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정석용 “스스로 식상하다고 느끼는 괴로움… 연극하면 뻥 뚫리죠”

기사승인 2017-11-29 17: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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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에서 새로운 걸 많이 하게 해준 드라마예요”

이름은 잘 모르지만, 얼굴은 누구나 아는 배우. 영화, 드라마, 연극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 20년차 배우 정석용 이야기다. 영화 ‘왕의남자’, ‘라디오스타’, ‘부산행’, ‘터널’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마다 그의 얼굴이 항상 존재했다. 최근 관객 1200만 명을 동원한 ‘택시운전사’에서도 카센터 사장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정석용이 맡는 역할은 매번 비슷하다. 직업만 조금씩 달라질 뿐 순박한 소시민 아저씨인 건 어느 작품에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는 달랐다. 집에서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면서 자신의 성공을 꿈꾸는 대학교수 역할이었다. 실제 그가 명세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대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석용은 먼저 악역을 맡은 소감을 묻자 “오랜만에 재밌었다”고 답했다.

“권석장 감독과 친한 사이에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감독님이 연출부와 밤에 술을 마시다가 ‘이 역할을 석용이가 하면 어떨까’라고 먼저 제안하셨다고 해요. ‘그런 애가 명세빈 씨를 때리면 더 불쌍해 보이지 않겠냐’고 하시면서요. 저한테도 여자를 때리는 역할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봤어요. 전 재밌을 것 같다고 했죠. 솔직히 매번 존재감도 없고 비슷한 역할이라 연기하는 맛이 없었어요. 사극에서는 내시하고, 현대극에서는 옆집 아저씨 역할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오랜만에 악역을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정석용에게도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특히 아내를 때리는 장면은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차라리 맞는 게 속 편하다고도 했다.

“명세빈 씨와 두 번째 만났을 때 때리는 장면을 찍었어요. 전 한 대 때리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권 감독님이 리얼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명세빈 씨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요. 막상 찍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 세빈 씨에게 한 대 맞기도 했는데 오히려 맞는 게 마음이 더 편했어요.”

[쿠키인터뷰] 정석용 “스스로 식상하다고 느끼는 괴로움… 연극하면 뻥 뚫리죠”

정석용이 수많은 감독들에게 선택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관계자들은 그가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에게 신뢰를 준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누군가 믿을 만한 인물이 있다는 건 큰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정석용도 역할의 크기가 작더라도 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생동감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연기에 식상함을 느끼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제가 식상하게 느껴질까 봐 고민이에요. 남들이 저를 식상하게 보는 것보다 제가 그런 마음이 들 때가 더 괴롭죠. ‘난 매일 이렇게만 하네’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식상하게 느끼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이런 연기는 이렇게 한다는 패턴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요.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감 떨어질 때는 뭔가 확 질러버리는 연기를 하면 풀릴 때가 있어요.”

‘부암동 복수자들’에서의 악역 연기는 비슷한 역할만 하던 그에게 위안을 줬다. 하지만 사실 그는 연극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배우다. 꾸준히 연극반 활동을 하다가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때 뒤늦게 연극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게 벌써 19년 전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정석용은 자신에게 연극과 연기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털어놨다.

“드라마나 영화를 아무리 해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특히 조연은 터뜨리는 걸 못해서 매번 갈증이 남죠. 연극을 하면 뻥 뚫리는 게 있어요. 무대에 서면 배우 맘대로 하니까 그게 시원하더라고요. 그래서 1년에 연극 하나씩은 해야 저한테 충전도 되고 활력도 생겨요. 연기는 제게 있어 거의 전부예요. 제가 제일 잘할 줄 아는 일이고, 제일 재밌는 일이죠. 지금도 현장에서 일할 때가 제일 좋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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