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정책을듣다] 정병국, 교육정책 개편을 제시하다

쿠키뉴스 주최 국정운영고위과정 정병국 의원 강연

기사승인 2017-09-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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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상임대표를 맡고있는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 쿠키뉴스가 주최한 교육프로그램 ‘국정운영고위과정’ 강연에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정운영고위과정에 참석해 정치인생 30년을 회고하며 말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제‧산업 등 모든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치는 아직 아날로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러니 욕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뒤떨어지고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일수록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어떤 조직에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저출산‧청년실업 등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교육제도 개편’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정운영고위과정 세 번째 강연은 오는 28일 오후 3시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열린다. 이날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과 변재일 국회 과학기술정보장송통신위원회 위원이 강연자로 나선다.

아래는 정 의원 강연 전문이다. 

[문재인정부의정책을듣다] 정병국, 교육정책 개편을 제시하다

정치 생활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5선 국회의원 되고 난 지금 언론은 제게 ‘원조 소장파’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 얘기는 나름대로 정치권에 들어온 뒤 ‘개혁에 앞장섰다’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그 평가가 부끄러운 적이 없다. 저는 요즘 ‘내가 정치를 잘못했구나’ 하고 절실히 느낀다. 

지난 2000년 저희(원조 소장파)가 주도해 ‘새 정치 수요모임’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당시 함께 했던 16명 중 장관직을 지낸 사람이 7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인 사람만 두 명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저희와 함께 개혁 모임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던 분들이다. 정치적 입지를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공부하지 않았던 분들에 비하면 저희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당내 선배들에게 왕따 당하고 욕도 많이 먹었다. 배은망덕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정치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렇게 지난 16, 17대 총선거에서 우리는 선거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저는 16대 총선에 처음 출마했다. 당시 ‘4당3락’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선거에서 4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30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정치권에 들어온 뒤 대통령을 모시고 현장을 다니면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렀지만, 3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인이 보유한 사업체 일부를 팔아서 3억원을 만들었다. 12월 중순쯤에 조직체를 임명받고 지방에 내려갔다. 한 달 지난 뒤 집에 돌아와 매일 한숨만 쉬었다. 부인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더는 (선거 준비를) 못하겠다”고 답했다. “왜 못 하겠다는 거냐”는 질문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못한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3억원을 탕진했다. 그 후 부인이 자본을 더 투자해 겨우 선거를 끝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총 12억원이 들어갔다고 하더라. 다행히 당선됐고 3선까지 지낼 수 있었다. 10억대의 빚을 져서 3선을 지내는 동안 갚아야 했다. 국회에서 활동하면서 선거 활동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체재로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과연 정치를 계속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정치 개혁에 목을 맸다. 젊은 위원들과 함께 ‘미래연대’라고 하는 모임을 만들었던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모임에서 정치인들과 함께 치열히 공부했다. 돈이 없어도 정치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정치 사회에서 이렇게 엄청난 개혁은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회 모든 분야를 통틀어 정치가 가장 뒤떨어져 있다. 사회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술 문명의 발달 속도는 100마일, 정치는 3마일, 법은 1마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그의 책을 읽을 땐 와닿지 않았던 말이나, 요즘은 절실히 공감한다. 실질적으로 현재 사회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제‧산업 등 모든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치는 아직 아날로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러니 욕을 먹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힘이란 누가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욕을 먹는 이유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뿐 아니다. 정보를 소유하는 일이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백악관이 하는 일도 알 수 있다. 즉, 권력자가 국민보다 나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예전처럼 권력을 차지하고 있으니 국민이 존경할 수 없다.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이유도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뒤떨어지고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일수록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어떤 조직에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점이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대학에 다닐 때 컴퓨터가 있었다. 그 당시 컴퓨터는 기업이나 기관에만 있었다. 기술자만 그것을 다룰 수 있었다. 그 시대는 기계와 기계의 시대였다. 2차 산업시대의 정점이었다. 그 이후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를 개발, 누구나 기계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기계와 사람의 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사람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로 달라진 것이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떻게 될까. 사람과 현실, 가상현실이 존재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은 하나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역시 맞을 리가 없다. 2차 산업시대 때는 대량생산‧대량소비 문화였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을 뽑아놓으면 효율적으로 일했다. 지금은 소용없다. 전문화되고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원조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 어떠한가. 원조를 주러 다닌다. 대단한 나라다. 해외 대통령이나 장관을 만나면 “어떻게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그 교육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엔트러지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있다. 제가 만들었다. 엔터프라이즈(enterprise‧기업)와 컬리지(college‧대학)의 합성어다.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2‧4년제로 가면 다 망할 것이다.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청년실업자만 120만명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하면 희망이 보였다. 한 사람만 성공하면 온 가족이 먹고살 수 있었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자식과 부모가 함께 늙어간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0년 동안 80조의 세금을 들였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왜 개나 소나 대학을 가야 하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고교할당제’가 시행되면서 대학 진학률이 70%까지 떨어졌다. 아직도 높은 수치다. 대학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기업에서는 지원자의 인성‧적성‧특성 등을 보고 뽑아야 한다. 기업 스스로 직무와 직결된 교육과정을 짠 뒤, 대학에 교육을 위탁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학점제가 아닌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제도가 필요하다. 기업은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을 키울 수 있다. 당장 대기업에 하라고 강요하기 쉽지 않다. 강제하기 어렵다. 교육계 역시 반발이 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기업이 먼저 하면 된다. 지금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은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나. 공기업에서 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한다면 누가 쓸데없이 대학에 가려고 하겠나.

미래학자들은 5~10년 이내에 현존하는 직업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 말했다. ‘직업’이라는 단어가 사라진다는 소리다. 이제는 'work'(일)라는 개념만 남는다. 직장의 개념도 사라진다. 기업은 프로젝트별로 직원을 뽑는다. 선도적으로 준비해서 미래를 대비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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