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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한가위에도 고개 떨군 결식아동… “사회 책임성 필요”

한가위에도 고개 떨군 결식아동… “사회 책임성 필요”

김성일 기자입력 : 2017.10.07 17:05:51 | 수정 : 2017.10.07 19:16:40

조상에게 감사하며 풍성과 여유를 즐기는 한가위에도 주린 배를 움켜쥔 아이들이 있습니다. 40만 명에 달하는 결식아동들의 얘긴데요. 이들 대부분은 소년·소녀 가장이나 한부모 가정, 소득이 적은 장애인 가족, 보호자 가출 가정의 아동들입니다.

현재 상당수의 결식아동들은 각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급식카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용 금액이 부족해 일반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편의점 등을 전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인데요. 급식카드로 쓸 수 있는 돈은 전국 평균 8000원 정도입니다. 한 끼 식사 값이 아닙니다. 결식아동들은 이 돈으로 하루 두 끼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조차도 지역별로 편차가 있습니다.

지난해 급식카드 1회 사용 한도는 대전, 울산, 경북, 전남, 전북 지역이 3,500원이었습니다.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강원, 충북, 충남, 경남, 제주는 4,000원, 경기 4500원, 서울은 5000원이 책정됐습니다. 이렇다보니 6천원 선에서 기본 메뉴를 내놓는 웬만한 식당은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아예 한 끼를 굶고 나서 두 끼 값을 모아 식당을 찾는 아동들도 있습니다.

주로 찾는 곳은 편의점인데요. 그나마 구색을 갖춘 음식들을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식아동들이 편의점에서 주로 사먹는 음식은 삼각김밥, 간편도시락, 냉동음식, 빵 등입니다. 자주 먹어 속이 더부룩해도, 뻑뻑해 삼키기 힘들어도 도리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결식아동들에겐 ‘편의점의 달인’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습니다. 이렇게 결식아동이 일주일 동안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는 비율(45%)은 성인 평균(7%)의 6배를 웃돕니다. 

사실 배고픔보다 아동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시선이라고 합니다.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아는 사람이 있는 편의점은 들어가지 않거나 냉동음식을 데우지도 않고 나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급식카드를 내미는 손도 자꾸 신경 쓰여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인천의 한 결식아동은 “선생님이 편의점 자주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다. 돈도 없고 남들이 쳐다보는 게 거슬려 부담스럽지만 참아야 한다. 학교 급식처럼 그나마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배가 불러도 일단 더 먹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결식아동들이 찾는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결식 지원 확대가 더디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방학 등에 센터에 와서 밥을 먹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아동센터의 정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밖으로 도는 결식아동들의 숫자가 제법 된다. 가만히 보면 밥을 못 사먹고 편의점 햄버거나 빵을 사먹는 횟수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나온 예산을 일회성에 그친 행사에 써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소진되고 마는 예산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겉으로는 아이들 불러 놓은 행사이지만, 속으로는 그 아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들의 상황을 해소해 줄 수 없는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추석 전 한 지자체는 전수조사를 벌여 결식아동이 연휴기간 중 이용 가능한 가맹점 영업 현황 등을 담은 ‘결식 우려 아동 대책’을 발표했다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추석에 영업한다는 급식제공업체 대부분이 편의점이었기 때문인데요. 사실상 급식카드로 편의점을 이용하도록 안내한 ‘대책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꽂혔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드러났던 부적절한 예산 집행, 결식아동 대상 도시락 급식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 등은 결국 지원 체계의 구멍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움츠린 아동들이 어깨를 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실질적 지원 체계가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급식카드 지원 금액의 현실화, 학교·아동센터 등의 연계 구체화, 가맹점 확대 및 접근성 확보, 지역 실정에 따른 급식시설 지정 등이 해당됩니다. 아동급식 대상자에 대한 분석도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점은 사회의 책임성이었습니다. 자존감마저 떨어뜨릴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고개를 떨군 아동의 손을 잡아 서러움이 아픈 기억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들이 기대고 쉴 수 있는 자리가 보다 넉넉해졌으면 합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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