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제대로 알기①] “저는 에이즈환자입니다”

기사승인 2017-10-01 06: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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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만연한 대한민국, 하지만 에이즈는 당뇨병,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조기 검진을 통해 감염 초기에 발견해 장기적으로 치료하면 불편함 없이 평생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는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를 알려 부정적 시선이 두려워 검진조차 두려워하는 숨어있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저는 에이즈환자입니다. 그리고 한 아내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처음 에이즈 감염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 ‘양성’ 판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인생전체를 박탈당한 것 같았어요. 큰 충격과 절망에 빠졌었죠.”

“처음에는 가족들과 직장동료 등 주변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두려워 이 사실을 꼭꼭 숨겼습니다. ‘뭔가 죄를 짓고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 ‘내가 에이즈환자’라는 사실을 밝힐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이들 엄마와 아이들에게 ‘아빠가 에이즈야’라고 밝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었죠. 하지만 마냥 숨길 수만은 없는 일. 혹시 나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까지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공포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습니다.”

“또 이 사실을 직장동료들이 알게된다면. 이런 저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습니다.” -40대 중반 에이즈환자의 이야기 중

[HIV 제대로 알기①] “저는 에이즈환자입니다”“그 환자분은 45세 된 남성 가장으로 저희 병원에서 매년 내시경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받으시 던 분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검사에서 HIV 양성이 나와서 건강검진센터에서 대단히 어두운 표정으로 처음 만났었죠.”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 환자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물론 확진 과정이 필요했고 어떤 상태였는지를 알기 위한 검사들이 수반됐지만 에이즈에 감염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분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또 가족분들에게 알리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주저했죠.”

“부인에게는 감염사실을 알렸지만 자녀들과 부모님이 알기는 원치 않았고 감염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치료를 받으면서 현재는 회복이 되었지만 처음 몇 달 동안은 본인에게 병이 생겼다는 것과 그리고 이로 인해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 등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습니다. 처음에는 병원에 오기를 많이 꺼려했었고 또 진료실에서 기다리는 것도 많이 힘들어했었죠.”

“그렇지만 차차 시간이지나면서 환자분은 이병자체가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 규칙적으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특별한 문제없이 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HIV 치료는 가능할까요?

김태형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HIV 치료는 1997년 정도부터 로이게바이러스니까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초기치료가 많이 실패했었지만 여러 가지 약물들을 동시에 썼을 때 즉 3가지 약물을 병합해서 사용하게 되면 평생 통제가 된다는 경험이 쌓여 치료가 시작된 것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HIV가 발견되고 20년 동안은 치료제 없이 이 병을 치료했는데 불행 중 다행이게도 우리나라는 감염인이 많아진 시기에 치료약이 들어왔던 것이죠.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환자분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구요. 치료를 하는데 쓰이는 약물들은 간염이나 다른 바이러스 감염 때 쓰이는 것과 같은 바이러스치료제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약물의 종류도 부작용이 없고 간편해져서 하루에 한 번 두 번, 어떤 종류는 하루에 한 번 먹어도 될 정도로 치료가 많이간 소화된 상태입니다. 대부분 건강하신 분들은 3~4개월에 한번씩 약만 타가고 본인의 면역상태만 확인하고 가면되는 그런 병이 되었습니다.”

그 환자 분 아내와 아이들은 괜찮았나요?

“감염사실을 환자분이 알게 되면 제일 처음 걱정하는 것은 가족들입니다. 배우자에게 감염이 되느냐부터 시작해서 집에 같이 생활하는 아이들, 어른들과 접촉을 했을 때 일례로 보통 자녀들을 끌어안고 안아줘도 되느냐 이런 걱정들을 하며 많이 힘들어하는데 일상적으로 그런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부부간에는 전파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부간의 성생활에  콘돔 쓰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혈액이 노출되는 상황, 예를 들면 면도기를 같이 쓴다든지 이런 점들만 주의를 하라고 하고 설명합니다. 감염인이 가정생활을 하면서 같이 음식을 먹어 감염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환자분들은 처음 이런 생활습관들 때문에 불편해하고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1년, 2년, 3년, 5년, 10년 이렇게 치료하면서 지나고 보면 본인의 건강상태가 멀쩡하고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염되어 두렵다 이런 생각은 많이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감염이 되신 분들 중 기혼자의 경우 제일 중요한 역할은 배우자입니다. 아내가 이 사실을 잘 이해해주고 협조해주고 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한데요. 저희 환자분들 중에도 이 문제가 주는 가정 내 스트레스 때문에 이혼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어떤 분들은 그 상황을 서로 돌봐야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아내분이 잘 챙겨주고 남편이 약을 안먹으면 부인이 병원에 데리고 오고 하면서까지 돌봐주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 병이 진행되면서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병 때문에도 그렇고, 또 더러는 약의 부작용 때문에 그럴 수 있고 또 하나는 이 병자체가 주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치료 받는 환자분들 중에서 신경정신과쪽에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문제로 협진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환자분들 자체가 취약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보면 병에 걸린 사람들이 다른 병에 약하잖아요. 또 이분들이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훨씬 더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문제로 한동안 치료를 같이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항상 협진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을 빨리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김태형 교수는 “의사가 기억하는 환자와 환자가 기억하는 의사는 좀 다릅니다. 저희는 환자분 한 분한 분 소중하게 생각하고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입장에서는 3개월에 한 번 잠깐왔다가는 얼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병 자체가 저희 경험상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는 병이고 신체적인 장애가 생기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병이다 보니 희망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디 치료를 잘 받고 잘 회복해서 가정 내 생활뿐아니라 사회에서의 재활도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에이즈에 대해 정확히 알아봅시다>

Q. HIV와 AIDS는 같은 용어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용어이며 다른 뜻입니다.

HIV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하며, AIDS는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로 HIV 감염 후 질병이 진행되어 나타나는 면역결핍증후군을 말합니다.

Q. HIV에 감염된 사람을 에이즈환자라고 부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에이즈환자가 HIV에 감염된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명칭은 아닙니다. HIV에 감염된 사람은 질병의 진행경과에 따라 HIV 감염인과 에이즈환자로 나누어 부릅니다.

‘HIV 감염인’이란 넓은 뜻으로 보면 에이즈환자를 포함해 HIV에 감염된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질병의 진행경과를 적용하면 HIV에 감염되었지만 면역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에이즈 정의 질환(주폐포자충폐렴, 카포시육종 등 질병명으로 에이즈를 추정할 수 있는 질환)이 없는사람을 의미합니다.

이에 비해 ‘에이즈환자’란 HIV에 감염된 사람 중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과 면역이 저하되어 비감염인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증·암 등이 질병들이 나타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다면 HIV 감염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자료출처: 질병관리본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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