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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일감떼어주기 과세, 기회의 공정한 배분인가

일감떼어주기 과세, 기회의 공정한 배분인가

김태구 기자입력 : 2018.02.09 11:21:04 | 수정 : 2018.02.09 11:21:30

김태훈 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조금 지난 일이지만, 2010년대 초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에 따르면 사회가 정의로운지는 분배와 관련 있다. 즉 정의로운 사회는 소득이나 부, 권리와 의무, 그리고 기회 등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만약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조정하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 

조세제도는 부나 기회의 배분을 공정하게 조정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 특히 세법은 부의 공정한 배분에 관심이 많다.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거래를 통해 부를 부당하게 배분하는 경우에는 이를 조정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기회의 공정한 배분을 위한 조세제도는 있을까? 일반적으로 세금은 이미 형성된 부의 배분을 일부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반면에 이미 형성되지 않은 잠재적인 부인 기회의 공정한 배분에 대해서 규율하는 조세제도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일감몰아주기 vs 일감떼어주기

부의 증여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려워지자, 세금을 피하기 어려운 부의 직접 증여보다 부의 형성이 거의 확실한 사업기회를 이전하려는 시도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부의 형성이 거의 확실한 사업기회를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부를 이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기회의 이전을 통한 세금회피를 막는 조세제도가 2011년 12월 31일에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세제와 2015년 12월 15일에 도입된 일감떼어주기 세제로 구체화 됐다. 

일감몰아주기 세제는 일감몰아주기로 이익을 얻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이다. 일감몰아주기는 수혜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소득을 얻도록 하여,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이익을 증여하는 방법이다. 물론 일감을 주는 시혜법인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한 관계로 있어야 한다. 

일감떼어주기 세제는 일감떼어주기로 이익을 얻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이다. 일감떼어주기는 시혜법인이나 다른 법인의 사업기회를 수혜법인이 수행하게 함으로써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이익을 증여하는 방법이다. 이 또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시혜법인 사이에는 특수관계가 있어야 한다. 

◇일감떼어주기 세제 문제…합리적 판단 근거 제시해야

일감떼어주기 세제는 훌륭한 제도이나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증여받은 이익이 미확정 상태에서 과세된다. 일감떼어주기 세제에 따르면 사업기회가 제공되는 사업연도에 증여이익을 추정해 과세하고 사업기회 제공일 이후 2년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실제 확정분을 근거로 정산한다. 결국 사업기회 제공일 이후 2년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확정할 수 있는 증여금액을 미리 추정해 과세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실제로 정산하는 시기에 확정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이 세법의 체계에 더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자기증여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자기증여란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한 것을 말하는데, 이때에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일감떼어주기 세제에서도 자기증여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7년 2월 7일 시혜법인이 수혜법인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할 경우, 일감떼어주기 세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였다. 하지만 시혜법인의 지분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여전히 자기증여의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시혜법인의 지분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지분율만큼은 자기증여로 보아 증여이익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셋째 증여의제이익은 일감떼어주기로 증여받은 이익이 전액 주식가치로 전환되는 것을 전제로 계산된다. 하지만 실제 증여받은 이익이 주식의 가치로 100% 전환될 지는 의문이다. 상증세법상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르면 손익가치는 40~60% 만이 주식가치를 설명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수혜법인의 주주가 얻은 이익은 근본적으로 주식가치에 반영되는 가치를 기초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증여의제이익의 계산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기회의 공정한 배분은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조세제도에서도 편법적인 증여의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법의 체계에 기회의 공정한 배분을 위한 규제를 녹여내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일감떼어주기 세제로 인해 선량한 납세자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일감떼어주기 세제를 합리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글=김태훈 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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