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이야기②] 화물택배로 온 내 딸 ‘송이’

귀를 긁고 싶어도 통증에 '악'

기사승인 2017-10-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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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반려동물이 항상 건강하면 좋겠지만, 간혹 예상치 못한 일로 그들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 치료 중에는 단순히 수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습니다.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아프거나 다쳤을 때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지 전문가 조언을 통해 알아봅니다.

“강아지에 무지할 때라 분양해주시는 분이 통화에서 터미널로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보이시는 거예요. 그런데 화물택배라고.“

엄마는 처음 송이(몰티즈, 5살)를 만났을 때 화가 많이 났다고 한다. “분양하시는 분을 기다렸는데 왔다고 해서 가보니 화물칸에서 박스를 꺼내더라. (사람이) 데려오는 줄 알았는데 화물택배로 송이를 박스에 넣어서 패티병(물) 하나 넣고…그때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입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더라”

엄마는 “처음 왔을 때 하얀 강아지였다. 그 모습에 ‘송이송이 눈꽃송이’ 노래가 떠올랐다. 그래서 송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며 “입양 전에 분양하는 곳과 영상통화를 했는데 당시 송이가 사시기도 심했고, 눈도 회색이었다. 그게 더 안쓰러웠다. 분양하는 곳에서는 입양할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오히려 마음이 짠해 데려왔다. 몇 달간은 눈이 안 좋아 걱정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송이를 소개했다.

“송이는 사고로 재활병원을 찾은 것은 아니다. 수의사가 슬개골이 잘 빠진다고, 접종 때 선천성 슬개골 탈골 2기 정도라고 했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는데 태어나 1년이 되기 전부터 다리가 안좋다고 했다”

때문에 엄마는 집의 높은 단, 침대, 소파 등 뛸 수 있는 환경을 다 치웠다. 또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카펫을 깔았다. 다리가 안 좋은 송이가 점프하다 다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관절 영양제도 먹였지만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날 잔디밭을 산책하면서 목줄을 풀어줬더니 혼자 뛰어놀다 갑자기 ‘악’ 소리를 지르고, 한쪽 다리를 절면서 왔다. 십자 인대가 끊어지고, 슬개골이 빠진 것이다. 1차 수술에서 양쪽다리, 슬개골, 우측 십자인대 수술을 했다. 2013년 초에 있었던 일이다”

송이 엄마는 “수술을 받고 1년 동안 산책 등 재활을 했다. 송이가 개인기가 많은데 수술 이후에 다리에 무리되는 것 같아 안 시켰다. 하지만 송이가 개인기 보여주는 걸 좋아해 결국은 재탈골로 재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걷다가도, 옷을 입혀줄 때도 비명을 질렀다. 가만히 있다가도 통증 때문에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기만 해도 통증이 있는 상태였다”

당시 송이의 상태는 너무 안 좋았다. 병원에서 혈액검사 등도 했지만 통증을 느낄만한 이유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지금 병원은 걷지 못하는 상태에서 왔다. 당시 원장님께 걷지 못해도 상관없다. 대소변도 우리가 받을 테니 아이가 통증만 없게, 아프지만 않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말하는 송이 엄마는 당시 아이의 고통으로 힘들었던 상황을 토로했다.

엄마는 “다들 강아지가 아니라 사람 아기 같다고 말한다. 항상 우리가 말하는 거에 집중한다. 물먹을 때 ‘송이 물먹니’라고 계속 말하다 보니 ‘물먹자’라고 말하면 어느 날부턴가는 물 먹으로 간다”며 송이 자랑도 잊지 않았다.

송이는 손 내밀면 악수하듯이 발을 내밀고, ‘도장’이라고 하면 입으로 손에 ‘콕’ 찍는다. 아프기 전에는 구르고, 점프도 잘했다. 가장 잘하는 것은 ‘기다려’다. 발등에 물건을 올려놓고 ‘기다려’ 하면 움직이지도 않는다. 실제로 인터뷰 중에 엄마가 말하는 거를 귀담아 듣는 모습도 보였다. 

“송이에게 미안한 게 많다. 신경 쓴다고 했는데 송이가 악화된 게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시기였다. 더 일찍 알아챌 수 있었는데” 엄마는 송이가 아픈 게 자신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지금 만큼 건강해진 데는 감사해하고 있다. 

“아이가 산책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걸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 송이야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지내자” 엄마가 송이에게 전한 애정을 담은 한마디였다.

“원인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했다.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앞 발목을 바닥에 대고 움직였다. 관절뼈가 거의 녹은 것이다”

송이는 현재의 병원을 내원하기 전 슬개골탈구와 전십자인대 단열 교정수술을 다른 병원에서 3번이나 했다. 그렇지만 수술한 뒷다리 뿐 아니라 앞다리도 통증을 호소하고, 점차 다리가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식욕도 감사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혜련 오아시스동물병원 원장은 “신체검사와 방사선 검사결과, 양측 전십자인대 파열과 이전 병원에서 수술한 슬개골탈구의 재발 및 심한 다발성 관절염이 확인됐다. 또 다른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진단한 앞발목 관절은 관절뼈가 거의 녹아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상태여서 앞발목을 바닥에 대고 움직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송이는 교과서상으로는 안락사 권유 상태였다. 하지만 보호자에게는 마지막 잎새였다. 그런 마음이 내게도 생생히 전달되는데 이런 경우 너무 고민스럽다. 내가 배운 바로는 이런 상황을 권해줄(안락사를) 수밖에 없고, 보호자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정 원장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송이 엄마의 선택은 치료 포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장치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검사 결과 송이는 다발성의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진단됐고, 이전 수술부위에서는 세균 감염이 확인돼 이로 인한 감염성 관절염 치료가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이후 장기간의 항생제 처치 후 관절 CT 검사, 감염 치료 경과 확인을 위한 관절액 검사 등이 진행됐고, 장기 입원해 수중재활치료를 진행했다. 또 양쪽 십자인대파열 교정을 위한 TPLO 수술도 했다. 송이는 재활치료와 약물치료로 류마티스성 관절염에 대한 치료를 위해 장기간 입원 후 현재는 통원치료중이다.

TPLO 수술은 십자인대가 파열된 경우 정강이뼈의 경사도를 낮추어 정강이뼈가 앞으로 밀리는 힘을 제거해주어 정상 보행을 회복하게 하는 수술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발전해 보편화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손에 꼽힌다. 

정 원장은 “송이가 아토피가 있어 귀를 많이 가려워했는데 뒷다리로 귀를 긁을 때마다 다리가 아파서 운다. 보호자는 그 울음소리가 너무 안타까워 통증이라도 없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라며, “이제는 치료해 걸어 다닌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전문병원을 내원해 아이(반려동물)의 신체검사 등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