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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나침반] 큰 알약은 독한 약일까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

기자입력 : 2017.12.01 00:00:00 | 수정 : 2017.11.30 09:52:35

고경수 교수(사진=인제대상계백병원 제공)

글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

[쿠키 건강칼럼]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당뇨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합병증이 무서운 병”,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병”, “아주 성가신 병” 이런 생각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당뇨병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생각하는 당뇨병의 주요 관점은 아래와 같으며, 이는 환자 개개인에 해당되기도 하지만, 인구보건학적 측면도 포함된다.

우선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흔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13-2014년) 데이터에 의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인구의 1/7 정도가 당뇨병환자이며, 당뇨병환자 수의 2배 정도 인구가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되므로 성인 인구의 40% 정도가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 위험도는 더욱 커져서 65세 이상 노인의 1/3 정도는 당뇨병환자이다. 지금 현재 혈당이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슨 이상한 병에 걸렸다고 한탄만 할 일은 아니다.

의사로서도 당뇨병 합병증에 대한 걱정이 가장 앞서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현재 얼마만큼의 합병증이 와 있고 앞으로 어떤 양상의 합병증이 발생할 것인지를 환자 개개인별로 판단하고 대처해야함은 당뇨병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사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당뇨병환자에게 때가 되면 필요한 합병증을 검사하여야 하고, 환자의 불편함이 당뇨병 합병증과 관련 있는 것인지 별개의 질환에 의한 것이지를 구분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환자의 생활습관을 잘 들여다봐서 무엇을 개선해야할지 찾아내어 조금씩 서서히 바꾸어나가야 한다. 이때 환자의 생활습관이라 함은 습관, 취미, 직업, 가족관계, 사회생활 등 여러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만큼, 이를 고려하여 환자 개인별로 맞추어 나가야하며 자칫 교과서적으로만 접근해서 이러한 노력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치료적인 부분인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당조절 정도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 경우 흔히 듣는 이야기가 “당뇨병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던데요”, “요새 회사일이 바빠서 식사조절도 못하고, 운동도 게을리했는데 다음에는 반드시 낮추어 오겠습니다”이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하여 혈당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담당 의사가 약물을 사용하자고 할 정도로 혈당이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 당뇨병의 경과를 살펴보면 아주 초기 혈당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할 때는 약물 사용이 필요치 않으며 비만한 경우 체중을 감량하고, 입에 달게 느껴지는 것들을 피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으로도 혈당을 유지하거나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진행하는 질환이므로 혈당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여 약물을 사용하여야 할 시기가 오기 쉽다. 약물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는데도 사용을 늦추는 바람에 고혈당이 계속 지속되고, 그것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합병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약이 필요할 정도로 혈당이 높아지면 지체 없이 약물을 사용하면서 혈당 추이를 보고 약물을 재조정해나가는 것이 합병증 예방 목적으로는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당뇨병 치료 목표 중 하나는 혈당 조절을 잘 해나가자는 것이지 약물사용을 시작하지 말고 가능한 늦추도록 하자는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먹는 당뇨병 약물은 크게 7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를 각 제품별이나 생산회사별로 나누어 보면 수백 종류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어떤 약물로 시작하고 어찌어찌 약물을 첨가하고 빼고 할지는 전적으로 담당 의료진이 개별 환자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 내 친구는 당뇨약을 하루 한번만 먹던데요.

- 제 당뇨약은 다른 사람들 당뇨약보다 크던데 너무 센 약 아닌가요?

- 최근 나온 좋은 약 없나요?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이 중 약의 크기에 관한 한 당뇨병환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고, 안전하며, 가격이 저렴한 약은 기본적으로 크다. 약의 종류가 다른 만큼 작용 기전도 서로 다르고 유효한 용량도 서로 상이하므로 약의 크기가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크다고 센 약이 아니고 당뇨병 약은 가장 초기에 권장되는 약의 크기가 기본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약물 한가지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처음 혈당이 너무 높을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약물을 추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두 가지 종류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므로 의료진이 권하는 당뇨병 약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특히나 큰 약을 사용한다고 내 당뇨병이 심하다거나 약물의 부작용이 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료진 측면에서 본 관점이며, 실제 당뇨병환자에게 흔히 동반되기 쉬운 고혈압, 고지혈증이나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만성 질환들까지 고려한다면 하루에 복용하여야 할 약의 개수나 크기가 만만치 않은 것은 틀림없다. 가끔 외래에서 환자가 여기저기에서 먹던 약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의 경우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할 수 있게끔 약물 복용 순응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치료 전략 중 하나이다. 그냥 가지고만 있는 약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으며, 제대로 복용해야 약이다.

현재 당뇨병 약물 치료의 가장 큰 원칙은 개별 환자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지, 세세한 약물 사용지침까지 제시하지는 않는다. 약물 사용에 있어 어찌 보면 사용자라고도 할 수 있는 환자들의 약물 복용 순응도는 반드시 진료시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주요 주제로 나와야하며,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이를 환자의 생활습관에 빗대어 어떻게든 해결해주어야 한다.

큰 당뇨병약은 독한 약도 아니고, 센 약도 아니며 당뇨병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약이지만 여러 종류의 알약을 먹는 환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복용하기 어렵다고 쌓아놓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제대로 된 치료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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