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뇌물수수 방관에 배임까지, 선수 발목 잡는 ‘협회’

뇌물수수 방관에 배임까지, 선수 발목 잡는 ‘협회’

기사승인 2017-10-02 15: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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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뇌물수수 방관에 배임까지, 선수 발목 잡는 ‘협회’

프로야구 정규시즌 종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833만 9577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8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올해는 714경기에 총 827만687명의 관중이 입장했습니다. 앞으로 6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지난해 세웠던 역대 최다 관중 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암이 분명한 해입니다. 올해만큼 프로야구가 잡음으로 시끌벅적했던 시즌이 있었을까요.

시즌을 앞두고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시즌 도중에는 심판들의 기준과 원칙 없는 판정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설립한 비디오 판독 센터는 각종 기술적 미흡함과 결함으로 경기에 혼선을 빚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오심으로 기록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선수도 나왔죠.

무엇보다 리그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것은 ‘심판 뇌물 스캔들’이었습니다. 최규순 전 심판 위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야구 선후배뿐만 아니라 구단에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매체 보도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조사 결과 밝혀진 구단만 두산 베어스를 비롯해 넥센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등 총 4개 구단에 달했습니다. 

송금 내역과 포스트 시즌 일정 사이의 연관성 또한 깊었지만 KBO는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최규순 심판의 도박 사실, 송금 계좌 역시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해명만 듣고 구체적인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죠. 

뇌물을 건넨 구단이 밝혀진 뒤 피해를 본 쪽은 오히려 선수들이었습니다. 팀의 승리와 우승을 위해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은 ‘매수 구단’‘매수로 얻은 우승’ 등의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KBO가 깨끗하고 빠른 대처를 했다면 선수, 리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협회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사례는 올해만도 여럿 있었습니다.

배구협회는 무리하게 건물 매입을 추진하다 재정난에 빠졌습니다. 때문에 그랑프리에 참가한 여자 배구 대표팀의 몇몇 선수들이 이코노미 석에 배정되는 웃지 못 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배구협회는 이미 ‘김치찌개 회식’으로도 홍역을 앓은 적이 있었죠. 여자배구 대표팀이 20여 년 만에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수상했지만 회식은 조촐한 김치찌개 집에서 열렸습니다. 특별한 날 협회 차원에서 제공했다고 보기엔 턱 없이 미흡했던 회식 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배구협회는 선수들에 맹목적인 대회 참여를 강요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강행군에 여기저기서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인프라 구축과 지원에는 소극적이면서 선수들에 의무만을 강조하는 배구협회의 행태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빙상 연맹은 어떤가요. 빙상 연맹은 갑작스레 대표팀 유니폼 교체를 추진하며 논란을 빚었습니다. 석연찮은 추진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유니폼 테스트 과정이 비공개로 부쳐졌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빙상의 간판 이상화 선수가 유니폼 교체에 난색을 표했음에도 빙상 연맹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유니폼 교체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유니폼 교체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과 기록 저하는 온전히 선수들의 책임으로 돌아갔습니다. 

축구 협회 역시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그동안 협회의 핵심인물로 자리한 조중연 전 축구협회 회장(71)과 이회택 전 축구협회 부회장(71) 등 전 현직 임직원들이 축구협회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조 전 회장과 이 전 회장 등 임직원 12명은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업무 추진비 등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약 1억10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부임 이슈를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신태용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선수들에 혼란을 안기고 있습니다. 

지난 달 20일에는 대한체육회가 금품수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영구 제명’됐던 대한수영연맹 임원들의 징계를 대폭 감면해준 것도 확인됐습니다. 

‘발목 잡는 협회’는 오래 전부터 스포츠계의 해묵은 논란거리였습니다.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야 될 협회가 도리어 선수들의 짐이 된 형국입니다.

스포츠팬들이 협회를 배를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된 ‘이익집단’으로 여기는 것도 협회의 불투명하고 석연찮은 운영이 불러온 결과물입니다.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그럴 듯한 지원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선수들의 발목은 잡지 말아야 되지 않을까요. 스포츠계에 만연한 환부들. 이젠 정부가 나서서 돌봐야 될 때입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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