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서울대병원 폐쇄병동 잔혹死… 女환자, 의사에게 그만 때리라 빌어

H 교수 ‘주먹 치료’에 환자 시퍼런 멍… 의료진 생사여탈권 쥐고 입단속도

김양균 기자입력 : 2018.02.28 00:09:00 | 수정 : 2018.02.28 14:25:12

최근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져 공분을 샀었다. 억울한 죽음도 그렇지만, 대중은 환자 인권을 나 몰라라 한 가해 의사와 병원의 행태에 몹시 분노했다. 쿠키뉴스 탐사보도팀이 추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폭력 사건의 기본 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여 년 전 H 교수가 치료를 명목으로 환자를 구타하는 광경을 바라봐야 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병원의 권력 피라미드 하층부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H 교수는 병원 권력의 핵심부에서 승승장구 해왔다. H 교수의 위세에 숨죽일 수밖에 없었던 의료진들은 왜 그땐 가만히 있다 지금 와서 이러느냐고 힐난받을까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취재진에게 진실을 말하는 순간까지 주저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용기 있는 폭로로 20여 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전할 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제보자는 취재진에게 서울대병원 폐쇄병동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에 대해 신이 있다면 벌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 “환자는 이렇게 치료해야 한다며 구타

여성 환자 살려달라 빌어도 계속 때려

증상 원인 밝혀지자 공포 분위기 조성하며 입막아

직원 생사여탈권 쥐고 침묵 강요... "신이 벌 내려야"

진료 가장한 폭력정당화될 수 없어

[쿠키뉴스 탐사보도] 취재진=언제 있었던 일이죠?

제보자=“1996년에 벌어진 사건이에요. (서울대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한 젊은 여성 환자가 있었어요. 일시적인 이상 증상을 앓던 환자는 훗날 다행히 회복됐습니다. 환자는 말이 어눌하고 퇴행 행동을 보였습니다. (H 교수는) 환자에게 발음이 어눌하니 말을 똑바로 하라. 어린애처럼 굴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환자는 병 때문에 그 말대로 하질 못했어요.

▷그가 환자를 어떻게 대했나요?

(H 교수는 환자에게) 말을 똑바로 하라며 화를 내고 윽박질렀어요. 그래도 환자가 계속 이상 증세를 보이니까 그때부터 때리기 시작했어요. 때린 부위는 허벅지였습니다.”

구타는 얼마나 계속됐나요?

한 시간 가량 계속 때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먹으로 때렸나요?

손바닥으로 아주 강하게 때렸어요. 퍽퍽 소리가 나게 한 시간 정도 허벅지를 때렸습니다.”

H 교수가 지시를 하고 환자가 따르지 못하면 징벌로 때리는 식이었나요?

환자는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었어요. (H 교수는) 제대로 할 때까지 계속 맞아야 한다면서 때렸어요. 한 시간 정도를요. 환자는 한 시간을 빌었어요.”

환자가 살려 달라고 했나요?

.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환자의 허벅지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른 부위에 이상이 있다는 게 검사로 확인된 거죠.”

정신질환이 아니라 타부위에 문제가 있어서 이상 증세를 보인 거군요.

. 정신과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게 검사 결과로 확인이 된 거죠. 그런데 환자의 허벅지에 멍이 들어 있잖아요.”

▷폐쇄병동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었군요.

그렇죠. 그래서 (H 교수는) 의료진 십여명을 호출했어요. 전부 모인 자리에서 얘길 꺼냈죠. 병동에 어떤 환자가 몸에 멍이 들었다고 하더라. 혹시 병원에 구타나 이런 사건이 있었느냐고 말이죠. 험악한 분위기에서 묻기 시작했어요.”

한 명씩 말이죠?

, 혹시 구타 같은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죠. 그 사람은 무서워서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의료진들은 이미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모두 알고 있었어요물어봐서 모른다는 대답을 들으면 (H 교수는) ‘그렇지. 모르지? 그런 일은 없었지?’라고 했어요. 그러면 ,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이렇게 대답을 유도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확인했어요.”

▷다들 그렇게 침묵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군요.

그렇죠. 저도 모릅니다. 그런 적은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그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이후 개인 혹은 의료진 공동으로 문제제기를 하진 않았나요?

그럴 생각을 못했습니다. H 교수는 우릴 자를 수 있었습니다. 찍히면 잘라버렸으니까요.”

그때 H 교수의 위세는 어느 정도였나요?

당시 H 교수는 병동장 및 의국장이었어요. 젊었지만 위세가 셌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의 뜻을 거스르면 중간에 찍혀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의료인으로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어요.”

만약 잘리게되면 다른 병원으로 이직도 불가능해지나요?

. 그래서 우린 (H 교수가 원하는) 대답을 해야 했고, 제보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20년도 더 됐지만, 지금도 그때 이야길 해요. 너무 충격적이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지 지금도 한탄하는 겁니다.”

그 환자는 항의를 하지 않았나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서울대병원은 환자가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항의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나요?

, 그랬습니다. 서울대병원이 가진 권위가 무척 셌으니까요. 환자도 찍힐까봐 항의를 못했습니다.”

당시 일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그 당시나 지금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굉장히 화가 많이 납니다.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정의롭지 못한 일이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제보 후 혹시 모를 불이익이 두렵진 않나요? 이제라도 털어놔서 후련해질까요?

목격한 사람은 몇 명이지만, 대다수가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 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후련하진 않습니다. 아직도 두근거립니다.”

폭력의 불가피성이란 위선

불가피한 폭력이란 말이 있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절차상의 부수적인 피해를 강조할 뿐 폭력의 필요성을 전제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폭력이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잔인한 범죄라는 점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 법은 폭력의 정당성 자체를 인정치 않는다. 그리고 21세기의 한국은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가혹행위나 교실에서 이뤄진 체벌 모두를 똑같이 폭력으로 분류한다. 같은 맥락에서 병원에서 자행된 의사의 환자에 대한 무차별 폭행은 설사 그것이 진료를 위한 것이라 해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우리는 공공기관인 서울대병원이나 주관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이 사건의 조사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쿠키뉴스 탐사보도팀은 해당 사건에 수사당국이 나서길 요구한다.

인용 보도 시 <쿠키뉴스 탐사보도>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쿠키뉴스에 있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이미지

photo pick

이미지
이미지
SPONSORED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