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 그리고 달라진 분위기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 그리고 달라진 분위기

기사승인 2017-10-09 14: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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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 그리고 달라진 분위기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히던 고은 시인은 올해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깜짝 수상자로 선정됐죠. 한국문단은 언제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요.

현재 고은 시인은 한국작가 중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영국 최대 배팅사이트 래드브룩스가 올해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가능성을 네 번째로 높다고 지목하기도 했죠. 2002년부터 15년째 후보로 거론되지만 번번이 수상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고은 시인이 유독 노벨문학상 후보로 손꼽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가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과 인류애 등 그가 써온 시들이 스웨덴 한림원의 취향에 맞는다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고은 시인의 시는 북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비에른손 훈장, 스웨덴에서 시카다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하지만 노벨문학상 후보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그를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건 모두 근거없는 추측일지 모릅니다. 매년 수상 가능성을 예상하는 래드브록스는 도박 사이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죠.

또 한국에서 고은의 시가 많이 읽히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 전까지 그의 시가 잘 알려지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도 고은 시인의 작품을 기억하거나 읽은 국민들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연이은 수상 실패에 국내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수상 가능성으로 고은 시인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죠. 시민들의 기대감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에 고은 시인은 매년 노벨상 시즌만 되면 해외에서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은 시인이 아닌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로 지목한 소설가 이승우나 지난해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영어로 글을 쓰는 재미 작가 이창래 등이 포스트 고은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 작가 모두 영어, 혹은 프랑스어로 번역돼 서양에서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는 지난해 2월 뉴요커를 통해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식자율(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율)이 98%에 달하고 출판사들은 매년 4만 권의 새 책을 내놓지만, 30개 상위 선진국 가운데 국민 한 명당 독서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꼬집었죠. 그의 말처럼 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보다는 퇴보하는 한국의 독서 문화를 되돌아보는 것이 더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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