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기점으로 e스포츠 시장이 급변한다. 까닭은 블루홀의 신작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의 흥행과 오버워치 리그의 출범이다. 지난해까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가 국내 e스포츠 파이를 독식하는 형국이었지만, 올해 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남에 따라 시장은 삼파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3사 게임의 e스포츠 대회가 같은 주 개막한다. 오버워치 리그는 오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대장정을 시작한다. OGN의 배틀그라운드 시범 대회 서바이벌 시리즈(PSS) 베타는 14일 첫걸음을 뗀다. 7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롤챔스가 16일 개막전을 치른다.
▶ 오버워치 리그: 각 팀에 분포된 오버워치 APEX 출신 선수들… 컨텐더스는 엠스플 중계로
오버워치 리그는 다분히 실험적인 e스포츠 대회다. 타 종목에서 시도하지 못한 지역 연고제를 최초로 실시했고, 국제적인 스포츠·미디어 분야 대기업과 대부호를 투자자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OGN 오버워치 APEX 등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서울 연고 다이너스티로 이적한 전(前) 루나틱 하이 선수는 물론, 런던 스핏 파이어의 콩두 판테라·GC 부산 선수들도 오버워치 리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뉴욕 액셀시어에 소속된 LW 블루 선수단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다양한 팀에 분포돼있다.
다만 전 경기를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리자드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만큼 한국 입장에서 시청 여건이 썩 좋진 않다. 대부분의 경기가 한국시간 기준 오전 9시께 시작해 오후 3시경 마무리될 전망이다. 주말 경기의 경우 새벽 4시에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한편 블리자드는 각 지역에서 오버워치 리그의 하위 리그 개념인 오버워치 컨텐더스를 개최하고 주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MBC 스포츠 플러스가 중계를 맡는다. 지난 1년 동안 OGN이 주최해온 한국 최대 규모 오버워치 대회 APEX는 자연스럽게 폐지 절차를 밟았다.
▶ PSS 베타: 상암에 전용 경기장 제작… 역대 최다 옵서버 투입 등 새로운 도전
PSS 베타는 OGN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 중인 첫 배틀로열 장르 대회다. 약 30억 원을 들여 상암 e스타디움 2층 다목적실을 전용 경기장으로 개축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현존 최고 사양의 전용 컴퓨터 80개를 구매하고, 200여 명의 관람객석을 만들었다. 대회 총상금은 2억 원 규모다.
배틀로열 장르의 e스포츠화 성공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OGN은 그간 다양한 게임을 e스포츠화해온 만큼,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임 속 사건사고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총 11명의 옵서버를 투입하며, 개인 방송 플랫폼 카카오TV와의 협력을 통해 참가 선수 80인의 개인 화면을 모두 송출한다.
배틀로열 장르 특성상 기존 e스포츠 대회의 풀 리그나 토너먼트 방식과는 다른 대회 진행 방식이 필요하다. PSS 베타는 특별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하위권 팀도 끝까지 순위 싸움을 벌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1부 리그와 2부 리그(챌린저스) 간 승강전을 매주 개최할 예정이다.
시범 대회 성격을 띠는 만큼 도전적인 시도도 이뤄진다. 솔로 모드와 스쿼드 모드로 대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솔로 모드는 1인칭 시점으로 경기를 펼칠 계획이다. 3인칭 시점 특유의 수비 지향적 게임 진행을 미연에 방지하고, 보다 화끈한 전투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롤챔스: OGN·스포티비 양사 방송 체재의 마지막 해… 인터넷 동시 중계도 NO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목이다.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 SK텔레콤 T1과 중국 로열 네버 기브업(RNG) 간 8강 맞대결이 펼쳐졌을 때 동시 시청자 수는 8000만 명에 이르렀다. 한국 팀 간 내전이 벌어진 결승전 동시 시청자 수도 5760만 명에 달했다.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시장에는 큰 지각 변동이 있었다. 우선 삼성 갤럭시가 신생 프로게임단 KSV e스포츠에, 롱주 게이밍이 중국 e스포츠 전문회사 킹존 e스포츠에 인수됐다.
아울러 라이엇 게임즈가 전용 경기장 건설 및 자체 방송 제작 계획을 발표하면서 OGN·스포티비의 양사 방송 체재는 올해로 끝이 날 전망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는 2019년부터 자체 방송 제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사의 사정이 맞물리면서 온라인 동시 중계 또한 사라질 예정이다. OGN이 현장 중계를 맡는 수·목·토요일은 스포티비가 온라인 중계를 하지 않는다. 반대로 스포티비가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화·일요일에는 OGN이 온라인 중계를 하지 않는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