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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제대로 알기⑤] 에이즈, 죽음의 병에서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기까지

이영수 기자입력 : 2017.10.05 01:02:03 | 수정 : 2017.10.04 22:18:19

에이즈라는 천형이 의학기술의 발달로 걸리면 곧 죽는 병이 아니라 만성질환과 같이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었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ART; antiretroviral therapy)가 발전하면서 HIV 관련 이환율과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자료에 따르면 2015년 누적 HIV 감염인 및 AIDS 환자 내국인수는 총 1만502명으로 생존감염인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감염 신고 당시 연령을 기준으로 2015년 연령을 산출한 결과 40대가 27.9%로 가장 많았고, 감염인이 노령화됨에 따라 60세 이상 감염인도 전체 1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진국에서도 HIV 감염환자의 기대여명은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가 시작된 지난 1996년부터 점차 증가해, 비감염자의 기대여명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죽음의 병 에이즈가 이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고 합니다.

◇에이즈가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를 만나 상세히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이 병원에 처음 왔을 때 만난환자인데요. 그 당시 60세가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식은땀을 흘리며 숨이 찬 모습으로 응급실에 도착해 X-ray를 찍고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폐렴이 상당히 심한데 무엇일 것 같은가’라는 말에 내려갔는데 전형적인 폐렴이 아닌 에이즈로 인해 발생하는 폐렴이어서 바로 에이즈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분은 HIV 감염으로 진단됐고 면역세포수를 보니까 30개, HIV 감염인 중에서도 면역상태가 거의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 환자분은 중환자실로 향했고 그 곳에서 일주일간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회복이 되어 일반병실로 올라갔습니다. 병실에 올라가 환자분에게 감염사실을 알려드렸죠. 그러자 이 분이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은 ‘아내도 혹 감염이 됐을까’하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에이즈예방법절차에 따라 환자분의 동의를 구해 아내 분에게 남편 분의 감염사실과 아내 분도 감염여부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달했습니다.”

“위 사실들을 아내 분께 말씀드렸더니 엉엉 우시고 난리가 아니었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평소 남편 분이 자상했던 분이셨던 것 같아요. 아내 분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던 거죠. 그리고 검사를 진행, 2주 뒤에 감염으로 결과가 나왔고, 평소금술이 남달랐던 두 분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죠.”

“그 사이 아내의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환자 분에게 전달하자 이 분이 갑자기 섬망상태, 우리말로 정신줄을 놓은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완전히 사람도 못 알아보고 헛소리하고 심지어 침대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시도하는 등 이런 상태로 2주 이상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도 환자 분이 회복이 많이 됐고 아내 분도 진단 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두 분의 관계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던 거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두 분의 어려운 관계에서 중요한 점은 가족들의 도움입니다. 즉 가족들이 치료를 도와 환자 분들이 열심히 치료를 받아 상태가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위 사례처럼 부부 중 남편 분이 먼저 감염되고 그로 인해 아내 분도 감염되고 두 분의 갈등관계조정은 쉽지 않은 상태까지 발전하게 되죠.”

“이후 아내 분은 1년 정도 우울증약을 복용할 정도로 힘들어했고, 남편 분은 죄책감 때문에 거의 외래에와서도 얼굴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매번 고개 푹 숙이고 있다가 ‘약 잘 드시죠? 약 잘 먹죠?’라고 물어보면 단순히 ‘네’ 대답하고 조용히 돌아가시곤 했습니다. 거의 이혼직전까지 간 두  분에게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요. 따님의 출산예정이 그런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 남자 상태도 안 좋고 내가 포기하면 어떻게 되겠어요’라고.. 어느 날 아내 분이 조용히 와서는 저에게 물어 보더라구요. ‘자기 딸이 곧 출산을 하는데 감염된 내가 애를 돌봐주어도 되나요?’라고.”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전혀 해를 끼칠 이유는 없으니 걱정 말라고.. 아이 돌봐주는 것 자체가 따님한테도 좋은 일이고 아이 돌봐주는 일도 어머님에게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더니 너무 기뻐하더군요. 그 후 아내 분은 아이를 열심히 돌봐주었고 그것이 계기가 돼 아이를 돌보면서 두 분에게도 웃음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병원을 찾으실 때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오셔서 약도 같이 받아가고.. 그 상태가 벌써 7~8년 지난 지금 두 분은 치료도 잘 받고 해서 면역상태도 좋아졌습니다. 남편 분은 처음 입원한 이후로 현재까지 큰 고비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질환 때문에 특별히 고민하고 있는 것은 없으며 오히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 없는지 정기검진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처럼 진단이 너무 늦어져 합병증이 생긴 상황에 병원을 찾게 되면 생명이 많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3분의 1은 사망할 정도로 나쁜 상태라는 것이죠. 위 사례의 남편 분의 경우, 건강상태가 나쁜 급성기를 이겨내고 약물치료를 열심히 받으면서 7~8년이 지난 현재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내 분은 진단 당시 면역력이 약간 떨어진 상태였으나 남편 분과 같은 상태는 아니어서 초기 약물치료를 시작해 지금은 이 질환에 대해 걱정을 하면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 오히려 걱정이 되는 것은 고혈압이 있어 이로 인해 심장병 등 합병증이 생기지 않을까 관리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 질환을 완치시킬 수는 없지만 최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을 잘 복용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처럼 이 질환자체도 약물복용을 철저히 잘만하면 크게 걱정없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HIV 감염의 조기진단을 젊어서 진단받는 분들도 많지만 약물이 좋아지면서 건강이 회복되어 질환을 가진 나이 많은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제 환자 분들 중에도 50~60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염진단은 40대 초반, 50대 초반에 됐는데 약이 좋아지니 건강하게 사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인거죠.”

“조기에 본인이 HIV 감염을 인지했거나 가능성이 있어서 오는 분들은 약물치료를 빨리하다보니 회복도 빠르고 면역상태저하에 따른 합병증도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HIV 감염을 인지 못하고 있거나 혹시 내가 이 질환에 걸리지 않았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고 긴 시간을 지체해 면역상태가 떨어진 상황에 병원을 찾아 사망에 이르는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런 분들 때문에라도 조기진단이 빨리되어야 하고 조기에 약물치료를 해야 본인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고, 본인과 관련되어 있는 성 파트너에게도 HIV를 전파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기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HIV 바이러스감염에 노출되어 있다고 의심되는 상황을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개인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혹시 남이 알게 될까봐 또는 본인이 그 질병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병원 찾는 것을 꺼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보건소를 통해 익명검사도 가능하고 본인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해 추후 본인의 감염상태가 확인되면 그때 병원을 다닐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검사방법들도 존재합니다. 또 여러 가지방법을 통해서 본인의 두려움이나 감정을 상담 받으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단 본인이 의심이 되는 상황이면 빨리 병원에 내원하거나 보건소에 내원해 익명검사든 실명검사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가지 법적 방법들을 통해 환자 분의 개인정보비밀이 보장되고 있어 환자 분들이 걱정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최선인 것이죠.”

“처음에 감염사실을 환자 분에게 전할 때 저희도 떨립니다. 의사의 경험상 이 질환으로 인해 파국을 맞는 사례를 본적이 있기 때문에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중 하나는 이 질환에 대한 인식들이 나아져서 진단이 되더라도 본인이 충분히 치료할 수 있고,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오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처음 감염에 대해 설명하면 체념하고 우울해하지만 그래도 치료가 잘될 수 있는 병이고 약물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좋아진다고 이야기를 하면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합니다.”

“특히 저희는 HIV 외에도 많은 만성감염질환들을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특히 결핵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하는 분들도 있고 몇 년씩 치료하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결핵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힘들어 포기하는 분들도 있고 병원을 찾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반면 HIV 감염이 확인된 분들의 경우 처음에는 저희도 열심히 설명하고 환자 분들도 마음을 굳게먹어 그런지 몰라도 중도 포기하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과거와 달리 HIV 감염에 대한 인식개선이 많이되어 처음에는 감염된 사실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진단받은 이후에는 치료해보려는 의지를 갖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HIV, 완치 가능할까

“바이러스 질환의 특성 때문에 완치까지 도달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C형간염치료제가 최근 많이 나와 완치의 단계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단계까지 연구되는데 20~30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특히 C형간염은 B형간염이나 HIV보다는 완치되기 쉬운 구조이긴 합니다. 어쨌든 어떤 질환의 약물이나 치료법의 진화는 여러 가지 치료법의 진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현재 여러 가지 유전자조합방법이라든지 항체치료 같은 방법들로 인해서 상당히 진보된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는 희망적 소식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10년, 20년이 될지 모르겠지 만약을 열심히 드시고 면역상태를 잘 유지한 상태로 건강하게지내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환자 분들에게 설명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다보면 아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든 약물이 등장해 완치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IV 감염인도 우리와 같습니다

“사실 많은 감염인 중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감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례의 아내 분처럼 남편 분의 감염으로 인한 감염사례도 많고, 우리나라는 많지 않지만 일부 감염인분들은 산모로부터 수직감염으로 아이도 감염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원치 않는 감염인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HIV 감염인들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들 감염인이 특별히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사람들도 아니거든요. 그냥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고 특히 그분들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만한 상황이 없다는 것이죠.”

“이 질환은 성관계를 통해서 전파되는 질환이지 그 분들과 식사를 한다거나 손을 잡았다고 해서 전파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B형간염환자나 C형간염환자에 대해 그들을 색안경을 쓰고 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혀 그런 것 없잖아요. 과거 B형간염과 C형간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개선됐던 것처럼 이제 HIV 감염인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선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감염 때문에 사경을 헤매시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치료를 잘 받아서 건강하게 지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감염사실이 확인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시는 분들이 있기도 하고요. 이 질환은 치료를 제때 받고 제때 치료를 하면 건강이 빨리 회복될 수 있고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니 본인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HIV 감염 의심이 되는 분들은 조기진단을 통해 병원에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사회구성원으로 같이 살아가는 국민여러분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이 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우리와 같은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분들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이 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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