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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칼럼] 내 짐은 내가 지자

정수익 기자입력 : 2017.11.27 12:31:10 | 수정 : 2017.11.27 12:31:04

얼마 전 TV를 보다가 들은 히말라야 포터(짐꾼)의 말이 퍽 인상적이었다. 네팔의 히말라야 산에서 40년 넘게 포터로 살아온 그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내 삶의 일부라서 괜찮다고 답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에게서 짐을 지는 건 자신이 해야 할 일, 즉 자신의 몫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자기에게 주어진 짐이라면 당연히 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오래 전 한 개그맨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 떠올랐다. ‘인생의 짐을 함부로 내려놓지 마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그 개그맨은 무거운 배낭을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정상까지 올라가 배낭을 열어보니 먹고 마실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등산할 때 힘들더라도 배낭을 메고 가야 한다면서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결론을 맺었다.

 인생 자체가 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짐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세상 살기가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자신의 짐을 기꺼이 떠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지워진 짐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최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참으로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화제가 되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도 이집트 테러사건 등 숱한 사건 사고들이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떠안기고 있다.

그들뿐이겠는가. 세상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 짐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 개인적으로도 어느 한때 시리고 아픈 가슴 없이 살아본 적이 있었나 싶다.

기쁨과 즐거움의 햇살이 비치는가 하면 어느 한쪽 슬픔과 아픔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인생 자체가 짐이다. 가난도 짐이고, 부요도 짐이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이다.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이다. 헤어짐도 짐이고, 만남도 짐이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이다. 살면서 부닥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게 없다.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진다고 한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란다.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헛바퀴가 도는 차에는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한다.

()은 짐()이고 짐()이다

그러고 보면 짐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호승 시인의 내 등의 짐이라는 시는 감동적이다. 시인은 자신의 등에 있는 짐 때문에 세상을 바르게 살았고, 사랑과 용서와 겸손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 짐이 자신에게 선물이고 스승이고 조련사였다고 했다. 이 정도면 짐을 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짐은 무겁다. 가벼우면 그건 짐이 아니다. 그래서 짐은 지는 것이다. 짐을 한번 져 보자. 자연스럽게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자꾸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짐을 지고서는 기고만장 날뛸 수 없다. 그래서 짐을 지는 것()은 지는 것()이고, 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요지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개발해 엄청난 이득을 취한 건설사가 있다. 이 회사는 이 단지를 개발하기에 앞서 고양시와 일정 부분의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개발을 끝낸 뒤에는 교묘한 핑계와 얄팍한 술수로 약속을 기피하고 있다. 되레 소송까지 감행하는 등 참으로 후안무치한 짓까지 하면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약속 또한 짐일진대, 그 회사는 약속을 지켜서 자신의 짐을 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일과 관련된 이들이 있다면, 그들 또한 그 짐을 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져야 할 짐이라면 기꺼이 지자

어느덧 2017년도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 한 해가 저물면 많은 사람들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연말에는 우리 모두 각자에게 어떤 짐들이 있는지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짐을 애써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이미 지워진 짐에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살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어차피 져야 할 짐이라면 지자. 기꺼이 져서() 져야 할() 때는 패해 주고, 혹 져야 할() 경우에는 자신을 내려놓자. 앞에서 말한 건설사 오너와 관련자들도 명심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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