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의 명암②] 취약계층 특화지원, 문제는 없나

“일단 환영 하지만”… 선언적 정책으로 끝날까 우려

기사승인 2017-10-07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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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내놨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로 대변되는 5대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직접 참여해 힘을 실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 분야는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논쟁이 오가는 분야다. 실제 5대 국정과제 100대 세부목표 중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에 포함된 보장성 강화 계획은 그 하나하나가 보건의료계를 흔드는 사안들로 구성됐다. 특히 보장성강화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 정책 및 제도 방향에 따른 변화와 혼란, 세부계획 없이 제시된 목표로 인한 기대와 불안이 혼재된 일명 ‘문재인 케어’는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갑론을박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고, 문 대통령의 현장 발표와 보건복지부의 예산안,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비롯해 관계자와의 정책 간담회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재인 케어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해본다. 


◇ 취약계층 특화지원, 이걸로 끝?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으로 나뉜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 지원계획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중증 치매환자(약 24만명)에게 산정특례를 적용, 본인부담률을 20~60%에서 10%로 인하하고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의심단계도 필요한 경우 신경인지검사(SNSB, CERAD-K), 영상검사(MRI 등)가 가능하도록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의원급 외래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인 경우 1500원을 정액으로 부과하고 정액구간을 초과할 경우 30%의 본인부담을 적용하던 노인외래정액제는 2018년부터 정률제로 변경, 기준 상한액 2만원 이하일 경우 10%, 2만5000원 이하는 2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치과 치료의 경우 65세 이상의 틀니치료는 2017년부터, 임플란트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본인부담을 50%에서 30%로 인하한다. 18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진다.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도 5%로 낮추고,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뇌성마비, 발달지연 장애 아동을 위해 2018년도엔 치료수가를 개선하고, 2019년도부터는 권역별 어린이 재활병원을 지정,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임산부와 4대 중증질환자 등에 한정됐던 부인과 초음파 건강보험 지원을 2018년부터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확대하며, 난임부부를 위해 시술기관별 차이가 있는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방식을 표준화하고 필수 시술을 모두 건강보험에서 보장한다.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고 지원금액도 낮아 보장구 구입과 사용에 제한이 따랐던 장애인을 위해 보조기 급여대상을 확대하고 20년간 변동이 없었던 시각장애인용 보장구 등의 지원금액을 2018년부터 인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외에도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7월부터 6세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 관련법 제장안을 비롯해 최종 월 3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법과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취약계층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명암②] 취약계층 특화지원, 문제는 없나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촘촘한 제도 설계는 어디에

일련의 정부 계획과 방향은 일견 포괄적이고 탄탄하다. 대상층은 물론 일반 대중과 보건의료계 관계자들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종합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선언적 보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치매국가책임제’로 불리는 정부의 고령인구 건강보장 대책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전략을 수립해야한다”며 지역사회-1차의료기관-권역병원으로 이어지는 전달체계의 확립과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환자가 70만명을 넘어서고 연간 1인당 치매치료 및 관리비용이 2000만원을 상회하는 실정에서 지역사회에서의 대상자 발굴과 치매 조기진단, 예방 및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8일 치매국가책임제 제도방향 및 추진계획을 공개하며 전국 252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1:1 맞춤형 상담, 검진, 관리,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중증치매환자의 치료를 위한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내 치매정책 전담부서를 만들고, 장기요양 등급체계 개선과 국고재정 투입을 통해 경증 치매환자에 대한 돌봄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며, 치매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 지방자치단체 사업 지원 등의 환경조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련의 장밋빛 미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신체기능을 중심으로 5단계로 나뉜 장기요양보험 등급체계의 개선을 통해 경증치매환자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어떻게’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지금까지 장기요양보험 치매 특별등급을 받는 과정에서 담당 의사의 소견보다 등급판정원의 판단이 더 중요했다”며 “등급체계와 판단기준이 명확하게 서지 않으면 치매지원대책을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에 분포한 환자들의 발굴과 이들이 적절한 진단과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며 “정부 발표대로 체계가 갖춰지는 한편 환자 본인과 주변인들의 긍정적인 인식과 치료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계획은 현재로는 획기적인 방안이지만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제대로 구분돼 운영되지 못하는 현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이를 운영하기 위한 책임과 지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운영상의 문제나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의 마련을 기대했다.

◇ “정책 선언에 앞선 소통과 협의가 필요해”

문제는 노인국가책임제 외에도 치과치료, 난임치료, 장애인 보장구 및 어린이 재활치료 지원 등 정부가 제시한 취약계층 지원방안 또한 문제점과 쟁점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취약계층 정부지원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점은 일련의 추진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2018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252개 치매안심센터 운영과 치매안심요양병원 공공사업 지원 등 치매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2332억원을 편성했다. 이와는 별도로 노인요양시설 확충에 1259억원을, 국가 치매극복 기술개발에 98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2015년도 기준 치매환자 치료에 소요되는 총 비용이 연간 13조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에도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 추석연휴가 끝난 후 시작될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석영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아동수당 및 기초연금 인상안 ▶노인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치매관리체계 구축 ▶아동보육 및 노인요양 통합관리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들었다.

이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많은 상황”이라며 국가책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의 구체적인 계획과 실현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과 함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점은 일련의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논의구조와 명확한 기준의 부재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취약계층 지원정책이 선언적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목표는 있지만 계획과 논의대상은 없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치과계는 건강보험 지원 확대에 대해 일부를 풀어주고 적정수가를 책정하지 않거나 심사를 강화하는 등 마른 수건을 짜는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의계는 난임치료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결정에 앞서 의료계 및 관련 전문가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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