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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건강한 노년을 위한 마음건강

건강한 노년을 위한 마음건강

기자입력 : 2017.10.08 05:00:00 | 수정 : 2017.10.06 15:16:43

글·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

[쿠키 건강칼럼] 노년기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첫째 우울증, 둘째 치매, 셋째 신경성 이 세 가지다. 이들을 극복하기 위해 ▲몸과 마음(정신)은 따로 떼어낼 수 없어 더욱 몸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노년기 정신 건강의 최대 적은 우울증과 치매, 신경성 노이로제이며 ▲노년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부정 목표가 아닌 긍정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할까 말까 하는 일은 하는 게 정답이고, 살까 말까 하는 물건은 안사는 게 정답”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고, 항상 유쾌한 목표를 통해 힘차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야한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정신과 질환 중 가장 많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기분이 침체되고, 의욕이 없고, 짜증도 나고, 입맛도 없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우울 증세가 보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거의 매일, 또 하루 종일 우울감이 지속되면 이때는 우울증이라고 한다.

원인은 우리 몸의 활동, 의욕, 수면, 식욕, 사고 등을 관장하는 뇌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이다.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중요한데, 나이가 들면서 이 호르몬은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치료에는 이 호르몬을 높여주는 약을 사용한다.

요즈음 우울증 약은 부작용도 별로 없고, 하루에 한번만 복용해도 된다. 20~30년 전보다는 매우 간편해져, 1주일에 한번 복용하는 약도 있지만 치료 기간은 꽤 길다. 약을 복용하면 3~4주 지나면서 증상들이 없어지고 다시 편안해 진다. 하지만, 정작 본격 치료는 이때부터다. 짧게는 6개월, 재발한 경우에는 2년 이상 유지 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잦은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약은 우울증 치료와 재발 방지에 3분의 1밖에 도움이 안 된다. 나머지 3분의 2는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습관이다. 특히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 햇볕을 받으면서 하는 운동은 더욱 효과가 크다. 그래서 우울증에 광치료 (Light Therapy)라고 하는 빛을 쪼이는 치료 방법도 쓴다.

국민일보DB

◇건망증이 생기면 누구나 치매를 걱정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할 수밖에 없다. 왜? 뇌 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한창 왕성하게 가족을 늘려가고, 일을 하는 청년과 중장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글픈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년의 뇌에는 지혜와 경험이 담겨있다. 또 젊은 사람 못지않게 열정과 희망도 있다. 80세에도 외국에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기억력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집중력, 방향감각, 언어능력, 판단력, 이해력, 계산능력, 기억력 등등이 모두 중요한 뇌기능이다. 이런 기능이 나이 들면서 조금씩 떨어진다. 그렇다고 다 치매는 아니다. 뇌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 기능을 잘 못하게 되면 그제야 ‘치매’라고 진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치매가 왜 왔는지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치매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저절로 신경세포들이 죽는 병인데, 왜 죽는지 아직 잘 모른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기억력 담당 세포들이 자꾸 죽고, 전두엽치매에서는 판단력과 의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마) 신경세포들이 자꾸 죽는다. 파킨슨병은 운동 담당 세포들이 저절로 죽는 병이다. 처음에는 손떨림, 보행장애 등만 생기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신경세포가 더 많이 죽으면 치매까지 오기도 한다.

▲혈관성 질환=신경세포는 혈액공급을 통해 영양분 (포도당)과 산소를 공급 받기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혈액 공급이 안 되면 신경세포는 죽을 수밖에 없다.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며, 뇌 세포가 죽으면 치매가 생긴다. 어느 혈관이 막혔는지에 따라 기억력 저하, 방향감각 저하, 판단력 저하 등 증세가 달라지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비만, 운동부족, 흡연 등이 위험요인이 된다.

치매 치료에는 약, 신체운동, 뇌운동 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비만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 어르신들은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30분 걷기만 매일 해도 큰 효과를 본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폈다 굽혔다 하는 것, TV를 보면서도 목과 어깨, 허리를 계속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뇌 운동은 사회생활을 말한다.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고,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놀러 다니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시도, 이런 모든 것이 뇌 운동이다. 수동적인 뇌 운동(TV 보기, 라디오 듣기)보다는 적극적인 뇌 운동(일기쓰기, 한문 배우기, 컴퓨터 배우기, 여행 다니기)이 뇌세포를 더 많이 자극한다.

국민일보DB

◇신경성 질환은 심리적 원인으로 신체적 증상이 느껴지는 것

여기 저기 아파서 병원에 가 보면 이런 저런 검사 후에 검사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신경성입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신경성’이란 무엇일까? 의사는 괜찮다고 하는데 왜 나는 계속 속이 더부룩하고, 항상 배가 아프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숨을 잘 못 쉬겠고, 온 몸이 화끈거리고 등과 배가 뜨거워 살 수가 없고, 목에 뭔가 걸려 삼킬 수가 없는 걸까?

사람의 몸에는 다양한 신경이 있다. 크게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로 나뉜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이고, 말초신경계는 온 몸으로 뻗어나간 가느다란 신경들이다.

말초 신경계는 하는 일에 따라 ‘운동-감각-자율’ 세 가지 신경계로 나뉜다. ‘운동 신경계’는 우리 몸의 운동을 담당한다. 걸어 다니고, 말을 하고,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운동신경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각 신경계’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느끼고, 촉감을 느끼는 역할을 한다. 다섯 가지 감각이라서 오감이라고 한다.

‘자율 신경계’는 우리 몸의 생리기능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자기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이름이 ‘자율 신경계’ 다.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침이 나오고, 장 운동이 일어나는 것 등 모든 생리기능을 자동으로 알아서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 자율신경계의 자동 기능이 조금 약해진다. 조절이 잘 안돼 증세가 생긴다. 검사에서는 잘 잡히지는 않지만, 경험 많은 의사들은 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신경성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며, 정확하게는 ‘자율신경성입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자율신경계는 심리상태와 아주 가까운 관계가 있다. 우울, 불안, 걱정거리, 초조감, 화, 짜증, 스트레스와 아주 관계가 많다. 뇌 속에 이런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와 자율신경을 담당하는 부위가 이웃처럼 밀접하게 붙어 있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다.

자율신경계는 반복하기와 규칙성을 가지고 잘 훈련시켜야 한다. 식사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양으로, 운동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양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잘 잤건 못 잤건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등이다.

매일 매일의 규칙성이 쌓여서 3개월만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거의 10분도 차이 안 나게 매일 같은 시간이 되면 눈이 딱 떠진다.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자율신경계의 문제는 물론 약도 사용하지만 특히 이런 일상생활의 규칙성과 감정 다스리기가 치료의 첩경이다.

갈 곳이 정해져야 기차표를 끊듯이, 건강도 목적지가 있어야 더 관리하기 쉬워진다. 건강 자체는 목적지가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니까 전국 여행을 한 번 해 보고 싶다던가, 시골에서 멋진 과수원을 한번 운영해 보고 싶다던가, 딸과 함께 옷가게를 해 보고 싶다던가, 2년 뒤에는 소박한 수필집을 한번 내 보고 싶다던가 하는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그 목적지에 잘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도구로 돈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듯,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

동물에 뇌가 만들어진 이유는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에너지를 섭취하고 싶어 하고, 또 섭취한 에너지는 조금이라도 아껴서 효율적으로 쓰고자 한다. 먹이는 항상 부족하고 모든 생물은 항상 배고프기 때문이다. 음식이 풍족한 경우는 지구의 수십 억 년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머리’를 잘 써서 가능한 한 에너지 사용을 요령 있게 하려고 두뇌가 생겨난 것이다.

바로 여기에 정신건강의 힌트가 있다. 몸이 편해지면 뇌가 쉬게 된다. 먹이를 구하려 고생고생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쉬는 뇌는 쓰지 않기 때문에 쪼그라든다. 반대로 몸을 계속 움직이면 뇌가 활동을 하며, 특히 배고픈 채로 몸을 움직이면 뇌는 더 많이 활발해져 뇌가 커지게 된다. 이는 동물 실험에서도 입증돼 있다. 먹이를 적게 먹은 쥐가 더 똑똑하고, 더 오래 산다. 배부르고 편하면 안 된다. 건강 장수의 비결, 치매 예방과 정신 건강 행복의 비결은 바로 ‘배고프고 몸 놀리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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