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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의 현장보고] 국립결핵병원 열악한데… 복지부 장관의 안일한 인식

[쿠키탐사] 국가 감염병 의료기관 사례로 본 한국 의료의 허점

김양균 기자입력 : 2018.01.16 00:05:00 | 수정 : 2018.02.08 11:30:27

 이 글은 현재에 대한 기록이다. 기사(Article)는 글이다. 단어와 문장, 문단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글과 다를 바 없지만,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자 쓰인다는 점에서 메시지(Message)’의 성격이 더 짙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기사란 무가치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글은 하나의 사안을 다룬 기승전결의 결,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마디에 위치해 있다. 보도 후 기사는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에 대한 추적기 혹은 맥 빠진 실패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정감사 자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립목포병원의 열악한 의료 환경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석 달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사실 이전과 이후에도 이 문제에 집중한 언론은 없었다. 최초 보도 이후 국감 과정에서 정부 부처의 내밀한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실제 진행된 것은 글쎄. 도통 신통치 않다._편집자 주

국립목포병원의 외래 진료실 정경. 결핵 의심 환자로부터 물리적 간격을 두는 것으로 의료진은 결핵 감염을 방지하고 있다. 사진=김양균 기자

김 원장, 일 그렇게 하는 것 아니오

김천태 국립목포병원장과는 지난해 9월초 처음 만났다. 첫 만남에서 그는 적어도 국립병원이라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도는 이뤄져야 한다면서 병원의 인력 부족 현실을 개탄했다. 김 원장은 국내 2개뿐인 국립결핵 의료기관의 내성결핵전문치료센터가 없는 것을 답답해 하기도 했다. 지적은 시기적절했다. 타당성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예산 확보는 다른 이야기였다. 이를 위해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고 보건복지부에 예산 지원을 읍소하고 다녔다.

이후 국정감사를 앞둔 9월말 국회 인근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퍽 지쳐보였다. 그는 씩 웃으며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과연 기획재정부와 복지부가 신규 인력 확충과 새 센터 건립 예산을 지원하리라곤 그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색한 침묵을 뒤로 하고 그는 다시 목포로 내려갔다.

국립목포병원에서 하룻밤 기거하며 듣고 보았던 일들은 충격적이었다. 충격을 객관의 탈로 굳이 감추지 않았다. 결핵 감염을 막기 위해 두어야하는 최소한의 안전거리 ‘1미터는 곧 기자와 독자 사이의 간극이기도 했다. 국립결핵병원의 처참한 실태가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느냐는 결국 이 1미터의 격차를 줄이느냐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는지는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많이 알렸다. 간호사 3명이 한 개의 병동을 커버하는 말도 안 되는 의료 환경과 그렇게 환자를 돌본 결과가 결핵 감염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활자로 바뀌니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수차례 국립목포병원에 대한 보도가 신문으로, 포털 사이트로 전해지자 조금씩 반향이 있었다. 국회 쪽의 반응이 빨랐다. 국감을 앞두고 여러 국회의원실에서 인용을 하거나 질의를 했다. 국감에서도 국립목포병원 실태는 거듭 회자됐다. 그리고 박능후 장관은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국립목포병원 전경. 극심한 인력난과 감염병 환자-의료진간 동선 분리가 불가능한 병원 시설은 부수적인 피해를 낳는다. 의료진의 결핵 감염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김양균.

여기까지 오는데 진통이 없었다면 거짓말었으리라국립목포병원은 복지부 직할 병원이다최초 보도 후 복지부가 병원에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당시 복지부 내부적으로 대책 회의가 열리는 등 험악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관련 예산 편성은 구체화돼지 않았다

불편한 심기의 정체란 사실 대단한 게 아니다. 언론보도로 먼저 열악한 환경이 알려지면 주무부서 얼굴에 X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참으로 공무원스러운인식의 발로에 불과했다. 김 원장에서 전활 걸었다. 압력이 없느냐 재차 물었다. 그는 거듭 없다”, “괜찮다고 짐짓 너스레를 떨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고 가겠다는 의미였다.

현재까지 함부로 까분병원장에 대한 혹시 모를 불이익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간호사 3(8), 간호조무사 6(9), 의사 1(과장급, 4) 등의 인력이 확보됐다. 내성결핵전문치료센터 건립 기본계획 예산 3억 원도 확정됐다. 물론 실제 건립에 소요되는 예산 500억 원은 별개의 이야기다. 변화의 시작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분위기라고, 그렇게 믿어도 되는 걸까?

이런 가운데 최근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복지부 질병정책과의 과장은 최근 박능후 장관의 국립마산병원(결핵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립병원은 마산과 목포에 각각 1군데씩 있다) 방문 사실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산병원은 시설에 비해 인력이 보족해 안타까워 하셨다.” 그는 박 장관이 결핵문제에 대한 정책 마련 필요성 등을 촉구하는 기고를 할 작정이라고도 했다.

기고라니! 만성화된 인력 부족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수년전부터 대책 마련의 시급성이 지적되어 왔다. 국립목포병원이 가까스로 상황 타개의 물꼬를 텄다고는 하지만, 장관이 언론 기고를 하겠다는 발상은 대저 웃픔을 넘어 황망하기까지 한 이야기였다. 모름지기 국무위원이라면, 보건의료 정책을 관장하는 장관이라면, 적절 예산 마련의 고민을 더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저에는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인지, 기자의 부족한 이해력 때문인걸까.

이에 대해 과장은 “(장관은) 목포도 연내 방문 계획이 있다면서도 예산과 관련해선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를 거쳐야한다앓는 소리를 했다. 결핵병원 두 개 중에 어딘 지원해주고 말고는 원칙의 문제와 결부된다는 것이다. 결국 두 곳 모두에 적절한 의료 및 간호 인력 확충이 목표라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보면, 내성결핵전문치료센터 설립 여부는 낙관키 어렵다. 현재 확보된 3억도 기본 계획을 위한 외주 용역 비용에 불과하다. 실제 센터를 지어 올리려면 500억은 추가로 설득해 얻어내야 한다. 당장 내년 예산 편성이 2~3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도 빠듯하다. 이래저래 넘어야 할 산은 많고, 제출할 보고서는 산만큼 높이 쌓이게 생겼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수도권에 편중된 의료기관은 도서산간벽지의 의료 공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 병원의 응급환자 이송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골절에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국립병원이 이런데 하물며 다른 도서산간벽지의 의료 환경이란 어떤 수준일까. 얼마나 낙후됐고 망가졌으며 엉망진창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탄 섞인 편지를 받았다. 그는 오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넘어져 허리를 다치면 끙끙 앓다 죽는 경우가 많다. 섬 밖의 큰 병원에 가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 대명천지 2018년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정상인가?”

통탄은 21세기 대한민국 의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더 정확하게는 의료 실태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왜곡돼 있으며, 지역별 편차가 큰지를 의미한다. 국립목포병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공공의료는 왜 이토록 취약한가. 그나마 있는 국립의료기관의 상태는 또 왜 그리 열악한가. 지역으로 들어가면 의료 공백을 메울 대안이나 복안은 왜 그렇게 부실한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피상적인 논의만 숱하게 이뤄지지만, 해결은 늘 요원하다. 실제 현장의 문제에 무관심한 의학전문기자들도 이해가 안되건만, 보건당국은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서늘한 계절의 정중앙, 맥 빠진 보도 후기는 비정한 현실의 곡진을 들추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국 의료는 어디쯤 와 있는가. 찬 바람이 몰아치다 머무는 곳에 누군가의 생명이 사그라지고 있다. 

쿠키뉴스 탐사보도팀=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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