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서 캐나다 부동산투자 사업에 210억원을 대출했다가 손해를 본 사건이 권력형 비리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이 캐나다 토론토 복합건물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으로 210억원을 대출해주고 손실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며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캐나다 부동산 투자 대출 심사부터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PF 대출 심사 당시 설립한지 하루밖에 안 된 국내 시행사 ㈜씨티지케이에 210억 대출을 강행했다. 상호금융투자심사위원회에서 대출 건의 사후관리 방안 보완 필요성 등을 지적했음에도 지난 2008년 8월28일 만장일치로 대출이 승인됐다. 이후 다음 달 9일 농협은 대출을 실행했다. 농협은 지난 2010년 10월 대출금의 만기일(2010년 9월23일)이 지난 뒤에야 담보물의 수익권자가 농협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기 사실 등을 인지했다.
사건을 파악한 뒤에도 즉각적인 수습은 이뤄지지 않았다. 농협은 국내·캐나다 시행사 및 그 대표들에 대한 고소 등 어떤 형사적 조치도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연체 이자를 면제해 주는 등 대출조건을 변경했다. 이후 금융감독원과 자체 감사가 시행된 뒤에야 지난 2016년 11월 캐나다 시행사 대표인 이요섭을 형사 고소했다.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도 약 5년이 지난 뒤에야 법적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관계자에 대한 징계 역시 미흡했다. 대출 승인과 관련된 담당부서장 및 실무책임자들에 대해서는 관련자 8명 중 6명이 이미 퇴직, 나머지 2명에게만 견책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검찰의 수사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농협 사기대출 사건은 거대한 권력자의 비호 아래 진행됐다는 강력한 추론이 가능하다”며 “농협이 왜 캐나다 부동산 투자 대출을 졸속으로 처리했는지, 범죄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왜 덮기에 급급했는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왜 솜방망이로 끝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어떤 권력자의 지시에 따라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