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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의 이상한 전문의 채용

서울대출신 병원장의 인사전횡 vs 병원 혁신위한 선택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2.27 11:00:29 | 수정 : 2018.02.27 11:48:08

국가유공자와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앙보훈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의 채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들은 3갈래로 나뉘어 충돌하는 양상이다. 핵심은 서울대병원 출신 이정열 병원장을 위시한 학연중심의 간부급 의료진 구성에 이은 세력 확장.

병원 내 일부 의료진들은 박근혜 정권 말 김옥이 당시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2016년 1월30일 병원장에 임명된 이정열 서울대병원 교수가 취임 이후 납득하기 힘든 인사조치가 여러차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병원의 9개 주요보직 중 진료부원장, 기획조정실장, 보훈의학연구소장, 제1진료본부장, 제2진료본부장, 치과병원장 총 6개 직책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이거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 혹은 전임의(펠로우) 과정 등을 거친 이들로 채워졌다. 

병원에 따르면 취임 전인 2015년도 말에는 2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병원장 취임 후 2016년도와 2017년도에 진행된 신규 전문의 채용에서 병원은 24명의 신규인력을 뽑았고, 이 가운데 서울대와 연관이 있는 전문의들은 총 12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현재 중앙보훈병원 내 근무하는 서울대와 인연을 맺고 있는 서울대의과대학 혹은 서울대병원 출신을 홈페이지 진료의사 이력에서 확인한 결과, 전체 의료진 155명 중 28명으로 약 18%를 차지한다. 결국 의사 총수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계산만으로 16명 약 10%였던 서울대출신은 2년 새 8%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진은 중앙보훈병원 내 정류장에 걸린 의료진 소개광고의 일부다. 이들 5명 중 4명이 서울대출신 의사들이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산출한 수치와 다르다. 2015년 12월말 기준 서울대출신 의사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의사는 22명, 약 14%로 동일하다. 서울대출신 신규인력도 7명에 불과하다. 다만 보직자의 서울대출신 비중이 늘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산정기준에 대해 추가로 문의한 결과 병원에서 산정한 서울대출신 의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만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의사들은 제외된 것.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연이 있는 이들을 모두 산정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병원장 등 기관의 수장이 바뀌면 관례적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는 엽관주의의 인사 일명 보은인사 또는 회전문인사가 이뤄진다. 뜻이나 손발이 맞는 사람과 취임 초 불거질 수 있는 지도력의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도 평가된다. 심지어 서울대병원 출신의 의사영입은 능력 차원에서도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수한 능력의 서울대출신 전문의라도 자신의 전공과목과 다른 분야에서까지 우수한지는 따져 봐야한다. 서울대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근무했어도 귀를 세부전공으로 공부한 의사와 코 혹은 목을 세부전공으로 공부한 의사의 전문성은 다를 것이다. 문제는 일련의 세부전공이 중앙보훈병원 전문의 채용과정에서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 홈페이지에 공지된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1월 초까지도 존재했던 세부전공과목 우대조건이 사라졌다. 진료과에 필요한 세부전공자가 지원을 해도 결정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전혀 다른 세부전공자가 합격자로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공고는 지난 1월25일 중앙보훈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으로 세부전공이 표기돼있다. 하지만 지난 2월15일 공지된 가운데 채용공고에는 기타사항으로 자격요건에서 빠졌다. 한편, 아래 서울대병원 홈페이지에 2월8일 공고된 채용안내에는 세부전공이 명기돼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7년 6월 합격자 발표가 났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채용은 적합한 세부전공자가 있었음에도 3명의 면접대상자 중 아무도 합격하지 못했다. 결원에 따른 충원이기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련 치료 및 연구 경력자를 진료과에서는 원했고, 해당 세부전공자가 최고점수를 받았지만 합격자는 없었다. 일련의 채용과정에서 서울대출신 의사는 면접대상자였으나 면접에는 불참했다.

이 외에도 내과, 외과, 안과 등의 전문의 채용과정에서도 우대 세부전공과는 관련이 없거나 기존 의료진과 중복되는 전공을 이수한 의사의 채용이 이뤄진 점들이 의료진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와 달리 서울대병원 전문의 채용공고에는 여전히 세부전공을 표기하고 있으며 관련 전공자를 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병원장이 서울대출신 의사들을 뽑기 위해 진료과의 사정이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특정 진료과 만이 아닌 보훈병원 전반에 걸쳐 인사문제가 불거지며 진료공백으로 인한 문제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정열 병원장은 “곡해나 왜곡 없이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봐야한다”며 “병원내 진료체계와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그로 인해 보훈복지의료공단 내 기관평가결과 S등급을 받았으며, 정부의 기관평가에서도 C에서 B등급으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대학출신을 뽑으려 했던 것도 아니다. 채용된 인물의 면면을 봐도 서울대를 제외한 대학 출신 의사들도 많이 뽑히고 있다”며 “출신 대학이 아닌 실력을 바탕으로 병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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