 경우라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병원선’은 첫 주부터 발생한 간호사 비하 논란을 극복하고 순항할 수 있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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