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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신생아 구조’ 자작극…줄지 않는 영아 유기

‘신생아 구조’ 자작극…줄지 않는 영아 유기

심유철 기자입력 : 2018.01.31 16:10:33 | 수정 : 2018.01.31 16:10:42

사진=연합뉴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곧 사회 제도가 육아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30일 발생한 ‘신생아 유기’ 사건은 이 속담을 더욱 떠오르게 합니다. 광주 북구에 사는 여대생 A씨가 이날 오전 4시 영하의 한파 속,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해 화제가 됐습니다. 훈훈함도 잠시, 이는 곧 여대생이 벌인 ‘자작극’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A씨는 알몸상태인 갓 난 여아를 구조했다고 형부에게 거짓말을 한 뒤 경찰에 신고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사건 현장에 혈흔과 양수 등의 흔적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A씨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자작극이 밝혀지자 네티즌들은 영아를 유기한 부모를 비난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갓 태어난 생명을 무참히 버린 부모는 평생 감옥에 가두는 중형에 처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실제, 영아유기죄의 형량은 누가 봐도 낮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272조에 영아유기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영아를 유기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데 그칩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무조건 A씨 개인을 탓할 수 있을까요.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양육을 포기하려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처럼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구조가 영아 유기를 촉진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30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미혼모 등이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유기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영아 유기 건수는 모두 300건을 웃돌았습니다. 실제로 국민 사이에서는 한국이 ‘육아하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높은 집값, 일자리 부족, 높은 물가 등이 원인입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달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 세계 각국 출산율 자료에서 한국 여성 1명의 출산율이 1.26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224개국 중 219위에 해당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다양한 육아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아동수당 도입·육아휴직급여 인상·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입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오는 9월부터 부모 소득에 따라 만 5세 이하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차등 지급합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가 2배 인상됐습니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 확대, 육아휴직 급여 소득 대체율 40%에서 80% 상향 조정 등이 추진 중입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민간 부문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1만2243명으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육아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아 유기를 줄이기 위해 해당 죄에 대한 알맞은 형량을 설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영아유기죄에 있어서 형벌은 낙태죄 등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책이 될 수 없습니다. 미혼모 혼자서 충분히 아이를 행복하게 기를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일. 이것이 영아 유기를 줄이는 근본책이 아닐까요.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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